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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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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5월 6일 12시 19분 등록
엄마학교의 서형숙선생님을 우연히도 만났었다
거리에서. 지난달 흐린 날 붉은 코트에 연하늘색 무늬가 있는 우산을 쓰신 선생님을 .
이제 나의 엄마는 자신만의 세계속에 갇혀지내세요.
그러자 선생님의 답변은 건강한 사람도 마찬가지라고
순간, 내가 엄마를 그렇게 고정관념의 눈으로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에게 나는 무정한 딸이었다.  엄마는 심부전증으로 중환자실에 올해만도 두 번이나 입원했다 퇴원했다.
계속 얼마 남았을지 모르는 관계속에서 나는 마음만 바빴다.

엄마랑 같이 산책하러 나갈 수 없을 줄 알았는데 엄마가 나를 이끌며 산책길에 데려갔다.
우리는 좁은 아파트를 벗어나 양재천을 걸었고 징검다리를 건넜다.
함께 점심을 먹었고 고린도전서 14장을 읽었고 찬송을 불렀으며 기도를 했다.
엄마랑 그렇게 교류할 수 없을 줄 알았는데 가능해서 기뻤다.

그렇게 아픈 엄마도 내가 갈 때면 늘 반갑게 맞이해 주셨다.
우리 딸, 우리 딸 하시면서.
여전히 나는 무정하게 짧게 인사인지 뭔지 모르게 답하고는
아파트 안으로 들어가곤 했었다.
이어 엄마의 '내가 선이 한테  미안하지'라고 운을 떼시곤 했다.
병약해진 엄마 걸음걸이마저도 휘청휘청하다.
엄마는 이제 아프고 불쌍한데 언니는 서른을 넘겼으면서 엄마를 용납하지 못한다고
동생의 타박을 받았다. 고마운 일이다. 맞는 말이다.

엄마같이 되지 않으려고 엄마학교 갔고 무언가 배우려 애쎴다.
그러나, 역시 엄마가 옳았다.  엄마도 외할머니손에서 그렇게 엄하게 크셔서
나에게 그렇게 하는 것이 엄마역할인 줄 아셨던 것이다.
그 이야기를 작년 봄에 이모에게서 들었다.
엄마하고 부르면 따스해지고 눈물나는 느낌이 나에게는 없지만
이젠 그때마다 양재천으로 나를 이끌던 엄마를 기억하게 해준 
병약한 엄마를 떠올릴 것 같다. 치받치어 솟구치는 눈물씻어준 기억이다.
성숙하지 못한 내안의 어른아이 달래서 더 이상 무정하지 않으리라.

엄마, 사랑해요. 내 고정관념을 무너뜨려 주셔서 감사해요. 
IP *.46.23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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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기원
2011.05.08 06:13:43 *.120.143.121
선이님의 본질에 한발더다가가심에 축하드립니다.
겸손하고 나의생각을 내려놓고 마음열때
우리의 본질은 가짜우리 비본질을 먹게되어 진아를 찾아가게되나봐요.
더큰 자아를 만나시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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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이
2011.05.10 15:55:23 *.46.235.33
반갑고 감사드립니다.  오랜만에 들어보는 단어입니다. 본질 비본질..강건하시기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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