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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센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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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3월 21일 09시 13분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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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마비루, 오카와리!” 푸른색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어젖힌 한 남자가 혼자 앉아 술잔을 기울인다. 그는 가끔씩, 한달에 한 두번 정도 찾아와 저렇게 닭꼬치 몇 점과 함께 생맥주 한 두잔, 소주 두 세잔 정도를 마시고 돌아간다. 나는 그가 들어오면 간단하게 몇 마디의 안부를 나누고 생맥주 한 잔을 내어준다. 그 뿐이다. 


물론 이 곳에 단골들만 오는 것은 아니다. 신주쿠의 한 귀퉁이에 자리잡은 허름한 이 골목은 어찌된 일인지 해외에서도 제법 유명한 모양으로 외국인 여행객들도 자주 찾는다. 서툰 일본어로 혹은 손짓 발짓으로 술과 안주를 주문하고, 뭐라하는지 알 수 없는 그네들의 말로 신나게 떠들다 돌아간다. 


그렇게 잔은 비고, 채워지고, 가끔은 비도 내리고, 어느새 밤은 깊어간다. 또 하루가 가고, 흘러간 그 만큼의 시간이 이 골목 안에 쌓인다. 나는 오늘도 여기 오모이데 요코쵸에서 닭꼬치를 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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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시간에 대한 두가지 은유가 있습니다. 하나는 우리가 사는 하루가 그러하듯 끊임없이 반복되며 돌아간다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강물처럼 혹은 기차처럼 과거에서 미래로 흘러간다는 것입니다. 


“치붐바 치후마 (아침 노을이 시작됨), 치붐바 치테밀레 (아침 노을이 완성됨), 리랑가 리후마디 (해가 보이기 시작함), 리랑가 리크베라 (해가 뜸)...” 


아마도 이처럼 태양을 기준으로 시간을 이야기하는 아프리카의 응고니족에게 시간이란 하루처럼, 또는 계절처럼 돌아가는 어떤 것이겠죠. 이런 시간의 흐름 속에서는 모든 것은 정해진 때가 있는 법이고, 또 끊임없이 순환하는 것입니다. 일종의 농업의 시간이기도 하죠. 


“사람들은 시계를 손목에 차고 점심 식사로 무엇을 먹을 것인지 고민하면서 주식 관련 서류에 시선을 둔다. 많은 사람이 무엇인가를 놓칠까 봐 불안해하며 살아간다. 이익을 좇는 삶은 끊임없이 자신의 정신을 스스로 소진할 때까지 자기 가식, 기만 혹은 앞지르기에 서버리기를 강요하기 때문이다. 남보다 짧은 시간에 무언가를 하는 것이 이제 진정한 미덕이 되었다. “


반면 19세기를 살았던 니체가 묘사했던 당시 도시인들의 모습처럼 전혀 상반되는 시간의 개념 또한 존재합니다. 얼핏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과 오버랩되기도 합니다. 이에 따르면 시간은 미래를 향해 쭈욱 뻗어있는 길과 같은 그 무엇입니다. 일명, 산업의 시간 혹은 미래와 진보의 시간입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간을 이 두가지 은유로만 붙잡기는 조금 어려울 듯 합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의 시간은 때로 광속으로 달려가기도 하고, 늘어지기도 하고, 때로 산산히 파편화되기도 하니 말입니다. 시간이 멈춘듯한 오모이데 요코쵸의 허름한 이자카야에서 닭꼬치를 씹으며 맥주잔을 기울이다보니, 언젠가 친구들과 사뭇 진지하지만 별 쓰잘데기 없는 고민을 나누며 발라 먹었던 - 이제는 사라진 피맛골 어느 가게의 - 비릿하고 고소한 고갈비 맛이 그리워집니다. 


어쩌면 진정 아름다운 도시란 모든이에게 단 하나의 시간을 강요하지 않고, 그 넓은 가슴 안에 각자가 지니고 있는 다양한 시간의 흐름들을 한데 품어내는 곳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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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ch 21, 2012 *.72.153.115

난 너의 사진이 좋아. 너만의 특색이 있어서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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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특색... 그게 뭘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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