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오늘의

Image

일상의

  • 한정화
  • 조회 수 4131
  • 댓글 수 10
  • 추천 수 0
2012년 2월 2일 02시 54분 등록

s-꿈그림6-사람울타리.jpg

 

 

'그제야 난 그들 중 누구도 그림을 그릴 줄 모른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발바닥부터 머리 꼭대기까지 그들 몸 전체에 그려져 있는 그 그림들은 도대체 어떻게 생긴 것일까요? 나는 거인들 중에서 가장 키가 큰 안탈라의 등을 장식하고 있는 아홉 명의 인간 형상들 사이로 열 번째 인물이 드러나기 시작하는 것을 알아 보았습니다. 처음에는 불분명했다가 점차 뚜렷해진 그 인물은, 그들 가운데 가장 키가 작았고 실크 해트를 쓰고 있었습니다!

 

더구나 그들의 피부는 대기의 미세한 변화에도 반응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살랑거리는 미풍에도 몸을 떨었고, 금갈색 태양 빛에도 이글거렸으며, 호수의 표면처럼 일렁이다가, 폭풍 속 대양처럼 장엄하고 어두운 색조를 띠기도 했습니다.

 

그제야 왜 그들이 이따금씩 애처로운 눈길로 나를 바라보는지 깨달았습니다. 그들은 왜소한 내 체구보다도 말 못하는 내 피부를 더 가엾게 여겼습니다. 그들이 보기에 나라는 인간은 말이 없는 존재였던 것입니다!'

 

프랑수아 플라스의 그림책 중에 <마지막 거인>이라는 책에는 어느 날 우연히 거대한 이빨을 얻게된 지리학자가 거인을 찾아나서 그들을 만나고 겪게 된 이야기가 나옵니다.  

 

저는 어제 도서관에서 많은 그림책들을 보았습니다. 그중에 고흐의 '슬픔'이란 판화가 자꾸 눈에 들어왔습니다. 어제는 우리집 수도가 이번 겨울에 5번째로 언 날입니다. 추위가 닥칠 때마다 날이 풀릴 때까지 2~3일씩 반(半)노숙자 생활을 4차례나 겪었습니다.  집주인이 안고쳐 준다면 비싼 수리비용 부담하고라도 고쳐야 하나 반노숙 5번째를 겪어야 하나 생각하니 억울해서 눈물이 났습니다. 친구가 수리비용 자기가 댈테니 울지말라고 위로해 주었습니다. 위로를 듣고나니 머리가 맑아졌습니다. 그래서였던가 봅니다. 그림 속의 여자가 혼자 울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던 것은.

 

사람의 울타리가 필요합니다. 그림 속 여자에도, 제게도 사람의 울타리가 필요합니다. 이번 겨울은 너무나 춥습니다. 제발, 이제는 추위 없이 겨울이 끝나기를, 제발, 제발.......그러나 그런 기도로는 모자랍니다. 그 기도로는 눈물을 멎게 할 수 없네요.
 
<마지막 거인>의 실크 해트를 쓴 열번째 인물, 지리학자처럼 저 또한 말못하는 피부를 가진, 말이 없는 존재입니다. 그래도 괜찮았지요. 그런데, 이제는 그러고 싶지 않습니다. 전화로 전해진 위로가 혼자 울게 하지 않았던 것처럼, 저도 말해야겠습니다.
물론 저는 사람에, 자연에 반응하여 말하는 피부를 가지지 않았으니 피부대신에 스케치북에 그려야겠지요.
'당신과 내가 함께 있습니다.'
'당신은 내게 000입니다.'

'00를 원한다구요? 음, 그래요.'

'바람이 더이상 차지 않습니다.'

'그래요, 그렇군요!' 라고.

 

* 고흐 <슬픔>을 변형하여 그림

* 저희 집에는 이제 수도물 쪼로록 흐르는 소리가 납니다. 6번째가 닥쳐도 괜찮습니다. 

 

IP *.72.153.115
프로필 이미지
February 02, 2012 *.128.229.185

정화야,

계량기통 속에 옷가지를 넣어  얼지 않게해라.  그곳이 가장 취약하다. 

밤에 잘 때 수돗물을 조금 틀어 놓고 자야한다.   

프로필 이미지
February 02, 2012 *.52.149.38
네 사부님 수도물 틀어놓고 잘께요.
프로필 이미지
February 02, 2012 *.30.254.21

저희 집도, 두번 얼었어요.

워낙 오래되고 노후한 아파트라 복도식이고, 복도 창문이 없거든요.

계량기 통속에서 옷가지를 넣고도 얼었지요.

열선을 설치하면 가장 좋아요. 전기 아저씨에게 얘기하면 5만원~7만원 정도 합니다.

(저희 동네가 의정부라 조금 싸요..)

주인집이 안해주거나, 열선설치가 어려우면 별수 없이, 드라이기로 녹여야 해요..

연결선으로 길게 해서 드라이기로 계량기 함과 주위에 뜨거운 바람을 쪼이세요

 

5분 정도 하면 얼은 수도관이 녹아요. 물 나오면, 그 다음부터는 사부님 말씀대로

수도물값 조금 더 나와도,  온도가 내려가는 저녁부터는 물을 아주 약하게 조금 틀어놓고 자는게 낫습니다.

프로필 이미지
February 02, 2012 *.52.149.38
물 조금 틀어 놓기, 열선감기, 드라이기로 녹이기, 끓인물 붓기, 스팀으로 녹이기 모두 안통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공사장에서 전기연결해서 녹이는 걸로 해서 녹았죠.

12월 초에 3층사람이 집을 팔고 이사를 갔는데, 2달간 아래층이 빈집이었습니다. 3층에서 4층으로 올라오는 구간에 벽속의 수도관이 자꾸 얼었습니다. 지금은 여러가지 노력을 다 동원했습니다. 물론 3층도 새로운 사람이 이사왔구요. 물도 많이 틀어놨고, 수도꼭지와 계량기 속에 열선도 감았습니다.

이제는 괜찮길 바랍니다. 괜찮을 겁니다.
이제는 마음이 따뜻해져서 다시 얼어도 괜찮습니다. 다시 2~3일은 버틸 수 있습니다. ^^*
프로필 이미지
February 02, 2012 *.216.38.18

정화씨.

고흐의 <슬픔>을 멋지게 재구성하셨군요!

<마지막 거인>을 읽어봐야겠네요! 좋은 그림, 글.. 진수성찬입니다!

프로필 이미지
February 02, 2012 *.52.149.38
<마지막 거인> 삽화나 내용 모두 명작입니다. 강추입니다. ^^*
프로필 이미지
February 02, 2012 *.138.53.71

아마도 오늘, 내일 북극 한파만 넘기면

올겨울 추위도 한 풀 꺽이리라  생각합니다.

화이팅!

마음이 따뜻해졌다니 다행이에요~^^

 

 

프로필 이미지
February 03, 2012 *.72.153.115

50년만의 추위!

곧 입춘이라네요. '입춘대길!!!!'

프로필 이미지
February 02, 2012 *.111.206.9

오, 훌륭해....

프로필 이미지
February 04, 2012 *.10.140.146

얼고 풀리고..

다섯번의 얼림은 또 다른 다섯번의 풀림을 만들어낸 것 같군요.

그리고 이제 여섯번째도 두려워 하지 않는 마음을 만들어 준 것 같아요.

 

그러다 보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봄이 오겠지요.

오늘이 입춘이라네요....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겔러리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