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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9월 27일 17시 35분 등록


자리 짜는 늙은이에게 술 한잔을 나누고

 


신경림


자리를 짜 보니 알겠더란다

세상에 버릴 게 하나도 없다는 걸

미끈한 상질 부들로 앞을 대고

좀 처지는 중질로는 뒤를 받친 다음

짧고 못난 놈들로는 속을 넣으면 되더란다

잘나고 미끈한 부들만 가지고는

모양을 반듯하게 쓰기 편한 자리가 안 되더란다

자리 짜는 늙은이와 술 한잔 나누고

돌아오면서 생각하니 서러워진다

세상에는 버릴 게 하나도 없다는

기껏 듣고 나서도 그 이치를 도무지

깨닫지 못하는 내 미련함이 답답해진다

세상에 더 많은 것들을 휴지처럼 구겨서

길바닥에 팽개치고 싶은

내 옹졸함이 미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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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은 대로, 본 대로, 아는 대로 다 깨달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 콩을 눈 앞에 보여주며 이것이 콩이다 알려주어도 아니라고, 아닐 수도 있다고 여기는 게 사람이다. 미리 경험한 사람이 아무리 일러 주어도 직접 시행착오를 겪지 않으면 모른다. 나는.

듣고 보고 느끼는 데까지 반 평생, 느낀 것의 이치를 깨닫는데 또 반 평생 걸릴 듯. 진실로 깨달은 자는 실천하는 자이거늘 언제 실행하며 살아보나. 한가지라도 제대로 깨치는 게 있다면 좋으련만. 무형이든 유형이든 도대체 아는 게 없다.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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