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커뮤니티

살다

여러분이

  • 김용빈
  • 조회 수 2054
  • 댓글 수 6
  • 추천 수 0
2008년 3월 24일 02시 24분 등록
왜, 우리가 원하는 인생을 살기가 그토록 힘든 것일까?
왜, 하기 쉬운 일은 인생에 별 도움이 안되고, 인생에 도움이 되는 일은 그리도 어려운 것일까?
하기 쉬우면서도 삶에 도움이 되는 것이 있다면 좋을 터인데. 왜, 요런 것은 없단 말인가? 인생이란 굴레에는.

우리가 하기 쉬운 일들을 순서대로 한 번 나열해 본다.
TV보기 > 라디오 듣기 > 책 읽기 > 글쓰기 > 책 출판, 프로젝트 성공이나 창업 등 '현실에서 원하는 것을 실현시키기' 등.
칙센트미하이라는 심리학자는 ‘시동에너지’ 라는 용어를 이용하여 가치 있는 일들의 먹이사슬(?)을 설명한 적이 있다. 즉, 가치는 있으나 행동으로 옮기기 어려운 일들은 대부분 ‘시동에너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책 읽기는 TV 보기 보다는 더 많은 시동에너지를 필요로 하며, 책 쓰기는 읽기에 비해 더욱 많은 시동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에 행동으로 옮기기가 상대적으로 어렵다는 얘기다.

그런데 나는 언제부터인가, 나의 책을 쓰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언제부터인가 읽기는 어느 정도 즐거움도 느끼면서 별 시동에너지 없이도 가능하게 되었는데, 어느 시점에서부터인지 책을 써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되었다. 그 가장 큰 원인은 독립 즉 자립의 수단으로 내가 책 쓰기를 선택하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글쓰기는 역시 읽기 보다는 여전히 껄끄럽고 좀 더 능동적인 자세를 요구한다. 폭넓고 정확한 지식이 필요한 것은 당연하고, 표현력까지 요구되니 말이다. 학창시절에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조차 없었던 나에게는 쉽지 않은 것이 어쩌면 당연한 것이리라. 일 년 반 정도 나름대로 글을 써 봤지만, 품질은 고사하고 생산량에서도 문제가 있어 과연 내가 책을 낼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품게 되어 고민하다가 최근에 변경연 연구원에 도전하였던 것이다.
과제로 주어진 글을 어쩔 수 없이 쓰게 되니 생산량에서는 차이를 보이나, 품질 면에서는 정확한 판단을 아직 할 수가 없다. 단지, 내가 발견한 것이 한 가지 있는데, 나는 긴 글은 잘 못쓰고 또한, 좋아하지도 않는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책의 경우에서도 일치한다. 두꺼운 책은 일단 경계한다. 꼭 길게 써야 본질을 얘기할 수 밖에 없는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어떤 주제를 말하는데 꼭 그렇게 길게 쓸 필요가 무엇인가 하는 좀 경박한(?) 생각을 갖고 있으니. 그래서 나는 에세이 형식의 글을 쓰는 것이 그나마 나에게는 어울린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래서 연구원 활동을 하게 되어도 에세이 형식의 글을 쓰게 될 것 같다.

4주차 과제를 진행하게 되면서 이상하게 불쑥불쑥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렇게 매번 시간에 급급하여 1년을 쓴다고 나의 자질이 향상될 것인가? 사실 요즘은 짬만 나면 책을 읽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빠지곤 한다. 정독 스타일인 나에게 시간은 절대 부족하다. 결국, 주중에 책 읽기를 끝내지 못하면 주말 시간은 소위 ‘수습 연구원’ 의 일정으로 꽉 찬다. 토요일에 책의 절반을 마저 읽어야 하고, 일요일엔 워드와 칼럼 등을 쓰다 보면 밤 12시 이전에 잠자긴 이미 틀린 것이다. 일과 인생의 균형이 아니라, 일과 일의 균형을 고민해야 하는 실정이다. 이 상황에서 ‘Work-Life Valance’는 남의 얘기가 되는 것이다.
또 하나의 주요 고민은, 일이 잘 진행되어 책을 출판했다고 치자. ‘그 다음에는 무엇을 할 것인가’ 하는 고민이다. 어디 책 쓰는 것으로 먹고 살기가 그렇게 쉽겠는가? 이런 생각에 이르니 마음은 더욱 조여온다.
이러한 복잡한 고민들은 결국 하나의 핵심적인 문제로 귀결되는데, 바로 제2의 인생을 언제 어떻게 착수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마치 양측의 문제 – 기존의 일과 새로운 일 - 가 서로 상대의 문제가 우선 해결되면 자기의 문제는 자동적으로 해결된다고 하는 순환론적 딜레마에 빠져있는 것과 같다고 하겠다. 이 수수께끼 같은 문제가 언제 어떻게 풀리게 될지 나 자신도 궁금하다.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푼 알렉산더 대왕의 검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인생의 굴레가 설령 영원히 풀리지 않을지라도 나에게는 한 가지는 꼭 하고 싶은 일이 있다. 나의 자녀들을 위한 글을 쓰는 것이다. 물론, 아이들이 아직은 어려서 약 10년은 더 지나야 이해할 수 있겠지만, 그들에게 아버지로서 인생을 살아가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글을 꼭 남기고 싶다. 설령, 명문장은 아닐지라도 내 아들과 딸이 나의 글을 읽고, 아버지가 어떤 사람이라는 것을 안다면 나로서는 성공이다. 이후 노년이 또는 죽음이 우리들을 갈라 놓더라도 서로에 대한 기억과 추억은 사라지지 않으리라. 그들의 성장과정과 취향과 기질을 알고 있는 아버지가 해주는 인생의 조언은 분명 소중한 안내서가 될 것이다. 더 바란다면, 나의 책이 그 다음 세대로까지 이어진다면 나는 아버지로 또 할아버지로 영원히 그들과 함께 사는 것이 아닐까. 이 정도는 할 수 있으리라.
당장 자비 출판용 적금이라도 하나 들어놔야겠다. Ω
IP *.152.12.186

프로필 이미지
써니
2008.03.24 09:03:48 *.36.210.80
적금들기보다 글쓰기가 더 쉽게 만든다면 좋겠네요.
많이 읽고 많이 쓰고 잘 정돈해야만 가능할 것 같아요.
저는 뒤늦게 책읽기와 글쓰기라는 것에 참여하는데 부족함이 너무 많아요. 지금부터 해나가시는 용빈님께서는 훨씬 좋겠네요.
아이들에게 꼭 좋은 책을 선물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애쓰셨어요. 아자!
프로필 이미지
나경
2008.03.24 10:10:38 *.255.159.154
저의 경우는 잘 모르겠지만 ㅜ.ㅜ
다른 분들의 글을 읽으면서
와~ 4주 동안이지만 엄청난 변화가 느껴졌어요.
이렇게 1년을 한다면 누구나
성장할 수 있을 거란 확신이 드는군요^^
프로필 이미지
김용빈
2008.03.24 13:15:56 *.6.100.161
써니님, 공감 주심 감사합니다!
4주를 마치니, 이런 생각이 드네요 - 그동안 써니님의 융단(?) 댓글이 없었다면 우리들의 '행복한 고민'은 조금은 쓸쓸했을 것이라는...

나경님, 희망의 메시지 감사합니다!
기분 괜찮은데요 - 아직도 두 눈은 침침하지만...
사실, 그동안 나경님 글 가장 많이 읽었던 것 같네요...^^
프로필 이미지
소은
2008.03.24 20:48:13 *.51.218.186
그 누구도 아닌 내 자녀들을 위해 책 한 권 남기고 싶은 것, 그것은 가장 아름다운 아버지의 소망이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이미 그런 마음이 책 한 권을 완성한 것이라고 봅니다. 나머지는 시간을 내어 글로 옮기는 것 뿐이지요.
프로필 이미지
써니
2008.03.27 17:10:59 *.36.210.80
있잖아요, 걍 하는 거에요.
위에 구이수님께서도 하시잖아요. 얼마나 멋지세요.

저희는 저희가 별 거 아니라는 거 잘 알아요. 그러니 같이 하시면 되요.
용빈님, 그러세요. 네?
프로필 이미지
김용빈
2008.03.31 12:35:18 *.6.100.161
써니님, 따뜻한 말씀 감사합니다!
자율로써 할 수 있는 과정은 넘는 것 같더군요. ^^
'중용'을 추구하며, 자주 변경연사이트를 방문할 겁니다..!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