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커뮤니티

살다

여러분이

  • 신재동
  • 조회 수 1513
  • 댓글 수 3
  • 추천 수 0
2006년 1월 17일 01시 30분 등록
◎ ing

그런 묘~한 직장생활을 하고 있던 중.. 심심해서 싸이월드에 들어갔는데 예전에 전직 국회의원과 연결시켜줬던 클럽에 간만에 새글이 올라와있다.
무슨 글인가 궁금해서 들어 갔더니...

구인공고다..

'○○○○ 학회 프로그래머 모집.'

여기서 일좀 하면 좋을까? 지금처럼 지내다가는 폐인될지도 모르겠다.
안면 있는 교수님께서 내신 공고니 단체는 믿을만하고..

이거.. 마음이 요동친다.
지금 있는 곳도 일이 좀(?) 없어서 그렇지 나쁜 곳은 아니다. 그런데 꼭 그렇게 모험을 할 필요가 있을까?
그런데 아무 일 없이 출퇴근 하고 있는 것이 석달째.. 이러다가 폐인 되지 싶다. 정신건강에 너무 안좋은 생활을 오래 지속하고 있는 느낌이다.

그리고 가만히 보니 저리로 옮겨가면 수입은 지금보다 오를 것 같다. 앞으로 결혼도 해야하니 화목한 가정생활을 위하야 좀 귀찮더라도 승부를 걸어보는 거이 좋지 않을까?

이런 생각에 이르는 걸 보니 이미 결론이 났다.

(이미 눈치 채셨겠지만)도전해 보자!

공지를 내신 교수님께 몇년만에 연락을 취한다. 대충 설명 들어보니 자격이 될 듯 하다. 일단 지원..
이어 면접일을 통보 받고 당일 회사에는 외출 신청을 하고 면접을 보러 갔다. 떨어져도 본전이라는 아주 편한 맘으로 면접 장소로 향했다.

가보니 교수인듯한 분 5명 정도가 면접관이다. 내가 아는 그 분도 거기 계시다. 그동안 만들었던 사이트 죄다 적었던 터다. 면접관들이 보시더니 '경력은 잴로 많네' 하신다. 그 중 한분께서 왜 이리 많이 옮겨 다녔냐고 물으신다.
내 답은 '본의 아니게..' 많이 옮겨 다닌 점은 인정하지만 불가피했던 점을 살짝 강조했다.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셨는지는 모르겠다. 그냥 맘편히 얘기하다가 생각보다 짧은 시간에 면접을 마치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회사로 돌아왔다.

다음날.. 언제 출근가능한지 알려 달라는 전화를 받는다..
또 이직 성공이다.. 성공이란 말이.. 좀 머시기 하긴 하지만.. 어쨌든 ..

그런데.. 이거.. 좀 곤란한 일을 해야 한다. 지금 회사에 사직서를 내야 하는 것이다. 사장님께 얘기하니 의아한 표정을 지으신다.

새로운 곳에 대해 자꾸 물으신다. 급여는 잘 나올 것 같냐는 말도 덧붙이신다.

나.. 상당히 마음 약해진다.. 그래도 내심 나를 믿으주셨나보다..
아.. 이런 상황.. 상당히 괴롭다..하지만 이미 방아쇠는 당겨졌으니.. 어쩔 도리가 없다.

가끔 놀러 오라신다. 나야 감사할 따름..

얼마 전에도 메신저로 나를 호출하시더니 일 할만 하냐고 하신다. 여전히 급여 얘기 물으시고 끝으로 별일 있음 연락 하라신다..

새로운 곳으로 옮겨온지 이제 한달.
고요하고 여유로운 곳이라고 표현할련다.
아직 본격적으로 일이 진행되지 않아 비교적 무난하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편이다.
이곳은 좀 오래 다녀야지.. 지금 생각은 그런데 또 언제 변덕이 날지는 모를 일이다. 그래도 예전처럼 그런 식으로 옮겨 다니는 일은 없겠지 싶다.
이제 홀몸도 아니고 하니.. 더 이상 그래서도 안되겠지..

그래도 이 일을 마냥 계속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특히나 몇년 전부터 눈이 많이 안좋아지고 있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좀 다른 일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끝)....



☞ 에필로그 ☜

여러 곳을 두루(?) 거치다 보니 그긴 거쳐왔던 직장에 대해 자세히 써보고 싶었던 적이 종종 있었다. 그러다가 작년 12월초, 또 한번의 이직이 확정되면서 그것을 실행헤 옮기기로 마음 먹었다. 또한 내 가까이에 있는 한 사람이 직장 일 때문에 마음고생하는 것을 보니 도움이 되든 안되든 내가 거쳐온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언젠가는 공개적으로 쓰고 싶은 글이었지만 막상 쓰기 시작하니 마냥 벌거벗는 느낌이었다. 내 딴에는 그 과정 하나하나가 열심히 사는 모습이었지만 남들은 그걸 어떻게 봐줄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아니.. 오히려 어떻게든 봐주던 반응을 보여주면 좋은데 아무 반응이 없으면 상당히 뻘쭘한 행동을 하는 꼴이었다.

그러니 생각이상으로 좋은 반응을 보여 주신 분들께 감사할 따름이다.

아울러...

글에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그간 어머니께서 엄청난 맘고생을 하셨으리라.. 개인적인 심적 갈등 해소에 전념하느라 그 부분을 많이 간과하고 넘어간 것이 사실이다. 이렇게 쓰면 효자처럼 보이려나... 아니면 죄책감을 해소하기 위한 행동인가.. 이런 말을 쓰고 있지만 이게 얼마나 갈지 모르겠다.. 어쨌든 죄송한 마음입니다.. 어머님..

그간 거쳐온 길이 결코 평탄한 길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그 길에 나름대로 의미를 부여 한다면 쉽지 않은 길을 거쳐 오는 바람에 그래도 좀 겸손해 진 듯 하다. 처음부터 순탄한 길을 걸어 왔다면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분명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고 판단해 버렸을 것이다.
그러한 습성을 완전히 버렸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한 사람에 대한 평가는 그렇게 함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이상 그간의 어설픈 연재... 마칩니다..

쭉 읽어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IP *.142.141.28

프로필 이미지
박노진
2006.01.17 07:03:23 *.118.67.206
재동님께서 쓰신 글 중에 가장 재미있고 편안하게 읽었다는 생각입니다. 남의 인생을 가볍게 읽었다는 표현이 죄송하긴 하지만, 요즘 글이란 쓰여진 순간부터는 필자의 것이 아니라 독자의 것이란 생각이 들거든요. 그렇게 보면 글은 트렌드를 따라 간다고 해요. 요즘은 쉽고 가벼운 글, 그리고 재미있는 글이 좋다고도 해요. 맞는지 모르겠지만.

원고료 줘야 하는데...
시간내기가 좀 어렵네요.
2월에 선이씨랑 같이 저녁이나 함 합시다.

좋은 연재 잘 읽었습니다.
다음에 더 좋은 글 부탁합니다.
프로필 이미지
박은정
2006.01.17 12:28:11 *.110.159.15
진심으로 쓰신글.. 잘읽었습니다. 누구나가 사정도 있고 자의든 타의든 이직에 대한 두려움과 거기에 따른 입장정리들이 바로 서기가 아주 힘이 들더군요. 제대로 자신을 지키면서 열심이심이 부럽네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저는 이 곳에 와서 혼자 행복해 죽겠답니다. 너무 너무 좋은 글도 많고요. 좋은 분들도 많고요. 보물을 발견 했어요. 박노진선생님. 김미영언니 사랑의 기원 .문요셉선생님.홍승환선생님.김달국선생님..여러분들 ...얼굴을 뵐 수는 없지만, 건강하세요.
프로필 이미지
김미영
2006.01.18 12:10:30 *.210.111.168
잘 읽었습니다..
또 다른 연재..기대해도 괜찮겠죠?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