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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 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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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4월 12일 11시 24분 등록
우리는 키스에 약하다. 우리가 보기에 키스는 너무 노골적인 감정표현이어서 좀 역겨운 짓이라고 한다.이와 유사한 동서양간의 생활문화의 차이가 많기도 하지만 이것이 가장 대표적인 것이 아닐가 한다.

누구나 첫사랑의 짜릿한 첫키스의 달콤한 맛을 큰 보물인양 가슴 깊숙이 간직하고 산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밤생활에서는 이것이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아마 밤생활에서는 이것이 없다면 하고 상상만 해도 그다음 말을 찾지 못할 정도로 답답해 질 것이다.

우리는 감정표현을 자제해왔고 특히 남앞에서 더욱 그정도가 심했고 이제는 이런 현상이 익숙다 못해 아예 이런 짓을 할줄 모르고 산다. 이제는 우리도 그럴 필요가 없어 많은 사람들이 특히 새내기들은 앞다투어 스스럼없이 남앞에서도 키스를 한다.내가 외국에서 살면서 내처와 가끔 키스를 하게 되면서 묘한 감정을 느끼던 것을 얘기해볼가 한다.

누가 뭐래도 세상살이에서는 남과 같이 어울리면서 배우는 것이 자연스럽고 쉽게 된다.그래서 나는 카나다에 살면서 내처와 좀 어색하지만 남들 처럼 남앞에서도 가끔 키스를 한다.오랜만에 공항에서 만날 때 헤어질 때 키스를 하고 아니하면 마누라도 나도 좀 서운하다. 이자연스러운 감정표현을 안하고 산다는 것은 얼마나 재미가 없을가. 경우에 따라서는 꼭 입맞춤이 아니라도 hug(얼싸 안는 것)나 빰을 맛대는 것은 그냥 눈인사만 하거나 악수만 하는 것보다 느껴지는 그 친밀감은 비교가 안된다.

맨처음 내가 카나다에 살러 먼저 가 있는데 몇달 지나서 이민 수속을 위해서 내처가 내 있는 곳인 토론토에 왔었다. 공항에 마중하러 갔었는데 처음 이민 수속은 공항에서 부터 시작된다. 그때 공항 상봉장소에 만나면 파죽이 되어서 나온다. 서로 국제통화도 하고 이메일도 주고 받으면서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기는 하지만 막상 만나는 것은 다르다.거기다가 우리는 결혼하고 헤아릴 수 없이 심한 싸움을 했지만 그래도 서로 좋아선지 용기가 없어선지 잘 모르겠지만 떨어져 살지는 않았다.

새로이 남은 여생을 같이 살겠다고 작심한 곳에서 다시 만났는데 맘속으로 한없이 반가웠지만 그저 덤덤하다. 이런 경우에 그냥 헤어지고 마는 경우도 가끔은 있더라.다시 만났을 때 가벼운 hug는 한것 같은데 키스는 엄두를 못냈다.그러다가 10여일 동안 와이프가 있다가 한국에서 일이 정리가 아니되고 애들 문제가 매듭이 아니되어서 6개월 정도 생각하고 다시 내처는 한국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이 10여일 동안 우리는 새로이 둥지를 터야 할 곳에 서로 맘을 맞추어야 할 일이 너무 많았다. 그러니 여지껏 살아 오면서도 걸핏하면 싸워 댔는데 이때도 싸울 거리가 많았다. 무엇을 하면서 먹고 살아야 하느냐.한국에 살림을 어떻게 정리하고 와야 하느냐. 이삿짐을 어느 선에서 정리하고 가져와야 하느냐 특히 내가 그간에 아끼던 책들을 어떻게 정리내지 처분해야 하느냐. 그때 싸울거리를 나열하자니 골치가 아프다.그래서 오랜만에 만나고 10여일 밖에 같이 지내지 못하는 데도 참지 못하고 큰싸움을 했다.이렇게 굵직 굵직한 일에 고집이 세고(내처는 절대로 고집이 세다는 것을 인정을 하지 않는다.이것또한 가끔 싸움거리가 된다.)개성이 강한 사람과 나또한 여기에 호형호제하는 족이라 그냥 조용히 지내는 것이 우리가 살아온 것에 비추어 보면 이상하다.

그러다가 와이프를 다시 한국으로 보내는 날 새벽에 그런 상태로 이사람을 보내었다가는 내처는 몰라도 내가 감당해야할 마음의 짐이 너무 무거울 것 같아 내가 백기를 들기로 했다.그래도 명분은 있어야 한다.서로 잘해볼려는 의욕이 지나쳐 너무 강한 의지로 덤벼들다 보니 충돌이 되었다. 적절한 선에서 휴전을 하고 정 맘에 안들어 결정을 할 수 없는 것은 뒤로 미루고 왠만한 것은 딱 중앙선을 끄어서 타혐을 하기로 했다.그러면서 한국의 일은 와이프가 하고 카나다의 일은 내가 대부분 처리하기로 했다.

얘기를 매듭짓고 와이프를 공항에서 수속을 끝내주고 이제는 헤어져야 한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그냥 붙들고 그만 키스를 그것도 길게 해버리었다.그리고 나니 눈물이 핑돈다. 이것이 지금으로 부터 5년전의 일이다.나는 이것을 어제의 일처럼 기억한다. 그리고 나서 내가 가질 수 있었던 마음의 평화와 아내한테 느낀 따듯하고 애뜻한 마음은 가늠이 안된다. 이때 느낀 짜릿한 감정은 여지껏 우리가 가졌던 부부관계에서도 가져 보지못한 것이다.그래서도 서양사람들이 키스를 하는 구나 했다. 이렇게 좋은 것을 우리는 잘 못하고 산다.억울한 일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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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8.04.13 02:56:25 *.36.210.80
와... 멋지시네요. 나이들어가면서 아내와 그러한 애정을 나누는 노력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되어요. 그리고 평화로운 일상이 된다면 더욱 좋겠지요. 옆집에 가서는 절대 하시지 않으시겠죠? ㅎㅎ 미국에 가서 20 년도 훨씬 넘게 살고 있는 울 오빠는 어떻게 살고 있을지 궁금해 지기도 하네요. 제가 보기에는 별로 바뀌어 있지 않을 것 같기도 하지만요. 빨리 노 비자가 되면 가서 물어보고 와야겠어요. 늘 그날처럼 아름다운 생활을 이끌어가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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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안나
2008.04.15 23:37:50 *.92.140.235
키스라니... 이수님 정말 대단하세요. 끝까지 화이팅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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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10 05:55:29 *.212.21.111
서양인들이 하는 키스와 수줍은 오랫동안 하지 않은 우리들의 키스는 조금 다르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반복적인 키스는 그저 눈인사라라면

모처럼 마음을 담아서 이런 사랑의 입맙춤은 눈을 보고 그사람의 마음속에 들어가는 인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키스라는 주제로 나도 어떤 추억을 떠올릴까 생각이 들어보게 하는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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