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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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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4월 21일 11시 04분 등록
My First Book

책을 처음 접하는 서너 살 짜리들을 위한 기획물 중에 ‘My First Book'이라는 제목을 붙인 경우가 많다. ‘이 세상의 모든 처음’과 ‘이 세상의 모든 어린 것들’에서 풍기는 지고지순한 아름다움, 그 순수한 몰입을 ‘나의 첫번 째 책’에 바치고 싶다.

1. 첫번 째 책을 구상할 때 기본적으로 고려할 요인

나의 관심사, 집필 가능성, 시장성으로 생각한다. 이 중에서 나의 관심사와 집필 가능성은 기본적인 전제조건이므로 아무래도 시장성에 대해 심사숙고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대중의 기호에 영합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시대의 트랜드를 읽어야 한다는 것, 혹은 내가 쓰고자 하는 책의 독자층을 분명하게 설정한다는 것.

이와 관련하여 한 가지 제안이 있다. 우리 연구원들이 자신의 책에 대해 구상하고 집필계획을 세우는 데 있어 출판전문가의 특강을 들을 수 있으면 큰 도움이 될 것같다. 전문가를 초빙하여, 출판기획의 관례와 출판시장의 역사와 동향과 전망, 저자와 도서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을 수 있는 기회를 함께 만들어 보았으면 한다. 우리가 ‘모여 있으므로’ 가능한 일이라고 본다.

2. 부수적으로 고려할 요인

오늘날 출판시장처럼 광범위하고 변화무쌍하며 속도빠른 곳에 ‘첫번 째 책’으로 선을 뵈고, 최소한의 한 점을 찍으려면, 내가 가지고 있는 관심사 중에서 가장 나를 잘 표현할 수 있고, 가장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질 분야로 시작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다.

가령 나는 자연이나 문화에도 관심을 갖고 있지만 궁극적으로 나의 관심사가 ‘Senior Citizen'이라고 할 때, 그것으로 첫 발을 떼는 것이다. 두세 권까지는 같은 분야의 책을 펴내 누구 하면 무엇! 하는 식의 연결고리를 만든 후에 인근 영역을 넘나드는 것이 나을 것같다. 즉 나의 대표성과 일관성, 개성을 첫번 째 책에 올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첫번 째 책에 대한 준비가 다 되었는데도 불구하고 내주겠다는 출판사가 없으면 나는 자비출판도 가능하다고 본다. 챨스 핸디가 말했듯 출판시장에 첫 선을 뵈고 동향을 보며, 그 이후부터는 어떤 책의 저자라는 경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자비로 펴내서 지인들끼리 나누어갖고 마는 호사취미가 아니라, 내가 준비한 책의 타이밍을 위해서라면 자비도 가능하다는 얘기이다. 돈이 없어서 그렇지 그렇게 거부감을 가질 일은 아니라고 본다. 물론 자비출판은 처음에 한한다.

마침 ‘사람, 숨겨진 힘’에 나오는 시스코시스템즈 사례중 ‘인터넷 시간’이라는 개념이 재미있다. 일반적인 시간 개념 1년이 인터넷 시간으로는 7년 정도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요즘은 모든 분야에서 속도가 너무 빨라서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신속하게 출시한다’는 개념은 IT산업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3. 첫번 째 책의 주제에 대한 구상 - 같은 분야의 기존 출간물을 검토하여 계속 보완됨


* 자연 속에서 문화를 향유하며 사는 사람들에 대한 사례집 - 자연과 문화는 개념이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기존의 성과물이 많이 축적되어 있어 신선하게 접근하기 어렵다.

*공동체와 문화의 의미를 더하다- 이민 간 지인이 '한국에서는 부자도 가난한 사람도 불쌍하다'는 말을 했는데 동감한다. 최근 들어 모든 연령층에 자신만의 스타일을 추구하는 '개인 지상주의'의 도래를 예감한다. 좋은 현상이다. 천편일률적인 한국의 중산층의 삶, 한국적인 성공의 의미에 문화의 세례가 쏟아졌으면 하는 강한 동기가 있다. '조금 다르게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라이프스타일의 대안을 추구한다.

*공동체 실험-최소한 5년 이상 경험이 쌓인 곳 을 선정한다.
현장취재의 비중이 높다.

*Senior Citizen 에 대한 이론서, 실용서, 사례집-자식에게 노후를 기대지 않는, 자의식 강한 노년층 진입세대자체가 신인류이기때문에 상대적인 블루오션이라고 생각한다. 학술적인 ‘노인복지’ 개념과는 전혀 다르며, 최근 들어 출간러쉬 현상을 보이는 '2막인생'과 근접하다.
IP *.225.18.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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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형
2006.04.22 00:47:23 *.116.34.145
한선생이 잘 읽었다는 책 속에 이런 귀절이 있군요.

* 독자적인 방향을 선택하라,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에 편승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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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석
2006.04.22 02:46:19 *.81.61.28
안녕하세요? 구소장님. 오래 살다 보니<!> 문득 내가 서 있는 시공간이 비현실적이고 아득하고 기계적으로 느껴질 때가 있는데, 그 무채색의 정지된 화면 중에서 오직 연구원 활동이 빛을 발하고 있네요! 정말 잘 시작하신 프로젝트인 것같습니다.

문요한님이 어느 독후감에선가 인용한 심리학자 제임스 힐먼(James Hillman) 의 ' 변화하고자 열심이지만 동시에 자연스럽게 내버려두고, 냉정하게 판단하지만 한편으로는 유쾌하게 더불어 사는 것...’ 이라는 표현에 오래 눈길이 머물렀습니다.

좋다! 삶의 모든 국면에서 견지할만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독자적이되 동떨어지지 않고, 트랜드를 읽으려고 노력하되 편승하지 않도록 노력해야겠죠. ^^;

좋은 주말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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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완
2006.04.26 23:05:30 *.147.17.91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와 시장이 원하는 내용 사이의 조율은 늘 중요합니다. 그런데 저는 시작은 '내 목소리'에 집중하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내 것은 내가 아니면 잘 정리하기 힘드니까요. 극단에서 균형으로 나아가는 것, 이것도 하나의 방법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첫타석 홈런보다는 내 스윙부터 다듬고 그것을 해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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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탄
2006.04.27 00:53:24 *.225.18.132

아, 승완씨. 내가 '첫타석 홈런'을 노리는 것처럼 보였나요? 오해랍니다. 야구의 '야'자도 모르는데요 ~~ ^^;

단, 최소의 독자를 만날 수 있다는 전망이나 확신 없이, 단지 나 자신의 웅어리를 토해내는 작업으로의 저술에 몰입할수는 없겠다, 그 정도의 생각일 뿐이예요.

진인사대천명 [盡人事待天命]이면 되겠네요. Good n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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