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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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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3월 6일 19시 07분 등록

갓 신혼여행을 다녀온 부부가 집에 다녀갔습니다. 저녁에 그들이 돌아 간 후, 신부가 남겨 놓은 카드를 읽어 보았습니다. 그 속에 이런 글귀가 들어 있었습니다.

“ 가정이란 하나의 수레바퀴다. 가정이란 하나의 예술 형태다. 예술 형태란 작업이 필요한 것이기 때문에 가정은 흥미진진한 예술 경력이다. 놀라울 만큼 실제적이고 생생하며 살아있는 수레바퀴인 것이다. “

나는 그들에게 매일 책을 읽고, 매일 한 두 줄씩이라도 쓰며, 인생을 시처럼 살라고 축복해 주었습니다.

그들이 하나의 가정을 시작하는 것을 보며, 나는 내 가정을 돌이켜 볼 기회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가정이라는 마차를 타고 긴 길을 여행했습니다. 우리가 지나온 길에는 우리가 남긴 마차 바퀴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때때로 인생의 힘든 코너를 돌때 4개의 바퀴 자국들은 서로 엉키기도 하지만 끝없이 함께 이어지며 비오는 거리를 가고 햇빛 쏟아지는 들녘을 거쳐 왔습니다.

가정이 아름다운 것은 그 안에 아주 많은 이야기를 담아두고 서로 그것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함께 서로 주인공이 되어 같은 이야기를 공유한다는 것, 그것이 바로 가정의 특징입니다. 알지 못하던 젊은이들이 운명처럼 서로 만나 눈이 맞고, 내밀한 비밀을 공유하고, 언약하고, 이내 알고 있는 가까운 사람들을 다 불러 모아 눈처럼 하연 드레스와 정장를 입고, 아름다운 결혼식을 올립니다.

그들은 때때로 사랑이 생활로 변해 버리는 일상의 지루함 속에서 참지 못하고 더 아름다운 이야기, 더 끌리는 이야기 속의 주인공이 되고 싶어 하기도 합니다. 평범한 아내와 남편이라는 것에 좌절하기도 하고, 늘 모자라는 돈, 반복되는 지루한 직장에서의 일과에 지쳐 쓰러지듯 가정으로 들어오지만, 그 또한 자질구레한 책임과 의무로 가득한 또 다른 공간이라는 것에 분개하기도 합니다. 뾰죽하고 날카로운 낱말들을 서로의 가슴을 향해 무자비하게 던지며 대판 싸우기도 합니다.

그러나 돌이켜 보면 가정만큼 사람 사는 맛으로 가득하고, 생생하고, 절절하고, 웃음과 실망이 사랑과 범벅이 되어 살아 숨쉬는 공간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아이를 낳고 아이 때문에 절절매고, 그 아이에 모든 미래의 밝은 것들을 다 모아들이고, 혹 실망하고 다시 기대하면서 지지고 볶는 그 실감나는 키친이 바로 가정입니다. 세상 어디에도 이런 공간은 없습니다.

이 봄날 새로운 가정을 만들어 내는 모든 이들에게 축복이 있기를. 이 봄날, 이미 가정을 이룬 모든 이들이 자신을 주인공으로 하여 세상 어디에도 없는 아주 특별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기를.
IP *.116.34.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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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기원
2006.03.06 19:32:32 *.190.84.104
뉘신지 행복이 하늘만큼 땅만큼이겠습니다.
큰스승님 및에서 한 약속이니 부럽습니다.
훌륭한스승님과 제자들 좋은 인생여행을 하기에 충분하실 것입니다.
언제나 축복이 함께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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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까지 삼년
2006.03.07 07:00:57 *.252.184.17
요즈음에야 저도 그렇구나~ 합니다
그렇게 웬수같던 남편. 그때문에 내 인생이 힘들어졌다고 투털거리던 시간이 아까워 집니다. 나는 내 결혼과 가정사의 피해자라고 늘 생각해 왔었는데 .... 요즈음 당당해져갑니다. 가정을 지키고 가족을 선택한 나 자신을 격려하고 자랑스러워합니다.... 나도 처음처럼 아름다운 이야기를 만들어 보고 싶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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