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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3월 13일 11시 39분 등록

가장 잘 배우기 위해

 

매년 책을 한 권씩 낼 수 있는 것은 책 자체가 실험이고 배움의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아이러니컬하지만 불완전한 책을 내는 것이 바로 내가 가

장 잘 배우는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어떤 주제에 대하여 1년 동안 내가 배우고 생

각하고 익힌 것을 정리하여 표현하는 것, 이것이 바로 나의 학습 방법입니다. 내게

책은 어떤 주제에 대한 1년 동안의 사유를 기록한 한 권의 정리 노트인 셈입니다.

일상의 황홀


내가 책을 쓰기로 결심한 것도, 매년 한 권의 책을 쓸 수 있는 것

도 사부 덕분이다. 만일 그를 만나지 않았다면, 함께 보낸 10년의

시간이 없었다면 작가로서의 나는 없었을 것이다.

꿈꾸는 삶을 행동으로 보여준 사람이 사부였고, 나의 젖은 장작

이 탈 수 있도록 해준 부지깽이가 그였고, 힘들거나 흔들릴 때 바로

잡아준 사람도 그였다. 나에게 매년 한 권의 책을 쓰라고 한 적은

없었지만 행동으로 보여주었다. 그는 책은 자신의 세계이며, 한 권

의 책을 쓰는 것은 또 하나의 자신의 세계를 가지는 것이라고 말했

. 그런 가르침이 힘이 되어 지금도 쓰고 있다

 

 

 

나를 위한 책쓰기

 

어느 날, 나는 글을 쓰고 싶었다. 소설이나 시는 아니었다. 나같이 그럭

저럭 살고 있는 사람을 차가운 물속에 처박아 넣거나 가슴에 불을 싸지

르는 작가가 되고 싶었다. 그것은 내가 그동안 해왔던 경영혁신과 변화경영의 개

념과 잘 들어맞았다. 중요한 것은 회사원이 아니라 작가로 나를 바꾸는 것이었다.

명령하지도 지시받지도 않고 오직 내 마음의 흐름을 따라 자유롭게 일하고 싶었

. 첫 책 익숙한 것과의 결별은 사실 내 가슴속에 불을 놓는 작업이었다. 그 책

은 나를 위한 책이었다. 내가 최초의 독자였다. 그 후 나는 적어도 1년에 한 권씩 책

을 냈다. 변화경영전문가로 세상에 나를 세웠고 수없이 많은 강연을 했다.

나는 이렇게 될 것이다


책은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라 독자를 위한 것이어야 하며, 독자

에게 어떤 가치를 전달할 것인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책을 쓰려

면 콘텐츠와 열정이 있어야 한다. 내용이 가치를 결정하고 열정은

끝까지 갈 수 있는 에너지가 된다.

사부는 확실한 콘텐츠가 있었다. 20년간 IBM에서 근무하면서

한 일이 기업의 경영혁신과 변화경영이었다.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대량실업의 시대를 맞아 그의 콘텐츠는 시대가 간절히 요구하는

것이었다. 대학에서는 역사학을, 대학원에서는 경영학을 전공한

그로서는 절호의 기회였다.

나는 그런 것이 없었다. 공대 출신으로 철강회사에 근무하면서

글과는 거리가 먼 일을 해왔다. 그의 첫 책에 나오는 불타는 갑판

에 꽂혀 대책도 없이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었다. 그 후 몇 년간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직장인들이 사회생활을 하는데 반드시 알아

야 할 것들을 조금 알게 되었다. 그것을 세상에 알리고 싶었다.

은 작가가 되고 싶어 쓴 것이 아니라 내가 알고 있는 것을 세상에

알리기 위한 수단이었다. 사부의 첫 책이 자신을 위한 책이었다면

나의 첫 책도 그랬다.

사부는 많은 책을 쓰면서 변화경영이라는 주제를 벗어나지 않

았지만 나는 삶의 지혜, 인간관계, 유머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썼

. 심지어 소설과 시집을 내기도 하였다. 사부는 책을 쓸 때 자신

의 주제에서 벗어나지 말라고 조언했지만 나는 그렇지 못했다.

문분야가 없는 사람들이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모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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