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떨때 행복하신가요?"

저는 이 질문을 지난 한해 동안 여러번 들었습니다. 크리에이티브 살롱9에서 진행되었던 인문학아카데미의 강좌를 모두 들었는데, 많은 선생님들께서 이 질문을 하셨거든요. 그 중에 기억나는 하나의 강좌는 그 자리에서 학생에게 묻고 선생님께서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해 주신 겁니다. 자신의 행복했던 경험을 학생들은 답을 했습니다.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차 한잔을 앞에 두고 햇볕을 쬐었을 때, 강변에서 바람을 쐬었을 때, 아이가 웃는 모습을 볼 때, 좋아하는 음악을 들을 때, .... 선생님은 라틴 댄스를 배우러 클럽에 갔을 때라고 하셨습니다. 클럽에서 춤을 출 때 신이나고 행복하셨다 합니다.

대부분 풍광이 멋진 곳으로 가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행복한 기분이 들때가 많습니다. 지금 이곳이 아닌 다른 곳으로, 지금 이 상황이 아닌 다른 상황으로 가는 것이죠. 선생님께서는 자신이 행복해지는 그곳으로 가라고 하시더군요. 그러시면서 행복하게 만드는 최고의 여행도 소개해 주셨습니다. 잠깐 눈만 감았다 떴는데, 지금 바로 여기에서 딴 세상에 온 듯이 세상이 달리 보이는 그런 여행이었습니다. 

회사에서 모니터와 업무일지를 보는 것과 카페에서 맥주 한 잔을 앞에 두고 있을 때가 보이는 것 생각하는것이 다르듯이, 잠깐사이에 지금 바로 여기가 이전에 보는 것과는 달리 보이고 생생하게 살아있는 느낌이 나는 것을 말입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뭔가를 특별히 준비할 것도 없이 떠난 지금 바로 이순간 여기를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오래전에 타임머신이 나오는 만화를 본 적이 있습니다. 한 남자가 우연히 타임머신 실험현장에 뛰어 들었고, 폭발과 함께 그 남자는 다른 세계로 가게 되었습니다. 그는 살아 있는 사람으로 지옥을 가게 되었고, 거기서 어려움에 처했습니다. 힘들면 '어머니'를 부르라는 조력자의 조언에 따라 '어머니'를 불렀고 돌아가셨던 그의 어머니가 나타나서 그를 도왔습니다. 그가 자신을 대신해서 지옥의 자신의 자리와 자리를 바꿔준 어머니를 구하러 가기 위해 모험에 나섰습니다. 그러가 그가 가게 된 곳은 여러 세상들의 경계이고, 미래이고 과거였습니다. 세상을 이렇게 만든 신에게 왜 그랬냐고 묻고 도전했고 신을 만났고 그는 답을 들었습니다. 그러다가 그가 여행 중에 또 뭔가에 휩쓸려 세상의 경계로 떨어져버렸습니다. 그가 떨어진 경계는 이 세상이었고, 돌아온 현재는 폭발에 휩쓸려 상처 투성이로 병원에 누워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가 병원에서 깨어 났을 때, 타임머신 실험을 한 사람들이 그에게 물었죠. 대체 어떻게 된 거냐고. 남자는 오랜동안 여행을 하고 돌아왔지만 현실에선 타임머신이 시간이 0.01초가 뒤로 간 것으로 기록되어 있고, 주변에는 커다란 폭발이 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남자에게는 삶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만화에서는 타임머신 상으로 본다면 아주 잠깐 동안 시간이 뒤로 물러났을 뿐인데, 한 남자의 삶은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삶이 되어버렸습니다. 인문학 강좌에서 선생님이 이야기해주신 최고의 여행은 '지금 바로 여기'가 이전과는 달리 보이는 여행이 만화 속의 이 남자의 여행이 아닌가 합니다. 자신을 사랑해준 사람을 만나고, 누군가를 위해 뭔가를 간절히 하고 싶었고, 자신의 힘으로는 풀 수 없었던 것을 풀고자 신을 만나고, 그 신에 분노하고, 이곳 저곳을 헤매고 지금 여기로 되돌아온 여행. 자신이 누군가의 사랑을 받았다는 것을 알았고, 또 누군가를 깊이 사랑한다는 것을 알았고, 이 세상은 이러하다는 것을 알게된 여행. 그렇게 여행하고 돌아온 세상은 여행 이전 세상과 한치의 달라짐도 없이 똑같지만, 지금 내 눈앞에 보이는 이 세상은 엄청나게 경이로운 세상이라는 것에 가슴이 벅찬 여행.

이런 여행을 우리는 때때로 하게 될 것입니다. 

저는 유자차를 마시고, 그것을 종이에 그렸습니다. 유자차를 마시는 순간이 좋았고, 종이에 연필이 스치고 색을 칠하는 것이 좋았습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다른 세상에 간 것처럼, 

이전과 똑같지만 전혀 같지 않은 세상으로 들어온 여행,

이 멋진 세상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