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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은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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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2월 7일 13시 52분 등록
그 날 눈이 많이 왔었지요.
길이 미끄러워 DVD도 반납 못하고 그랬는데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다가 엉뚱한 생각이 떠올라 이거부터 써 봤답니다.
과제물 제출로 다들 나름대로 고민하셨을꺼라고 믿으며 그날 풍경을 한번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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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조용한 밤이다.
소리 없이 내린 눈에 가로등이 반사되어 멋진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열어놓은 창문에는 처음으로 고드름이 달려 바깥의 추위를 짐작하게 하며 바깥은 간혹 달리는 차 소리가 들릴 뿐 도심 속에 있음에도 기분은 어디 별장에 온 사람처럼 편안하다.

이 시간까지 안자고 무얼 하고 있나, 나는.
어제 새벽에 귀가해 낮 한 시까지 늘어지게 잤으니 오늘 잠자기는 다 틀린듯하다.
치과에서 명령한대로 금주약속도 얌전히 지키고 있다 보니 이거 원 맹숭맹숭해서……
지난번 프로그램에서 일주일안에 작성해야 하는 과제물이 있는데 요리조리 피하고 있다.
월요일까지 제출인데 마치 마감직전에야 글이 써진다는 작가들처럼 버티기 작전 중이다.

며칠 동안 내리 정리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옷장부터 시작해서 집안 구석구석의 먼지제거..
몇 달 만에 한번인데 그 한번이 거의 결벽증 강박증 수준이라 시간이 꽤 걸린다.
난 무언가 새로운 시도를 할 때는 꼭 주변이 정리 되야 비로소 몰입이 가능한 체질로 어찌보면 사실 피곤한 인간이다.
아직도 냉장고정리는 못 했지만 엄두가 안나 그건 포기하련다.
또 냉동고는 며칠 전부터 열지 않기로 굳게 마음먹고 있었다.

혹시 맥주로 빙수 해먹는 방법을 아시는가?
웬 맥주 빙수?
갑자기 번뜩이는 요리방법이 떠 올라서.. 히히

그것을 첨 봤을 때는 기괴하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생전 첨 보는 형태로 꽁꽁 얼려져 있어 이것이 정말 그것이더냐 하는 의문마저 들 정도.
순간 잠시 나의 우울이 깡그리 날아가버리는 쾌감에 부르르르..

요리조리 살펴보니 것두 하나의 예술이라면 예술이랄까.
암튼 그 넘들은 멋지게 자신의 마지막을 너무 열심히 일한 나의 간에게 강제 휴가를 안기고 그렇게 떠나갔다.

쾌감은 잠시.
재네 들을 어떻게 하나..
한 십초 차이로 달려온 번뇌가 내게 속삭였다.
그냥 모른 체 해..

그래 며칠 안 본척하다 열불신이 올 때마다 한 오초 정도 보고 다시 닫고 또 보고 다시 닫길 하다간 드디어 어느 날 깨진 병 조각만큼은 꺼내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파편을 건져냈다.

맥주가 얼은 건 첨이라 병 조각에 붙어있는 것이 꼭 빙하 같더군.
두건의 폭파사건이라 주변에도 그 영향이 심각했지만 작업이 워낙 방대해 일단 위험물만 제거하고 문을 조용히 닫아 두었다.

급한 대로 처치가 되었다고 생각했건만 이것이 냉동고를 열 때마다 그 잔해처리 작업에서 무성의했던 것을 일깨워주는 듯 솔솔 묘한 향기를 내뿜고 있다.
또 바닥에는 여전히 빙수 한 그릇은 족히 나올 만큼의 맥주얼음이 나를 유혹하고 있고.
에라 그까이거, 냉동에 있는 것들이 거의 안주랑 관계되는 물질들로 서로 친하게 지내라고 당분간 그들에게 시간을 줄 생각이다.

숙제가 있다는 은근한 압박이 머릿속에 있는데도 계속 주변만 맴돌고 본론으로 들어가지 못하다가 문득 열어제낀 울집 냉동고땜시 이렇게 또 옆길로 새고있다.
IP *.153.35.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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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2005.12.24 00:51:59 *.193.36.93
글에서는 전혀 못 느꼈는데 만나뵈니 너무 시원시원하고 예쁘고 매력적이었고 멋쟁이셨고 그랬습니다. 술을 참 맛있게 드시는 모습도 인상적이었고요. 냉장고에 있는 맥주 한 잔 해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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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남
2005.12.26 13:05:35 *.48.38.156
앗, 드뎌 답글이 달렸당.히히
협박 주사 회유 애원이 그 결실을 맺는 감동의 순간입니다.
만나서 반갑고 답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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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닮
2005.12.27 22:24:52 *.145.41.132
하하 이 글이었군요. 다음 글이 기대되는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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