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커뮤니티

살다

여러분이

  • 이승호
  • 조회 수 1749
  • 댓글 수 2
  • 추천 수 0
2008년 3월 23일 20시 22분 등록
나:‘어머니, 서울 올라가서 저희랑 같이 사시죠’.
어머니:‘싫다. 벌어도 여기서 벌고 살아도 여기서 살테니까 신경 쓰지 마라’.

08년 2월 구정 명절. 고향에 내려가서 어머님과의 대화 내용중 일부분이다. 일흔이 넘으신 연세에도 어머님이 아직도 시장에서 장사를 하시고 계시는 모습이 막내인 내가 보기에도 안되어 보여서, 작년부터 이야기 했었던 내용을 또했던 것인데 어머님은 역시나 완강하신 모습을 보이셨다.
아니, 막말로 서울 올라가서 살면 좋으실텐데 왜그러실까? 남들처럼 노년에 좋아하는것 배우러 다니시고 노래교실도 다니는등 편하게 사셔도 될텐데 왜 그렇게 고집스럽게 서울로 오기를 싫어 하시는 걸까? 의문을 갖고 있던차 시몬 드 보부아르의 ‘노년’의 책을 읽고 그 하나의 해답을 재확인 할 수 있었다.

해답의 첫 번째는 보부아르의 ‘자기 일이 없는 여가란 자주성이 상실된 것이기 때문’이다란 문구에서다. 자식들에게 용돈을 받고 있지만 아직도 자신의 일을 조금이라도 하고 계신덕분에 아파트 관리비며 손녀의 용돈을 줄 수 있는 것이, 어머니에게는 고생일수도 있지만 반면 행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몇십년째 이런 생활을 하고계신 어머님을 무작정 서울 우리 집에 오시게 하면 아마 어머님은 일을 그만두시게 되고, 자신에 대한 존재의 의미를 상실하게 되지 않을까? 연세가 있는 분들에게 있어 본인의 일이 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기에 말이다.
두 번째는 사람간의 관계이다. 후배중에 떠오르는 비즈니스 사업의 하나인 실버타운에 근무하는 녀석이 있다.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나자신도 실버타운은 물좋고 공기좋은 말그대로 산골에 시설이 되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 그런데 후배가 하는 말이 그런데 시설을 해놓으면 사람들의 분양율이 떨어진단다. 이유가 뭐냐고 물으니까 후배녀석 왈 ‘노인분들은 외롭기 때문에 가족이나 친구분들과의 관계가 쉽고 왕래가 편한 도시인근에 설치가 낫다는 것’이었다. <노년>의 책에서도 샌 안토니오에 있는 빅토리아 플라자의 사례를 소개해 놓고 있다. 빅토리아 플라자의 성공은 그곳이 도시의 한가운데에 자리잡고 있으며, 그래서 가족들과 단절되지 않았다는 사실에서 오는 것이다.
반평생을 지방에서만 사셨던 어머니가 막내 내외가 있지만 이역만리 서울에 오셔서 친구도 없고 생소한 곳에서 과연 생활을 잘하실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책을 통해 더욱 들었다. 아무리 우리가 잘해드린다고 한들. 특히나 우리나라처럼 관계 중심적인 고맥락 사회(구본형의 ‘코리아니티’)에서 말이다. 하지만 이런 점들이 이해가 되면서도 한편으로는 조금은 씁쓸한 감정이 드는 것은 왜일까?

개인적인 사례였지만 대중매체에서 최근 자주 언급되고 있는 내용중에 하나가 우리나라의 고령화 사회 진입이다. 그중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세계에서 유례가 없을 정도로 매우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는데에 있다. 산업화의 빠름에 따른 폐혜성이 나타나듯이 이 빠른 고령화에 따른 폐혜성도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빠른 시간내에 우리 자신들에게 닥칠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가 밝혔듯이 선진국은 고령화사회에서 고령사회로 진입하는데 보통 40~115년이 소요되는데 반해, 우리나라는 2019년에는 65세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14.4%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2000년에서 불과 19년만에 고령사회로 이행되는 것이다.

작금의 이런 상황에서 40대인 나자신도 요즈음은 60대 이후의 노년의 모습을 아주 가끔씩 떠올려 보게 된다. 세상의 빠름속에 과연 나는 어떤 모습으로 존재하고 있을까? 물론 이같은 상황에서 상상만이 아닌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하여야 하고 대비해야 하는 것은, 위에서 언급한 노년이 되어서도 할일이 있다는 것과 단절되지 않는 관계의 연속성을 어떻게 이어나가느냐의 전체적인 문제가 선결이 되어야겠지만.
IP *.221.96.87

프로필 이미지
써니
2008.03.23 20:39:46 *.36.210.80
마무리 책을 <노년>으로 하다보니 좀 숙연해 지는 느낌이네요. 그동안 애쓰셨습니다. 글이 점점 좋아지는 것을 보니 계속 하시면 더 훌륭해 지시겠죠? 좋은 결과있으시기를 기원합니다.
프로필 이미지
이승호
2008.03.24 11:38:10 *.107.35.44
감사합니다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