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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2월 5일 20시 49분 등록

Camel color... 


"그것"의 색상을 그렇게 부른다. 경직되어 있지도, 가벼워 보이지도 않는 은은함을 뿜어내는 색상과 한 손에 감기는 부드러운 감촉, 그리고 조심스레 속을 열어 봤을 때 또다시 보이는 고급스런 마감... '그것'을 보자마자 '물건'이라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그것'은 그 가게에 있는 마지막 견본용 샘플일 뿐이다. 그 후 2주간 열심히 '그것'을 찾아 다녔다. 다른 판매처에도 문의하고 제조사에도 직접 문의했지만 좀처럼 '그것'을 구할 수 없었다. 다른 색상의 '그것'들은 재고도 많이 남아 있었으나 오직 Camel color의 '그것'만은 품절이었다. 


3주가 지나 마지막 견본용 샘플이라도 살려고 하는 순간, 예전에 연락했던 판매처에서 연락이 왔다. (기적적으로?) 마지막 재고가 광복점에서 발견되어 건넬 수 있단다. 주말이 되어 부랴부랴 '그것'을 손에 넣었다. 집으로 오는 내내 '그것'이 내 것이 되었다는 사실에 기뻤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침대에 걸터 앉자 '그것'을 보니 마음이 울적해졌다. 저녁을 지나 늦은 밤까지 내내 우울했다. '왜일까? 내가 원하는 '물건'을 얻게 되었는데 왜 울적한 것일까? 어느 부자가 꿈에 그리던 '벤츠'를 사게 되니 우울증이 찾아왔다던 애기처럼 나도 그런 건가? '




그렇게 잘 살던 집도 아니었지만 집안이 완전히 폭삭 망했을 때 몇년동안 물건을 사지 않고 버티던 시절이 있었다. 그 당시의 우선 순위는 '필요한 것'인가 아니면 '부가적인 것'인가였다. 책은 샀지만 여벌의 신발은 사치였다. 회사를 다니기 위해 양복은 좋은 것을 골랐지만 주말에 입는 옷은 일년 열두달 두세벌이 전부였다.(결혼 당시 아내가 경악을 금치 못 했다.) 


'버틴다'라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은 듯 하다. 자존심이 꽤나 쎈 나 (내가 자존심이 쎄다는 것은 최근에야 알았다.)로서는 '필요한 것'만을 산다는 사실을 스스로 망각하게끔 자신을 세뇌한 듯 하다. 더불어 사회에 대한 편협한 이중 잣대를 들이대고 있었다. 그러기에 나는 항상 당당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것'을 손에 넣은 그 날, 나는 '과거의 나'와 대면한다. 지금껏 애써 피해오고 망각해 온 그 시절의 나... 그 시절이 힘들어서, 기억하기 싫어서 피해왔다는 애기가 아니다. 세상 사람 모두가 자신만의 힘든 시절이 있듯이 나에게도 그 시절이 있었을 뿐이다. 다만, 내가 그 날 대면한 것은 '자신마저도 스스로 속여가며 망각해 가며 견디던 '나'라는 사람을 대면한 것이다. 철조망 너머에 포도가 있어 포도를 따먹지 못 하던 여우가 '저 포도는 시어서 싫어'라고 내뱉는 것처럼, 내 안의 '여우'를 보았다. 


'쟝 보드리야르'의 '소비의 사회'를 굳이 읽지 않더라도 현대는 '소비의 사회'이다. '명품'을 소비하든, '검소함'을 소비하든, 아니면 '근면함'을 소비하든... 그 사람이 소비하는 '기호'가 그를 나타낸다. '소비'가 미덕인 시대에 나는 소비를 피하고 있었다. 그래서 상처 받고 내 안의 여우 한마리를 키우고 있었나 보다. 


그날 밤, 필요한 것이 아닌 원하던 '그것'을 사게 됨으로서 나는 내 안의 여우를 보게 되었기에 우울했고, 꽤나 눈물을 흘리고 나서야그 여우와 화해할 수 있었다. 


회사에 나가면 나는 평범한 직장인이다. 하는 일은 B2B 영업. 하지만 내 시간에 나는 나의'물건'을 만든다. 좀 더 정확히 애기하면 '가구'와 '소품'이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생산자의 입장이 된 것이다. 상상해 본다. '회사를 다니지 않고, 혹은 좀 더 이른 시기에 가구를 만들어 살려고 했다면 잘 살았을까?' 아마 잘 못 했을 것이다. 


우선 내 마음 속 여우 한 마리와도 화해를 못 했는데 어떻게 다른 사람 마음의 여우를 쓰다듬어 줄 수 있겠는가? 


지난주 평소에 존경하는 지인과 애기를 나눴다. 그는 12월 6일부터 코엑스에서 열리는 'home, table, deco fair 2012'에 참가한다. 이 전시회는 단순한 'living fair'가 아니라 명품 위주의, 해외 기업의 참가가 많은 전시회이다. 그가 6개월 전부터 이 전시회를 준비해 온 것을 안다. 그의 사업이 번창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하고 있기에 시간을 내어 몇가지 소소한 '물건'을 만들어 내 보낸다.



이제 그 전시회가 내일부터 열린다. 

그리고 수많은 여우들을 보게 될 것이다. 

이제부터는 그 여우들을 보듬을 수 있겠지? ^^


www.hometabledeco.com  


fair.jpg


※ 써 놓고 보니 결국은 광고성 글이라능~~~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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