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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2월 29일 09시 24분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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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달리기를 좋아하지 않았다. ‘달리기는 몸에 안 좋아’라고 굳게 믿고 있는 남유럽의 뚱뚱한 할머니 정도까진 아니더라도, 사실 몸을 쓰는 운동 자체를 싫어하는 편이다. 그런데, 그날은 뜬금없이 달려보고 싶어졌다. 집에 들어서자마자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이어폰을 귀에 꽂고 집을 나선다. 남들과 같은 방향으로 뛰는 것은 왠지 내키지 않아 사람이 달리지 않는 곳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컴컴한 골목길을 달리기도 하고, 같은 자리를 맴돌기도 하고, 막다른 길을 만나 되돌아 오기도 하다가 흐릿한 달빛 아래서 다음과 같은 표지판을 만났다. 늘 지나쳐다녔지만 미처 보지 못한 문구였다. “これより先は全て自己責任!(여기 이후는 모두 자기 책임)” 그는 그 경고 문구 앞에 서서 어둠에 가려 보이지 않는 그 너머를 들여다보며 한참 동안 서 있었다. 보이지 않는 밤구름이 흘러가는 틈새로 어렴풋이 별들이 반짝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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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한 때 별이었다고 합니다. 욕망이란 단어의 라틴어 어원, desiderare의 뜻은 잃어버린 것에 대한 그리움을 뜻하며, 이 라틴어는 다시 sidus, 즉 별이라는 단어를 품고 있습니다. 이에 따르면 결국 우리는 별이 사라진 것을 그리워한다는 뜻이 됩니다. 지구 또한 우주의 먼지에서 시작되었으니, 그 안에 머물고 있는 우리 또한 어느 머나먼 별의 먼지에서 나왔겠지요. 


어쩌면 우리 자신을 진실로 산다는 것은 태어나면서 잃어버린 그 별을 찾는 과정에 다름 아닌지도 모릅니다. 살아가면서 강제로 부여된 사회의 욕망이 아닌, 자기 안에 내재되어 있는 그 별의 흔적을 되살리는 것, 그리고 그 아릿한 그리움의 향기를 따라 영혼 속에 새겨져 있는 오래된 별빛의 기억을 따라가는 것...     


“내 속에서 솟아 나오려는 것,

바로 그것을 나는 살아보려고 했다. 왜

그것이 그토록 어려웠을까.”


그러나 ‘데미안’의 머리글에서 헤르만 헤세가 고백하듯이, 그 길을 따라가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듯 합니다. 하지만 어차피 주어진 인생은 자신의 것이고, 그 인생의 책임 또한 자신에게 있으니, 이 여행의 끝에 그 누구를 원망할 필요 따윈 없겠죠. 봄의 기운이 살짝 비쳐나오는 주말 오후, 그들은 경고 문구 - 사실 위의 경고문은 어느 공원의 스케이트 보드장 앞에 붙어 있었습니다 - 에는 아랑곳 없이 즐겁게 스케이트 보드를 타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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