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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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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4월 25일 12시 01분 등록
☞ 컴퓨터 좀 고쳐줘!!

컴퓨터 쪽으로는 문외한인 친구가 자기 컴퓨터에 이상이 있다며 고쳐 달란다. 이미 잘 알려진 이상증상일 경우는 조치가 간단하지만 처음보는 증상일 경우에는 조치가 쉽지 않다. 그런 경우 더러 자존심이 상할지라도 능력의 한계를 인정해 버리곤 한다. 그런데 그 친구의 경우는 계속 고쳐 달라고 우겨댔다. 전문가가 그것도 못고치면 어떡하냐고..

예상치 못한 곤경(?)에서 빠져 나오기 위해 비유를 하나 들어 상황 설명을 해줬다. 이걸 고치라는 건 내과 의사한테 이빨 치료를 부탁하는 격이라고.. 컴퓨터 분야의 전문가라고 해서 만능 A/S맨은 아니라는 것을 설명해 주려 한 것이다.
그 친구에게 그 말이 제대로 먹혀든 것 같지는 않았지만.... 물론 그 친구도 반장난으로 계속 그런 말을 했던 것이고....

조금 다른 경우지만 한달에 한두번씩 정도 컴퓨터 A/S를 할 때가 있다. 이른바 '정보화 도우미'라고 하는 활동을 하고 있는데 장애인에 한하여 센터로 A/S를 신청할 수 있고 내가 도우미로 등록되어 있는 지역에서 문의가 오면 직접 그 가정을 방문하여 컴퓨터를 수리하는 일이다.

방문하는 가정의 대부분이 집안 형편이 넉넉지 않은 편이다. 그러다보니 보유하고 있는 컴퓨터의 사양도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컴퓨터 사양과 비교할 때 많이 떨어지는 편이다. 그러다보니 제대로 수리해 주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있고 임시조치만 취해주는 경우도 있다. 아무런 조치도 취해주지 못할 경우 그것을 설득력 있게 설명해 줘야 하는데 말할 때마다 어려움을 느끼곤 한다.
원하는 서비스를 해주지 못했다는 점도 그렇고 상대방이 이해하기 쉽게 그 상황을 설명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다행이도 대개는 해당 컴퓨터가 워낙 오래된 제품이라는 이유로 수긍을 해주는 편이다.


☞ 홈페이지 좀 만들어줘!!

(우선 자로님!! 뜨금하거나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프로그래머로 전직을 한 이후 심심치 않게 받았던 부탁이다.

웹사이트가 워낙 흔해지고 그것을 통해 사업을 하는 경우도 많아지면서 쇼핑몰 등을 만들고자 하는 수요가 엄청나게 늘어났다. 그런데 대부분 소자본 창업이고 쇼핑몰이 워낙 흔하게 제작되다보니 사이트 제작에 들어가는 비용을 최대한 줄이려 하거니와 아는 사람이 인심 좀 써주면 뚝딱 만들어지는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런 경우 기획이 필요하고, 숙련된 디자이너가 필요하고, 호스팅 업체를 선정해야 한다는 등등의 설명을 차분하게 하는 것이 쉽지 않다. 부탁하는 사람은 사이트만 만들어지면 당장 사업이 본궤도에 오를 것 같은 기대가 꽉 차 있는 상태다. 사이트 제작은 그냥 쉽게 되는 것으로 가정하고 사업 구상을 했기에 사이트 제작과정의 난관을 설명할 때 머리로는 이해할지 몰라도 심한 경우에는 그러한 설명을 완전히 흘려듣는 경우도 있다.
그런 경우에는 나도 인내심의 한계를 느껴 그냥 휙 돌아서서 부탁을 거절하곤 하니 본의 아니게 '야박한 사람'이 되고야 만다.


☞ 의사소통의 어려움

보통 소규모의 사업장에서는 전산관련 직원을 한명 이상 두는 경우가 거의 없다. 이 분야만큼 세세하게 전문화 되어 있는 분야도 드문데 '사업장 사정'으로 한 사람이 그 세세한 분야를 다 커버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경우, 처리해야 하는 업무량도 문제지만 그보다 동료 직원과의 의사소통이 생각처럼 쉽지 않다는 것이 더 큰 문제로 작용하곤 한다.

다른 직원들은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것을 동료직원에게 알기 쉽게 설명하는 것이 하나의 의무일지는 몰라도 설명하는 것 자체가 또 하나의 일이 되고 막상 설명을 해도 제대로 이해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어느 쪽의 문제가 더 큰 것인지는 모르겠다)

때로는 아주 골치 아픈 문제를 해결했음에도 밖으로는 그것이 거의 표시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전문지식이 없는 경우 그것이 '대단한 수고'임을 알 수 없는 것이다. 그럴 경우 그냥 혼자서 만족하는 수밖에 없다. 누구에게 얘기한들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므로....


소규모 사업장의 프로그래머.. 사업장 분위기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상당히 고독한 직장인이 아닌가 싶다.
IP *.97.228.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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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장거인
2006.04.26 00:42:30 *.103.178.156
거인도 인터넷을 이용한 교육사업을 구상하는 입장에서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정보화 도우미'라는 자원봉사를 하신다니 훌륭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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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로
2006.04.26 08:32:14 *.118.67.206
전문적인 내용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우리로서는 별 생각없이 하나 만들어 달라고 말하지요.
아무런 생각없이 툭 던진 한마디가 상대방의 마음을 아프게 할 수 있다는 것에 많은 반성을 한적이 있습니다.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쉽게 대하고 쉽게 말하고 서스럼없이 행동하는 습관이 있어서 ...

그래도 홈피 않되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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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곤
2006.04.26 09:35:07 *.248.117.3
* 고독한 프로그래머를 위한 변명
나 역시 프로그래밍을 했던 경험에서 판단해보면(웹은 안해봤지만)가장 답답했건 경우가 기술적으로 해결이 안된 경우보다 상대방에게 설명하고 설득해야 했던 커뮤니케이션의 문제라고 생각됨.

개발자들이 매뉴얼 만들어 놓은 걸 보면 거의 프로그램 스펙에 가까운 황당한 모습을 보고 글쓰기를 좀 배워야 겠다는 생각도 들었음.

전문가는 무엇보다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날이 갈수록 하게 됨. 말을 잘한다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입장에서 언행이 된다는 것. 그래서 전문가의 길이 쉽지 않은 것일까?

고독은 좋다. 우울해지지는 말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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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동
2006.04.26 09:56:59 *.97.228.61
자로님!! 저도 어떤 식으로든 도움을 드리고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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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경
2006.04.26 14:03:00 *.45.83.130
경력 4년 된 웹 프로그래머입니다. 공감 100개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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