- 장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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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이건 인간예수의 모습과 흡사하지 않은가, 아무것도 아닌 자들을 안아주고 들어주는 삶이 어찌 평탄하길 바랄까, 그네들을 안아줄 때 자신의 심장에서는 피가 빠져나감을 어찌 몰랐겠는가, 그것을 불사한 것이다. 이제 우리는 그가 안았던 심장을 기억하는 수밖에 없다. 봄에 대해 쓰기 좋아했던 내 스승님은 봄이 왔으나 봄을 쓰지 못한다. 스승님은 쓰지 못하고 말씀하지 못하시는 중에 노래를 불러 달라 했다. 춤을 추라 했다. 그리고 몸에 뼈란 뼈가 다 부러져 있으면서 힘을 내어 검지 손가락 박수를 치셨다. 마지막 힘을 다하여 눈으로 말씀하셨다. 이것이 시와 같은 삶이다 라고.
(스승님은 송창식의 선운사를 좋아하신다)
시인이 되고자 했던 사람이 있다. 시를 쓰는 사람이 아닌 인간의 삶 자체가 시가 되는 사람이 되고 싶어 한 사람이 있다. 내 스승이다. 그는 이미 시인이지만 시로 충만한 삶을 그럼에도 갈구했다. 왜 모르시는가, 누군가에게 이미 그의 삶은 시다. 어쩌면 삶이 끝나는 마지막까지 그는 깨달음으로 가득할지 모른다. 그렇게 또 자신을 불살라 가르침을 줄 것이다. 그러나,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 언제 그랬냐는 듯 일어나시라. 그 특유의 억양으로 ‘너희들 나 죽는 줄 알았지? 이놈들아’ 하면서 활짝 웃으며 그렇게 말이다. 신앙 없는 내가 다 쏟아 기도하니 예수여, 석가여, 유피테르여, 니체여, 카잔차키스여, 장자여 그가 당신네들을 다시 살게 하였으니 내 스승을 살려내라 모두 쏟아 기도 드린다.
스승님, 저 어찌 살아야 합니까, 무섭고 외롭습니다. 그러나 이 무서운 두려움을 얘기할 곳이 없습니다. 이 치미는 외로움을 비춰 보일 곳이 없습니다. 저 이제 어찌 살아야 합니까, 세상으로 나오라 하여 나왔습니다. 길 위로 나서라 하여 길 위에 섰습니다. 절벽에 세우라 하여 절벽에 섰습니다. 두렵고 두렵습니다. 외롭고 외롭습니다. 이제부터의 삶은 네 몫이다 하셨습니까, 세상은 여전하고 아름답지만은 않습니다. 어디로 가야 합니까, 저는 알 수 없습니다. 멋드러진 그 목소리로 이리하라, 저리하라 해 주십시오. 언제나 그랬듯 꼬옥 안아주십시오. 스승님 저는 두렵습니다. 외롭습니다. 자신을 보아라 하셨지요, 내면에 귀 기울이라 하셨지요, 네 길을 만들어 스스로 걸어가라 하셨지요, 잊지 않겠습니다. 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
제 생을 따뜻하게 안아준 스승님을 기억하겠습니다. 절대 보내지 않겠습니다. 가슴에 깊이 담아 삶이 두렵고 미친 듯이 외로울 때 꺼내 마주하겠습니다. 빚을 갚아 나가겠습니다. 제가 누군가에게 선의를 배푼다면 그것은 스승님으로부터 진 빚일 겁니다. 인색하게 살지 않겠습니다. 평범하게 살지 않겠습니다. 이제부터는 저도 저에게 최선의 선택을 함으로 솔직해 지겠습니다. 차선이 이끌었던 이 졸렬하고 비루한 36년 삶을 끊어내고 떨림과 욕망이 지배하는 생으로 남은 시간을 흐르게 하겠습니다. 이제 막 길고 지루한 시간을 보낼 제자에게 응원을 보내주세요. 저는 왜 스승님을 깊이 안아드리지 못했을까요, 고함치는 소리가 들리시나요, 애타게 부릅니다. 못된 제자가 스승님을 부릅니다. 후회되고 죄송하기만 합니다. 사랑합니다. 선생님. 가슴 깊이 사랑합니다.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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