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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4월 3일 12시 00분 등록




선생님의 강연과 영남권 모임에 갔다가 청송의 주산지에 들렀습니다.
150년 물 속에 허리를 묻고 사는 왕버들을 보았습니다.
내가 그를 사진에 담을 때 그가 내게 했던 이야기를 옮겨 봅니다.


그대가 양지 바른 정원에 뿌리를 내렸을 때
내 삶은 이 곳 주산지 물속에 허리를 묻었다.

150년 세월. 간혹
마른 땅을 그리워한 날도 없지 않았으나
나는 이 곳에서
꽃 피우기 게으른 적 없었다.

부족한 호흡.
몸을 뒤틀어야만 하늘로 닿는 길을 열 수 있지만
나는 이 곳을 제제창창(濟濟蹌蹌) 지켰다.

내 어깨에 기대어 삶을 잇는 텃새와 철새들,
내 뿌리에 은거하며 알을 품는 버들치들,
내 줄기에서 물을 머금는 원생의 이끼들, 애벌레들…

갇히고 휘어졌거늘
내 삶에 기대는 어느 생명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IP *.116.4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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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8.04.03 12:11:13 *.36.210.80
앵글이 너무 가까워서 잘 안 나타난다. 광각 랜즈라 그러한가? 한숙의 사진이 더 좋은 것 같아.

그대 책 속의 글로 한 편의 시를 엮어넣는 것도 좋겠구려.

그녀의 사진도 올려주면 좋겠는데. 참 좋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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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미
2008.04.03 15:19:04 *.128.30.50
주산지군요
언제 어느때 보아도 그때마다 다른 맛이 나면서
하나됨이 있는 곳.
그 영화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처럼요.

아 가고싶다. 보고싶다. 주산지의 투명한 어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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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놈
2008.04.03 22:39:26 *.116.42.67
사진으로 그 숙연한 삶을 제대로 담지 못해 저도 안타깝습니다.
자욱한 새벽 안개 하늘로 피어오르고, 막 동이 터오르며 색온도를 높이기 시작할 때 이 곳에 진짜 망원렌즈를 들고 찾아간다면 혹시 그 숙연함을 담을 수 있지 않을까...^^
김주한 포토그라퍼를 모시고 꿈섭아빠 꼬셔서 새벽 출사를 해볼까... ㅎㅎ
이은미 연구원님도 동참한다 손을 들라나?
사진을 공부하기 시작한 써니님도 손들고 길연구가도 손들겠지?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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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은
2008.04.04 01:31:50 *.248.75.5
써니님 제가 보내준 사진은 반칠환 시인님의 것입니다. 함께 보낸 시 역시 그의 시입니다.
백오가 찍은 사진은 찍던 당시의 조건에서는 완벽해요.
아주 근사합니다.
물에 드리운 그림자와 나무의 경계가 없어서 더 그렇군요.
백오의 시도 아주 좋습니다.
왕버들은 침묵의 말로 모든 이에게 감동을 주고 있군요.
그래도 그는 여전히 물 속에서 살아야 하는 고충을
숙명처럼 지고 존재해야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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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산
2008.04.04 01:46:01 *.131.127.38
사진 속엔 증거가 있고

글 속엔 보는이의 마음이 있군요!


그리고

저는 한 동안

이 생각 저생각 하게 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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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화
2008.04.04 18:35:07 *.247.80.52
아-

나무의 말인지, 백오님의 말인지... 하여간 눈물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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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파 김주한
2008.04.05 00:52:59 *.205.219.206
물 위쪽의 나무보다 물에 비친 나무의 모습에 더 많은 화각을 할애한 것은

나무가 그 척박한 환경에서 150년을 살았던 이유가 자기자신을 위함이

아니라 자신에게 기대고 있는 생명들이라는 것을 이야기하는 군요.

백오님 얼굴 뵌지 오래됐네요.

작년에 비오는 숲에 갔다가 함께한 인적없는 식당에서의 술 한잔이

그리워지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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