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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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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2월 5일 21시 43분 등록
1월 시간분석

12월이 가기 전 2006년 열 가지의 그림을 그려본 적이 있었다. 다시 한 번 바라보았다. 이제 한 달이 지났을 뿐인데 무엇을 이루었을까? 아님 무엇을 얼마만큼 계획하고 실천하고 있는가? 과연 올 해 나의 미래는 잘 그려졌던가? 남미여행, 가족여행, 1인 기업, 경영대학원, 마라톤, 첫 작품, 문화궁전, 노동과 경영, 꿈 벗들과 연구원, 수련 등에 관한 내용들이 담겨져 있다. 지난 한 달 동안 무엇을 바라고 지나왔던가? 즐거웠던가? 아침에 일어나면 이 일이 하고 싶어 아침이 기다려졌던가? 반문하고 또 반문했던 지난 한 달이었던가?

여행을 다녀왔다. 여행 도중 얼마만의 여행인가 하고 손가락으로 세어보니 15년 만에 이토록 길게 가져본 휴식기간은 처음이었다. 휴식인가? 아니면 충전의 시간인가? 잘 모르겠다. 그래도 여행은 틀림없었다. 바라는 이와 함께 한 여행은 분명 활력이었고 새로운 경험이었다. 즐거움이었고 더 많은 사색들의 연장이었다. 여행이 끝나갈 무렵 나의 한 해가 어떻게 만들어져야 하는가를 어렴풋이 느낄 수 있게 되었다. 막연한 미래에서 좀 더 선명한 그림으로 다가오는 것을 보았다. 하루가 어떻게 꾸려지고 만들어 져야 하는가를 스스로 각인하는 시간처럼. 채우기 위해선 비워야 한다는 것도 다시 한 번 느끼게 된 여행이었다.

버릴 것은 확실하게 버려야겠다는 생각이다. 그러고 보니 버릴 것이 무척 많다. 먼저 골프채부터 팔아야지. 더 이상 골프로 나의 아까운 시간들을 허비하기 싫다. 그리고 모임을 대폭 줄여야겠다. 천안에서 사는 동안 전혀 모임이 없을 수 없겠지만 ‘미래경영포럼’ 하나만 하고 나머지는 모임에서 빠져야겠다. 그러자면 당연히 약속이 줄어야 한다. 가능한 잡지 말아야겠다. 약속이 없는 날 하루 종일 책을 보며 글을 쓰고 비즈니스를 만들어 가는 시간으로 구성해야겠다. 나와 가족을 위해 내가 쓸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많아질 수 있도록 해야겠다. 나의 장점이 만남과 관계 속에 있다는 것도 잘 안다. 그러나 그것은 내가 하고 싶은 일속에서 만들어질 수 있도록 조절하는 것도 버리는 과정에 챙겨야 할 일이다.

1월 시간은 글쓰기와 독서, 운동과 배움에 각각 30시간씩을 배정하였고, 특별히 여행에 88시간을 할애하였다. 한 달의 삼분의 일이 여행기간과 맞물리면서 시간은 어느 정도 융통성을 발휘할 수밖에 없었다. 결산 후 정리해 보니 글쓰기는 33.5시간, 독서는 30.5시간, 운동은 28.5시간, 배움은 23.5시간, 여행은 88시간으로 나타났다. 이중 여행은 물리적인 시간이므로 결산이 객관적인 것 보다는 다소 주관적인 것은 이해하기로 하였다. 여행을 제외한 나머지는 총 116시간으로 전체 시간보다 4시간이 부족하였다.

시간분석을 계속하면서 나타나는 몇 가지 현상들이 있다. 그 중 하나는, 계획한 시간들에 자신을 맞춰 나가는 모습이 정상적인 습관으로 자리 잡혀 나가는 아주 긍정적인 모습이다. 처음에는 절대적인 시간량을 채우는 것이 너무 힘들었는데 요즘은 그리 어렵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몸이 어느 정도 습관화되는 것이다. 아마 이런 모습은 누구나 한 달 정도만 노력하면 따라할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는, 시간의 양에만 집착하는 모습이다. 양의 법칙이 질의 법칙으로 전환해야 하는데 그러하지 못한 과정에 느끼는 자책감이다. 책을 정독하는 모습이라든가 서예학원에서의 집중도 등은 내가 봐도 많이 나아진 느낌이다. 하지만 아직도 글을 쓸 때 가다듬지 않고 생각나는 대로 쓴다거나 글의 내용을 쉽게 풀어내지 못하는 것, 그리고 밤 시간의 활용 등은 아직도 고쳐야 할 부분들이 너무나도 많다. 반성해도 다음 달에 같은 모습이 나타나는 것은 솔직히 속상하기만 하다.

나는 숫자에 약하다. 특히 숫자가 나타나는 돈의 부분에서는 상대적으로 어리숙한 면이 너무 많다. 1월 중순에 꿈 벗인 ‘흐르는 강’님의 추천으로 재무컨설팅을 받은 적이 있었다. 돈이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것이란 개념 속에서만 살아왔던 나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돈만 많으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는 형편없는 망상을 깨트릴 수 있게 한 좋은 계기였다. 누구나 10억을 벌고 싶어 하고 주변에 부동산이나 주식으로 그만한 부를 이룩한 전설을 바라보면서 조급한 마음에 서투른 재테크로 인하여 더 어려워지는 대다수 건전한 가정 속에 나도 포함될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가지게 해 주었다. 자신의 소득에 맞추어 인생을 설계하고, 그동안 몰라서 줄줄 새어나가던 돈을 잡고, 인생의 위험에 대비하며, 헛된 소비를 줄여 종자돈을 만든 다음 안정된 투자 원칙에 따라 재정을 불려 나가는 것이 재무 설계라고 한다. 상담한 재무설계사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아주 쉽고 즐거운 마음으로 미래를 준비할 수 있습니다. 또 행복하게 할 수 있습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시간관리가 주는 의미도 이와 같을 것이란 생각이다. 하루를 의미 있게 바꾸는 것은 즐거운 마음으로 이미 만들어진 우리들의 미래를 찾아가는 여행인 것이다. 믿고 또 믿는 마음만이 시간을 알차게 보낼 수 있도록 해줄 것이다.

여행 중 얻은 수확이 두 가지이다. 하나는 영어를 해야 하는 이유와 잘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30년 동안 영어에 대해서는 콤플렉스밖에 없었는데 이젠 영어공부를 쉽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또 하나는 술과 친해지는 느낌이다. 작년 가을 꿈 벗들의 모임에서 나를 소개할 때 술과 사람과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했던 것처럼 술은 나의 인생에서 첫 번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술을 이기는 장사 없다고 하듯이 술은 친해져야 한다. 급하지 않게 천천히 즐기면서 더불어 인생을 함께 하는 벗인 것이다. 사랑하는 여인처럼 나의 또 다른 반려자를 재촉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술은 평생을 같이 할 친구이다.

여행은 끝나고 다시 일상 속으로 돌아왔다. 여행을 떠나면서 아내에게 나는 이렇게 말했다. “존경하는 선생님하고의 여행은 그것도 단 둘이 가게 되는 여행은 참 드문 일이라서 가려고 하는 거야. 여보, 이번 여행은 내년의 사업아이디어를 영글어 가는 기간이라고 생각해. 많은 것들을 생각하고 되돌아보고 다시 앞으로 나가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믿어. 그리고 당신과 애들과 함께 [다시 세상 속으로 뜨겁게] 나가는 출발점이 될 거야.” 그래 맞다. 나는 이제 세상과 만나러 가게 될 것이다. 속으로 침잠함으로써 세상 속으로 나가게 되는 역설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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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놈
2006.02.07 15:12:46 *.206.250.9
...하지만 아직도 글을 쓸 때 가다듬지 않고 생각나는 대로 쓴다거나 글의 내용을 쉽게 풀어내지 못하는 것, 그리고 밤 시간의 활용 등은 아직도 고쳐야 할 부분들이 너무나도 많다. 반성해도 다음 달에 같은 모습이 나타나는 것은 솔직히 속상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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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상해 하지 마세요^^ 저는 박노진님의 글쓰기가 확연히 진보하고 있다고 느끼고 있는걸요. 새로 글을 올리실 때 마다, 아~ 이것이 진보구나... 하고 느끼곤 합니다. 박선배 빠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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