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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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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3월 15일 10시 00분 등록

 

s-꿈그림12-탱고.jpg

 

탱고를 동영상으로 보고는 그 격정적인 것을 한번 그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둡고 그리고 원색적인 그리고 조금 지저분한 것 같은 인상이었습니다. 제게 탱고는 탭포가 빠르고 노이즈가 많은 음악입니다. 가수는 목소리를 곱게 부르지도 않습니다. 심지어는 왼손은 호주머니에 들어 있습니다. 제가 음악은 잘 몰라서 용어를 뭐라 할지 몰라 표현한 노이즈라고 한 것은 하모니라고 부르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코디언 연주자는 빠른 손놀림으로 드럼을 두드리듯이 공기통을 들썩입니다. 바이올린 연주자는 활로 현을 뜯듯이 고음을 계속해서 짧게 내며 신경을 곤두서게 합니다. 그런 기묘한 조합들이 소음처럼 들리는 멜로디라인을 만들어 냅니다.

 

그걸 그리고 싶어서 몇 번이고 같은 동영상을 보았습니다. 영화 물랑루즈의 탱고부분입니다. 클럽의 무용수들과 악사들이 홀에서 한가하게 쉬고 있을 때, 극작가는 홀로 초조합니다. 다음 공연의 여주인공이자 사랑하는 여인이 후원자와 저녁식사를 하러 갔기 때문입니다. 그 모습을 본 남자 무용수 하나가 극작가의 마음을 심란하게 하며 늙은 여자 무용수와 탱고를 시작합니다.

 

남자 무용수의 크고 고압적인 목소리, 여자 무용수의 값싸고 비웃는 듯한 웃음소리, 다른 남자 무용수의 손길, 클럽의 악사들의 초조해하는 눈빛, 여자 무용수의 찌뿌린 표정, 클럽의 강한 조명, 바닥을 구르른 구두소리가 악기를 뜨는 듯한 소음 속에 뒤섞입니다. 그 장면을 보는 동안 저는 얼굴이 찌뿌려지고 욕을 내뱉고 싶고, 그리고 소리를 지르고 싶었습니다.

'그만'

 

탱고의 가사는 뭐 이런게 다 있어라고 할만큼 씁니다. 이전에 알고 있던 아름다운 사랑고백이나 자연의 아름다움이라거나 그런 것이 아니라 얼굴을 찌뿌리게 만드는 뭔가를 포함합니다. 그래서 탱고가 제게는 중독적인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싫어하는 뭔가로 찌르고 들어왔는데 그건 전체적으로 보자면 무척 매력적입니다.

 

물랑루즈를 보며 드로잉한 것을 수채화 종이에 옮겨 그리다가는 전체 구도를 보기 위해 이전에 스케치를 한 것에 선을 집어넣다가 그 조합이 꽤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걸 살려보고 싶은 생각이 들어버렸습니다. 종이는 너무 얇아서 제대로 수채물감의 색을 낼 수 없는 것인데도 말입니다. 뒤쪽에 두꺼운 종이를 대면 괜찮겠다 싶어 밀가루로 풀을 쑤었습니다. 불을 끄고 풀이 식는 동안 종이를 준비하는데 부엌에서 타닥타닥 하는 소리가 납니다. 끈줄 알았던 가스불은 약하게 켜져있고 풀은 냄비 바닥에서 마르고 부풀어서 터지고 있습니다. 꼭 탱고같은 상황입니다. 며칠간 구상한 주제를 제치고 다른 게 그리고 싶고, 연습으로 그린 것이 눈에 들어 기껏 준비한 수채화 종이는 제쳐두고 배접을 준비하고, 그러다가 풀을 태워먹고, 다시 풀을 쑵니다. 춤을 추다가 스텝이 꼬이기 시작할 때 그때부터가 진짜 탱고라는 말을 떠오릅니다.

 

'그게 그렇게 멋진게 아닐지도 몰라.'

'이 콩을 먹으면 사는 동안 계속 배가 아플거고, 키가 잘 크지 않을거야.........'

 

그걸 알면서도 저는 그 콩을 먹어버렸고, 저는 지금 그림을 그립니다.

물랑루즈 속의 작가는 공연과 사랑이라는 것 속에서 흔들릴 여자를 초조함 속에서 기다립니다. 기대하지 않았던, 기대조차 못했던 꼬임이 겹쳐지면서 사랑은 커져버립니다. 의도한 동작과 의도하지 못한 꼬인 스텝이 합해서 탱고가 되듯이, 주요 선율과 노이즈처럼 들리는 수많은 소리가 합쳐서 하나의 탱고가 되듯이, 어쩌면 그때 먹으면 아픈 줄 알면서도 콩을 주워 먹을 때 그런걸 막연하게 기대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앞으로 기묘한 조합들을 만나게 될 것이고, 그것들이 서로를 증폭시킬 것이라는 것을.

 

음악, 춤, 그림, 사랑, 꿈, 인생은 ...... 잘알려진 것들과 무엇이라 이름붙이기 어려운 이상한 것들의 조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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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ch 15, 2012 *.111.206.9

오, 놀라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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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ch 16, 2012 *.72.153.115

이번에도 색에 반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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