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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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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3월 25일 04시 44분 등록
아직은 그렇게 쓰지 못해요. 그렇게 할 수가 없어요.
하지만 언젠가 쓸 수 있게 될지도 몰라요. 내가 받은 상처, 펼치지 못했던 생각과 꿈들, 읽고 쓰고 배워가면서 짧게 혹은 길어져야 할 문장들과 함께 말예요.

앞으로의 내 삶을 어떻게 꾸려나가야 할지가 이제 조금 보여요. 좀 더 가차이 다가가며 하나씩 또박또박 부대껴봐야겠어요. 자유를 마음껏 누리며 더 늦기 전에 해 볼 모험과 도전을 찾아보고 싶어져요. 너무 소중한 시간이란 걸 알겠고 공연히 서성이기보다 더 많이 웃고 울면서 힘껏 살아가고 파요. 망설임도 많이 줄여야겠어요. 움직이고 싶으니까 움직일래요.


행여 궁금하시다면 말할 수 있어요. 나에게 사랑이 생겼거든요. 신통치는 않아요. 솔직히 별로에요. 잘나지 못했고 넉넉하지도 않아요. 그냥 나를 잘 받아줘요. 나의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보아주죠.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넘치면 넘치는 대로 얄궂으면 또 그런대로. 한 일 년 남짓 됐을 거예요.

가진 것도 별로 없어 나를 배고프게 하죠. 기대조차 할 수 없게 아예 포기각서를 받아놓고 시작하자 더라고요. 나중에 딴소리 하면 안 된다나 어쩌고 하면서 말이죠. 그래도 사귀기로 했어요. 약간 끌려요. 새로운 그 인연 때문에 한동안 갈팡질팡 했어요. 나를 엄청 손해 보게 했거든요. 볼품도 밑천도 야망도 없으면서 내 것만 축을 내는 거예요. 시간과 열정과 금전까지 모두 내가 부담해요. 그러면서도 주눅이나 들게 하고 무엇 하나 내세울게 없게 하지 뭐에요.

모든 것을 다 나더러 부담하라고만 오히려 큰소리를 치죠. 처음엔 못 이긴척하고 받아주다가 슬슬 약이 오르더라고요. 그래서 관둘까도 몇 번 생각해 봤는데 정이 들었는지 그러기가 쉽지가 않았어요. 싫지는 않았거든요. 좋은가도 생각해봤지요. 때로 마음에 들지 않을 때도 많지만 그래도 그만하기도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요. 그래서 그만 어찌어찌 하다 보니 시간이 가고 마음도 당기기도 하고 해서 조금씩 산을 넘고 내를 건너게 되었어요. 그러니까 아직 강을 건너지는 않았어요. 애만 태우고 아주 가끔씩 조금 설레게 하면서 아직 나에게 기회를 주지 않아요. 내가 덜 달아올랐다고 하면서 감질나게 하죠.

내가 정말 뒤늦게 미쳤구나. 드디어 완전히 맛이 가는 구나. 혼자 살더니 이제 아주 눈에 뵈는 게 없어서 저 죽을 줄 모르고 아무거나 잡고 매달리는구나. 하루에도 열두 번 보따리를 싸려다가도 이미 마음을 주어버려서 획 돌아서기가 그게 그렇지 뭐에요.

그게 글쎄 그러려고 그랬던 게 아닌데 내가 미쳤지 정말 뭘 보고 눈에 허깨비가 씨여도 유분수지 어쩌려고 그러는지 아무리 정신을 차리려고 해도 잘 멈춰지지가 않는 거예요.

당신은 뭐 안 그랬나요? 그 체크무니 바람 미소한테 눈알맹이며 심장 그리고 오장육부까지 다 내주었잖아요 뭘. 아이들도 다 내 팽겨 치고 한 건 멋지게 해보려다가 잠시 찍 미끄러지기도 하면서 마누라도 소 닭 보듯 하고 그러잖아요?

나도 한 건 크게 해 볼 생각밖에는 없었어요. 혼자 죽어라고 벌어봤자 얼마나 되겠어요? 그렇다고 내가 직업이 출중한 것도 아니고 낙심하며 살다가 반은 등신이 다 되어 멍하니 해가지고 다시는 뒤도 돌아보지 않으려던 전공에 목구멍의 포도청이라 매달리면서 사랑도 부귀영화도 다 싫은 사람처럼 한쪽 구석에 쿡 처박혀 발버둥 치며 살아본 들 뭔 놈의 인생이라고 해갈도 안 나고요. 마침 마음이 싱숭생숭해 지더라고요. 그때 서로 살짝 눈이 맞은 거지요.

처음엔 그냥 스스럼없이 편한 마음으로 넋두리나 한 거였는데, 서로 배짱이 맞았는지 어떻게 자주 접하다보니 자꾸만 생각이 나고 그래서 마주 앉아 이야기도 하고 그러다보니까 나도 모르게 가까워지더라고요. 그러다가 친해져서 노닥거리고 밤늦게까지 이야기하고 어떨 때는 필이 통해서 같이 밤도 꼴딱 새고 그랬지요. 생각지도 않았는데 늦바람이 무섭다고 의외로 편한 거예요. 그래서 죽이 맞는 날은 술도 마시면서 할 말 못할 말 다 나누며 탁 터놓고 지내게 됐어요. 정말로 그럴 생각은 전혀 아니었는데 자주 밤을 같이 새거나 산책도 하다 보니 손도 잡고... . 믿어주세요. 정말 아직 거기까지밖에...... .

그게 그렇게 돼버렸어요. 아직 기다리라고만 해요. 때가 아니라고 더 열심히 기다려야 봐줄까 말까 한다나. 이제 아주 배짱이라니까요 배짱. 나는 왜 늘 이렇게 내 속을 태우는 문제들만 만나는 건지 원. 그래도 어쩔 수 없을 것 같아요. 너무 많이 깊이 빠져버려서 이제는 내 힘으로는 도저히 빼도 박도 못할 것 같아요. 나,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보나마나 또 된통 걸려들었다니까요. 이 모진 인연. 아아, 글쓰기! 어쩜 좋아요. 누가 제발 나 좀 말려주세요.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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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산
2008.03.25 21:05:47 *.246.146.170
참 여러가지로 하십니다 누님. ㅋㅋ
주말과 주초를 거치면서 홍길동은 잠시 대만에 다녀왔습니다. 뭐, 영구 만나러 간 건 아니고 회사의 급한 일로 짧은 외유를 했네요.

지금은 아는 사람만 아는 글이지만, 미지의 독자를 생각하면서 글을 다듬어 가심이 어떨까 잠시 생각해봅니다.

하여간 끈질기게 써 내시는군요, 존경합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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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8.03.26 07:49:48 *.36.210.80
ㅋㅋ 그랬군요. 의인화가 너무 지나쳤군요.
알았어요. 고마워요.
그나저나 외유가 무지 잦으시군요. 늘 건강하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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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숙
2008.03.27 14:57:16 *.51.218.150
아, 멋진 반전, 당신 마음 다 뺏겨도 후회없으면 올인하고 팍 닳아올라서 강을 건너봐요. 그런 다음 그 사랑이 어떤건지, 그때 말해요.

열심히 쓰고 있는 당신, 멋있습니다.
매력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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