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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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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1월 15일 23시 32분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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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용사가 떠나는 날입니다. 오늘밤은 용사를 위한 밤입니다. 여지껏 용을 물리치러 떠나간 용사들 중에 단 한명도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고단한 모험을 하게될 용사를 위한, 오늘밤은 오로지 그를 위한 밤입니다. 무희들은 춤을 춥니다. 넘실대는 불빛에 무희들이 언뜻언뜻 보입니다. 무희들은 빨간색, 파랑색, 노란색, 초록색, 흰색, 보라색, 파란색, 각각 다른 색의 옷을 입고 있습니다. 용사의 눈에는 유난히 붉은 옷을 입는 무희가 눈에 띄었습니다. 그러다가 희미하게 그러나 분명히 같이 춤을 추고 있는 다른 한 무희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검은 옷을 입은 무희.

 

용사를 위한 밤도 지나고 그는 이제 문으로 들어설 시간입니다. 그를 떠나보내는 족장은 묻습니다. 어제밤의 춤에서 어떤 무희를 보았느냐고. 그는 검은 옷을 입는 무희를 보았다고 말합니다. 용사가 들어가게 될 문은 검은문입니다. 그 어떤 문을 통하여 떠나간 용사도 돌아오지 않았지만, 부족의 사람들은 검은 문이 가장 험난한 곳으로 가게되는 문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검은 문을 통해 들어온 세상은 스산한 바람이 불고 따뜻한 기운이라고는 하나도 없습니다. 그가 지나는 길에는 오래전 이 세계에 들어왔던 다른 용사들의 흔적이 있습니다. 용과 맞서 싸우다가 패배하여 죽어간 용사들의 주검 옆을 지나갑니다. 이제 막 이 세계에 들어선 용사는 자신이 어느 문으로 들어왔건 상관없이 결국은 이 세계에 들어오게 되고 용과 괴물들을 마주하게 된다는 걸을 알게 됩니다.

 

 

*

위 이야기는 오래 전에 읽은 이야기를 기억을 더듬어 재구성한 것입니다. 하도 오래 전에 읽어서 어디에 나온 이야기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만화였었는데요, 다른 세계에 가게 된 사람이 그곳을 구원할 사람으로 떠받들어지고 괴물을 물리치기 위해 어떤 문을 통해서 험난한 세계로 들어가서 결국은 괴물을 물리치는 모험을 하게 된다는 이야기의 앞부분에 나온 것입니다. 이 이야기가 떠오른 것은 예술가아파트라는 커뮤니티의 멤버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했기 때문입니다. 제각기 다른 분야에 푹 빠져서 자신의 분야에 대해서 무한한 매력을 느끼는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시에 푹 빠져있는 남자와 소설을 좋아하는 여자와 사진을 찍는 여자와 기타를 치며 작곡을 하는 남자를 만났습니다. 자신이 선호하는 쪽을 더 우월하다 말하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저는 그에 반대하는 입장이었고, 이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저 또한 제가 좋아하는 분야를 다른 어떤 분야보다 더 매력을 느낍니다. 저는 그림쟁이, 이미지로 된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다른 자극을 받더라도 시각적인 자극인 것처럼 해석하려 듭니다. 제게 말을 건 뮤즈는 그림쟁이를 위한 뮤즈일겁니다. 앞선 이야기에서처럼 어둠 속에서는 눈에 잘 안띄는 검은 옷을 입는 무희같이. 그렇지만 어떤 색의 옷을 입은 무희이건 그날밤 춤을 춘 것은 그옷을 입은 무희만이 아닙니다. 제 눈엔 그 무희가 보였을 뿐. 그리고 제가 들어간 세계는 검은 문을 들어가건, 파란 문으로 들어가건 결국은 같은 세계일거라 생각합니다. 돌아오지 못할지도 모르는 위험한 곳이지만 혼자서 떠나야 하고, 우리는 각자가 그곳에서 모험을 하게 될 겁니다. 때로는 우리가 들어선 세계에서 아직도 용과 괴물들과 맞서 싸우고 있는 다른 용사를 만날 수도 있을 겁니다. 시로 들어가건, 음악으로 들어가건, 집을 짓는 일로 그 세계에 발을 들여 놓건, 영화로 문을 열고 들어가건, 화학실험으로 그 세계에 들어가건 우리가 들어선 세계가 같은 것이 아닐까 합니다.

 

자신이 주인공이 되는 이야기를 스스로 만들겠다고, 그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겠다고 매일 새벽 2시간을 내는 <단군의 후예>라는 프로그램에 스스로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다른 하나의 세계 속으로 매일 새벽 들어가는 겁니다. 만일 당신이 이런 일을 한다면 어떤 문 속으로 뛰어드실건가요? 당신이 들어간 세계는 어떠한가요? 혹시 다른 사람은 쉬운 파란 문으로 들어갔는데, 자신은 더 힘겨운 검은 문으로 들어와서 괴물과 싸우기가 더 버겁다고 느끼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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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ember 17, 2012 *.197.129.192

정화님 그림과 글을 읽은 후로는 단군 새벽활동 도중에 잠들수가 없더군요.

덕분에 새벽활동에 충실합니다. ㅋㅋ

 

변경연에 발을 담근 꿈벗들이나 단군이들은 어쩌면...

검은 문으로 들어가기를 기꺼이 자청한 사람들이 아닐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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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ember 17, 2012 *.72.153.115

아후. 이런 미안스런 일이. 저는 요즘 그 문으로 안들어가서 좀 찔리는 데요.

아, 이런... 이런. 

신해님을 부추겼으니 저도 새벽활동 열심히 해야겠네요. 허... 이런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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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ember 17, 2012 *.10.140.115

검은문으로 들어간 용사..

 

그 문에는 용과 싸우다가 죽어간 많은 사람들의 주검..

 

그리고 괴물을 물려치고 그곳에서 돌아와 이야기를 전해준 주인공...

 

그 모험 여행에서 돌아올 수 있어야만 용사일까 그런 질문이 문득 마음에 다가 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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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ember 17, 2012 *.72.153.115

전해지는 많은 이야기에서는 용사는 보물을 얻어서 돌아와요.

그렇지만, 우리가 사는 세계에서는 보물을 갖고 되돌아오는 용사보다는 거기서 괴물들을 물리치지 못하고 죽는 사람이 더 많아요.

괴물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은 그 마음이 이어지고 이어져서 이런 이야기를 계속 전해요. 이야기를 전하는 사람은 용사를 그곳에 떠나보낸 마음이구요, 용사의 실패가 진실이라면 이루어졌으면 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바램 또한 진실이라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계속해서 그렇게 많은 용사들이 그 세계로 뛰어들었겠지요. 제가 생각하기에는 검은문으로 들어간 사람들은 모두 용사입니다. 돌아오지 못해도, 그 길을 나설 수 있는 사람이 용사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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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ember 18, 2012 *.10.140.21

그 길을 나설 수 있는 사람이 용사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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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알겠습니다.

 

그 길에 들어서신 님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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