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애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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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정.
무서운 적이다.
욕망,초인적 행위를 위한 과도한 야망이다.
끝없는 욕망이자 사람을 삼켜버리는 탐욕이다.
본능과 열정의 질주를 제어할 수 없게 되는 거다.
산을 옮기고 호수를 메우고 싶어하고,
바닷물을 끌어다 사막을 잠기게 하고자 한다.
격정이 가져오는 결과는 끈기의 결여이다.
격정은 즉각적인 결과를 바란다.
격정에 사로잡힌 사람은 항상 선택하고
포기하는 일로 분주하다.
매일 마음이 바뀐다.
그리고 결국 자신이 공허하다는 것을 발견한다.
격정에 사로 잡힌 사람의 모든 행위는
불안하고 불확실하다.
그는 씨앗을 심은 어린 아이와 같아서 조금 있다가
싹이 텄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땅을 파본다.
바로 거기서 당장에 결과를 기대한다.
확신도 평정도 없다.
발을 단단히 디디고 서는 법을 알지 못한다.
여기서 조금 일을 하고,저기서 조금 명성을 얻는다.
그러고는 여기도 저기도 아닌 제3의 장소로
길을 떠나 버린다.
격정에 휘둘리는 사람은 온갖 종류의 행위에 탐닉한다.
산 위에 내리는 비가 사방으로 흩어져 버린다면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못한 채 사라져 버린다.
그러나 그 물이 한 방향으로 흐른다면, 강을 이룬다.
거기서 힘이 솟아난다.
땅에 축복이 된다.
들에 나가 씨앗을 뿌리는 것과 한 줌의 알곡을
아무렇게나 흩어 버리는 것은 전혀 다른 행동이다.
그 차이는 대단히 큰 것이다.
한 사람이 바다에 빠져서 떠내려 가고 있을 때
가까이 통나무 한 개가 떠내려 온다면
그 나무가 아무리 거칠고 더러운 것이라고
할지라도 그를 구해 줄 것은
바로 그 통나무이다.
이 거칠고 못생긴 나무 토막만이 그를
구해 줄 수 있다.
그는 이것을 붙잡아야만 하는 것 이다.
아무리 많은 물이 솟구치더라도 그 물이 강 둑에 갇혀
있을 때는 강 물은 깊고 고요하게 흐른다.
모든 에너지를 자신의 의무에 사용한다면,
격정의 장난은 끝나게 될 것이며,
우리의 불안정함도
완전히 사라지게 될 것 이다.
바로 이것이 격정을 정복하는 길이다.
-비노바 바베-<천상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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