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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종출
  • 조회 수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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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3월 24일 04시 56분 등록
아주 특별한 여행


아주 특별한 여행을 한 적이 있습니다.
대학시절 여름방학을 이용하여 유흥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챙기고 배낭 하나 메고 무작정 길을 떠났습니다. 강진. 해남. 진도. 완도. 운림산방. 다산초당. 공주박물관. 부소산성. 낙화암. 부석사. 내장산. 속리산. 오대산. 경주 등을 한달 정도 둘러보았습니다. 주로 절에서 잠을 자거나 산 기슭에 텐트를 치고 잠을 잤습니다. 해질녘 가끔 맥주 한잔으로 갈증을 풀고 경치가 시원한 곳에서 약간 여유로운 멋을 부릴 때의 아득함과 미세한 가슴의 떨림 등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여러 가지 복잡하고 풀리지 않는 것들이 겹쳐 무작정 나선 길이었습니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올 때는 마음과 몸이 치유되어 고양되어 알 수 없는 생명력과 기쁨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일상의 굴곡을 넘기가 버거울 때 가끔 여행을 하곤 합니다.

일전에 집사람과 가까운 곳을 여행할 계획을 세우면서 정리한 여행기술입니다.
- 여유를 가지고
- 즐거움과 설레임으로
- 기록을 남기고
- 물건 구입이나 사치는 금물
- 여운과 아쉬움을 남길 것
- 철저한 계획과 여행지에 대한 공부가 먼저 되어야 할 것
- 시를 읽거나 여유로운 독서
- 건강관리에 철저
- 영혼과 몸과 마음을 정화하고 묵은 찌꺼기를 벗길 것
- 1년에 두 번 정도의 기회를 가질 것.

나이가 들어갈수록 일상은 습관이 되고 그냥 흘러가는 시시한 것이 되기 쉽습니다. 어리거나 젊음이 한창일 때는 모든 것이 새롭고 흥미롭습니다. 하찮은 사건이나 일상들도 무한한 파장이나 하모니를 일으킵니다. 나이가 들면서 우리의 세계는 점점 줄어들고 일상은 메마르고 좁아져 어떠한 파장이나 메아리도 울리지 못합니다.
여행은 일상으로 무뎌진 감각을 새롭게 하고, 현실의 무게로 내재되어 숨어있는 본성이 자연스럽게 흘러 나오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일상 중에 의도적으로 과거와의 단절을 시도하여 현재를 새롭게 규정하여 미래를 더 높은 것으로 이끌어 내기도 하고, 졸업이나 결혼, 퇴직 등 의부에 의하여 과거와의 단절을 겪기도 합니다.
“과거가 살아있는 것인지 아니면 죽은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미래이다”라고 사르트르는 이야기합니다. 진보하고자 하면 과거에서 벗어나거나 초월해야 합니다.
여행은 떠남이고 일상과의 단절입니다.
또한 떠나온 곳과 일상을 새롭게 바라봄입니다.


시몬 드 보부아르의 <노년>에 우리가 나이 듦을 위대함으로 바꾸는 비결을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노년이 우리의 이전 삶의 우스꽝스러운 하찮은 모방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한 해결책은 단 하나밖에 없다. 그것은 우리의 삶에 의미를 주는 목표들을 계속하여 추구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다른 사람들이든, 집단이든, 대의명분이든, 사회적 혹은 정치적 일이든, 지적. 창조적 일이든, 그 무엇에 헌신하는 길밖에 없다.”

현재가 과거에 의해 침몰되고 현재가 더 이상 새로운 열정이나 가슴을 뜨겁게 하지 못하는 순간들을 자주 경험합니다. 현재가 새로운 목표와 가치, 존재에 대한 희망으로 채울 기회가 주어지지 않거나 보이지 않을 때 여행은 헌신할 그 무엇을 보게 하고 의미 있는 목표를 추구할 수 있도록 새로운 힘을 주기도 합니다.

또한, 외부에서 주어지는 목표나 가치들은 어느 순간 공허를 만들어 내기 쉽고, 가끔 자신과의 만남이나 동행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노년>에서, 이오네스코는 시간을 초월하는 여행에 대하여 잘 표현합니다.
“그 후 매일 나는 무언가 안정된 것에 몰두해 절망적으로 현재를 회복하고자 했으며 그 현재를 정착시켜 확대하려고 애썼다. 시간의 지배를 받지 않은 세계, 손상되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세계를 되찾으려고 나는 여행을 한다. 사실 여행으로 이틀을 보내며 새로운 마을을 알게 되는 것은 사건들의 빠른 흐름을 늦추어 준다. 낯선 지방에서 보내는 이틀이라는 시간은 일상적인 장소에서 보내는 시간, 소모되어 닳고닳은 시간, 습관으로 왜곡된 시간의 30일의 가치를 지닌다.”
습관은 시간을 광채 나게 닦아준다. 그래서 우리는 지나치게 왁스를 발라 윤이 나는 마룻바닥으로 미끄러져 들어가듯 시간 속으로 미끄러진다. 새로운 세계, 언제나 새로운 세계, 영원한 세계, 영원히 젊은 세계, 그것이 바로 낙원이다. 빠른 속도는 지옥과 같을 뿐 아니라, 지옥 그 자체이다. 그것은 추락의 가속화이다. 현재가 있었다. 그리고 시간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 현재도 시간도 없이, 추락의 기하학적인 진행이 우리를 무(無)속으로 집어 던진다.”


보부아르 여사는
“시간에 도전하는 시도들을 할 것을 재촉합니다.”

여행도 이런 시도 중의 하나일 것입니다.


이번 주말에는 시집 한 권 챙겨서 집사람과 1박2일의 짧은 여행을 다녀와야 되겠습니다.



IP *.34.4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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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8.03.24 09:52:50 *.36.210.80
여행을 즐기면서 자신을 되돌아보고 또 계속해서 이어가는 것 좋겠네요. 저도 마음에 가지고 있으니 아직 넉넉히는 실행해 보지 못했는데 조금씩 해봐야겠어요. 여행이 있어 이 시간이 그리 힘들지 않으셨겠군요. 아니 더 힘드셨을라나요? 여행과 함께하면 읽고 쓰는 것이 더 확장되겠군요. 고생하셨어요. 님의 뜻이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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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석
2008.03.27 12:33:18 *.254.16.19
종출님, 그동안 애썼습니다.
너무 오래 이번 결과를 마음에 담아두지는 말았으면 좋겠네요.
위에 인용한 석학들이 강조하듯,
새로운 목표를 잡아나가는데 하나의 디딤돌이 되기를 바래요.

이번 주말에 나를 위해 최상의 보살핌을 베풀고
훌훌 털고 새로운 단계로 나아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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