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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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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8월 9일 16시 10분 등록

만약 시인이 사전을 만들었다면

 


류시화

 

만일 시인이 사전을 만들었다면

세상의 말들이 달라졌으리라

봄은 떠난 자들의 환생으로 자리바꿈하고

제비꽃은 자주색이 의미하는 모든 것으로

하루는 영원의 동의어로

 

인간은 가슴에 불을 지닌 존재로

얼굴은 그 불을 감추는 가면으로

새는 비상을 위해 뼛속까지 비우는 실존으로

과거는 창백하게 타들어 간 하루들의 재로

광부는 땅속에 묻힌 별을 찾는 사람으로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은

그 사람 가슴 안의 시를 듣는 것

그 시를 자신의 시처럼 외우는 것

그래서 그가 그 시를 잊었을 때

그에게 그 시를 들려주는 것

 

만일 시인이 사전을 만들었다면

세상의 단어들이 바뀌었으리라

눈동자는 별을 잡는 그물로

상처는 세월이 지나서야 열어 보게 되는 선물로

목련의 잎은 꽃의 소멸로

죽음은 먼 공간을 건너와 내미는 손으로

오늘 밤의 주제는 사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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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 아랫부분에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그의 가슴에 있는 노래를 배우는 것’-작자미상> 이라고 작게 적혀 있다.

시인은 이 한마디에 영감을 얻었나보다.


시인의 사전을 더 만들어볼까?

바람은 나무를 간질이는 보이지 않는 손

추억은 허공에 날리는 엷은 미소

여름은 열매를 향한 지독한 갈망

너는 알 수 없는, 잡히지 않는 나

 

시인이 나라를 다스린다면

노란 리본 매달일 없을 텐데

곡기 끊고 가슴칠일 없을 텐데


IP *.211.65.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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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8.09 20:15:56 *.10.141.91

참 좋"으"다..^_^

 

그분도 참 좋아 하셨지...

시처럼 살고 싶다고 하셨던 분이니까...

 

춘희를 연구원으로 뽑으셨을 때

"사심"이 작용했다고 하신 적도 있었어.

늘 발랄한 촌녀자인 네가 좋다고

하신 적이 여러번 계셨어.

 

그 사랑 너도 잘 알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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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8.11 14:24:29 *.211.65.190

그러니 환장할 노릇이지

봄나물 뜯다 합격한 줄 모르고

실력으로 된줄 알았으니


나 이럴줄 알았어

둔하고 둔하여 가슴칠일 있을 줄 알았어

생긴대로 살라했는데

눈 내리깔고 척 했으니


이제 나 어찌 생겼는지 알았는데

거울 안 비춰봐도 알겠는데

마음 가는 대로 내 팔 내가 흔들 수있는데

일러주신 그 분은 아니계시네


교양떨다

아껴두다 욕심부리다

알아봐 주는 이 없는 미운 오리새끼 되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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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8.11 22:34:44 *.10.141.91

그래..많이 울었겠다.

 

살아 계실때도 마찬가지만 돌아가셔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그냥 스승님이 스승님의 스승에게 질문한 것처럼

그렇게 질문하면 아마 옆에 있는 것처럼 느껴질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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