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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병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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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월 30일 19시 57분 등록
‘왜’ 살아야 하는지를 아는 사람은 그 ‘어떤’ 상황도 견뎌낼 수 있다. – 니체


질문 좀 하면 안되겠니?

올해 초, 한 번은 꼭 초청하리라 마음먹었던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장님의 회사 특강이 마침내 성사되어 많은 직원들이 참석하여 그의 열강을 들었다. 주로 최근에 출간된 ‘코리아니티 경영’을 중심으로 비즈니스 리더가 되기 위한 여러 가지 조언을 말씀해주셨다. 강의가 끝난 후 우리 팀원들과 잠깐 미팅을 갖는 시간을 가졌는데, 당신 직장생활의 경험을 떠올리면서 ‘늘 문제, 질문을 품고 살아가라’ 라고 말씀하셨다. 그런데 그 말이 귓가에 한동안 큰 울림으로 남아 있었다.

변화와 속도가 경쟁력으로 작용하는 이 시대에 질문을 던지는 것은 직선으로 가지 못하고 우회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대부분의 현대인들은 적절한 질문을 던지기보다는 신속하게 해답을 찾는 것에 몰두한다. 그래서 우리는 때로 질문을 하고 상대가 입을 채 열기도 전에 스스로 답을 만들어 내는 조급증의 우를 범한다. 나이를 먹어 어른이 되면 질문을 해도 딱 한번만 하기 십상이다. 질문에 질문을 거듭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이 어떤 행동을 해도 그 이유를 묻지 않는다. 세상에 대한 호기심은 사라지고 없다. 오히려 세상과 이웃과 자신에 대해 무엇을 알게 되는 것에 두려워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질문을 그만두고 해답 찾기에만 집착하는 것은 표피적인 지식, 기술은 쉽게 얻을 수 있으나 의미를 묻지 않기 때문에 현상 뒤에 가려진 본질을 보기 어렵다. 일을 할 때도 보다 나은 방법을 찾기보다는 그저 바쁘게만 지내게 된다.


질문의 힘

그렇다면 왜 질문을 해야 하는가? 질문을 품고 살아가는 것이 왜 중요한가?

첫째 역설적이지만 질문에 답이 있기 때문이다. 좋은 질문은 좋은 응답을 이끌어낸다. ‘i모드’ 라는 휴대전화 서비스를 개발한 일본의 NTT도코모는 ‘i모드’를 통해 ‘지금 어디에 계십니까?’라는 앙케이트 설문을 고객들에게 보냈다. 일반인들의 생각이라면 ‘당신은 언제 i모드를 사용하십니까?’라는 질문을 던졌을 것이다. 그러나 이 질문에는 사람들이 답변하기 귀찮아할 가능성이 높다. 언제 사용하는지를 머릿속에 그려야 하기 때문이다. 대신 ‘지금 어디에 있느냐’는 구체적이고 간단한 질문에는 사람들이 쉽게 응답했다. 그리고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직장 근무와 수업시간에 i모드를 쓰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 하나의 예를 들어보자. 전설적인 흑인 복서 영웅 알리에게 ‘뿌리’의 작가 알렉스 헤일리가 인터뷰를 통해 속마음을 끌어내는 창조적인 질문을 던졌다. 헤일리는 알리에게 “‘블랙 모슬렘이라는 이슬람 단체에 가입한 계기는 무엇입니까. 또 그런 결정에 영향을 준 사람이 누구입니까”, “모슬렘에 언제 가입하셨습니까”, “이슬람교를 믿음으로써 인생이 어떻게 바뀌었습니까” “이슬람교 이전에 다른 종교를 믿었습니까” 라는 간단한 질문 서너 개로 알리의 정신세계에 일어난 사건을 속속들이 끄집어냈다.

‘해답 찾기’에만 익숙해진 우리들은 ‘질문 찾기’라는 새로운 시각을 갖고 ‘지금 나는 어디에 있는가?’와 같이 구체적이고 본질적인 질문을 던질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그래야 좋은 답을 얻을 수 있다.

질문을 품고 살아야 하는 두 번째 이유는 어제보다 더 나은 발전을 통해 성공으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인류의 역사는 질문에 대한 도전과 응전의 역사였다. ‘새처럼 날 수는 없을까?’라는 물음은 라이트 형제의 비행기 발명으로 이어졌다. 질문이 개선을 낳는 법이다. 오늘 나는 ‘고객과 나, 우리 회사를 만족시킬 수 있는 더 좋은 방법을 없을까?’라는 고민을 안고 일을 해야 한다. 그리고 퇴근하는 길에는 ‘나는 오늘 무슨 일을 했는가? 좀 더 잘할 수는 없었는가?’라고 질문을 던져야 한다. 일상적으로 이런 질문을 하고 대답을 하는 습관을 들면 개인적인 성공을 위한 디딤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똑같은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같이 성공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의 재능을 발휘하여 모든 역경과 실패를 딛고 우뚝 올라서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성공할 수 있었던 공통분모는 무엇일까? 나는 그것이 자기 자신과 다른 사람들에게 하는 질문에 있다고 믿는다.

셋째 질문은 우리를 가치 있는 삶으로 인도하게 한다. 진정한 삶으로의 전환을 위한 촉매제의 역할을 한다. '왜 사는가?', '내가 잘할 수 있고,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나는 어디에 있기를 원하는가? 그 곳을 향해 가고 있는가?', '인생을 좀 더 즐겁고 의미 있게 살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라고 자신을 향해 질문을 던짐으로써 스스로 자신의 삶을 바꿀 수 있다.

2005년 문화예술분야의 가장 존경 받는 인물로 선정된 '친절한 금자씨'의 박찬욱 감독은 언론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자신의 영화 철학을 이야기했다. "어떤 딜레마에 빠졌을 때, 선택이 필요한 상황에서 무엇이 올바른가 말하기는 쉽다. 그러나 너무 쉽기 때문에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고통스런 과정을 거쳐 질문하고 또 고통스런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대답이야말로 진정 가치 있으며 실천으로 옮겨지기도 쉽다." 그는 이어 "제가 영화에서 하고 싶은 것 역시 이런 고통스런 질문들"이라며 "관객들이 그 질문에 동참하고, 고통스런 사색의 과정에 동참하고, 고통스런 진실을 도출해내길 바란다. 그것이 내가 영화를 만드는 과정이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과연 그다운 영화철학이다. 때론 귀찮고 고통스런 질문을 통해 우리는 생각을 정리, 단순화하고 핵심에 근접하게 될 것이다. 마침내 제대로 된 대답과 확신을 갖게 될 것이다. 명쾌하게 행동할 수 있을 것이다.

질문을 하는 네 번째 이유는 나와 너의 수평적 소통을 위한 연결고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부모에게 질문을 자주 하는 까닭은 단순히 호기심을 충족하는 것이 첫째 이유이지만, 부모와의 진정한 교감을 통해 관심과 사랑을 주고 받고 싶은 마음이 크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잊지 말아야 점은 앞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좋은 질문을 던져야 한다는 것이다. '누구 탓이지?', '네가 나한테 해준 게 뭐가 있어?'라는 절망과 무기력이 담긴 질문이 아니라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이지?', '내가 배워야 할 점은 무엇일까?', '당신은 저에 대해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나요?' 라는 개방형 질문은 긍정적인 마인드를 자극해 우리를 행복과 성공의 삶으로 이끈다.

좋은 질문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바꾸어 말하면 대답을 경청하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것이다. 일방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아니다. 상대의 마음을 열게 만들 수 있는 질문을 던지고, 성심껏 대답을 들어주는 것은 대화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 올린다.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은 우리가 반드시 몸에 익혀야 할 능력이다.


우리 안의 아이

당신은 어떤 질문을 자주하면서 살아가는가? 아니면 언제부터인가 질문을 하는 것은 귀찮고 하찮은 일로 인식되고 있지는 않은가?
지금이라도 우리의 마음 속에서 질문을 하는 호기심 많은 아이를 발견하자. 제대로 된 질문을 던지기 위해 끊임없이 회의하고 반추해보자. 만족스러운 답이 나올 때까지 질문을 계속하자.

구본형 소장님의 강연 이후 나는 '현문현답(賢問賢答)' 이라는 질문 노트를 하나 만들었다. 지금의 나에게 갈증으로 다가오는 질문들, 수수께끼같이 얽혀있는 질문들, 새롭게 고치고 다듬어야 할 것들에 관한 질문들, 세월이 흘러도 계속 품고 살아가야만 하는 질문들을 적어 놓았다. 이 질문을 계속 되새김질하려 한다. 다행히 아직까지 질문에 대한 성과가 좋다. 여러분도 내 젊음의 '질문노트'를 만들어보길 권한다. 그 안에 질문을 적고 책을 읽거나 출퇴근을 하다가 문득 떠오르는 생각이 있다면 질문 밑에 답을 적어보자. '넓게 배우고, 의문이 있으면 곧 묻고, 삼가 이를 깊이 생각하라'는 중용의 말씀이 명징하게 다가올 것이다.


몸에게 물어보기를,
무슨 영양분이 더 좋은지가 아니라
세상의 그 누군가를 위해
내 몸은 어디로 움직이고 있는지를

머리에게 물어보기를,
배기량, 아파트 평수, 은행의 잔고가 아니라
사랑이나 우정이란 단어를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지를

가슴에게 물어보기를,
금싸라기와 돈을 얼마나 품고 살아가는 지가 아니라
어떤 감동이 그 안에 깃들어 있는지를

진지하게 물어보기를,
지금 현재 자신이 살고 있는 인생은
뺏고 뺏기는, 피 튀기는 전쟁터인지 아니면
아름다운 꽃동네로 봄소풍 나온 것인지를

박성철 [삶이 나에게 주는 선물 中에서]
IP *.51.66.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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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균
2006.01.31 13:08:10 *.186.216.185
예전에 직장에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만든 적이 있었습니다. 비슷한 프로그램이었던 {성공시대}에 밀려 시청률이 낮았지만 {TV명인전} 이라는, 예술분야에서 일가를 이루신 분들의 삶을 다루는 프로그램이었지요.
보통 60분짜리 프로그램을 만드는데 30분짜리 테이프를 30개 전후로 사용했으니 방송 시간의 15배(프로그램에 따라선 20배 이상도 많습니다ㅠ,ㅠ)나 되지만, 정작 그 긴 인터뷰 내용 가운데 쓸만한 내용이 그리 많지 않아서 편집 때 고생했던 기억이 많이 납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고생을 많이 했던 프로그램일수록 겉도는 이야기들만 했던 거 같아요. 인물의 삶에 대한 이해가 신문이나 책에 나오는 정도밖에 안되는 상태에서 급하게 제작하다보니 작가나 연출자나 어리석은 질문만 했었지요. 다행하게도 명인들께서 현답으로 채워주셔서 방송은 되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준비없는 삶이 좋은 질문을 할 수 없는 배경인 거 같습니다. 아마 뿌리의 알렉스헤일리는 알리에 대해, 그의 삶이 가진 근본적인 원동력에 대해 많이 공부했을 것이고 많은 사람들로부터 깊은 이야기를 들었을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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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훈
2006.02.02 10:11:54 *.99.82.60
질문과 답은 핵심에 이르는 간결한 방법 습니다.
밖으로 보여지는 외향이나, 사람들의 행동, 말 등등 모든것이
일정한 형식을 가지게 되면 복잡하게 되고,
사족이 많이 붙는 것 같은데, 이러한 질문과 답변을 통하여
그런 잔가지를 쳐 없애고 요결만 얻는 과정이라고나 할까요.

현문현답 질문노트는 참 좋은것 같습니다. 따라 해봐야지...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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