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커뮤니티

살다

여러분이

  • 왕참치
  • 조회 수 1644
  • 댓글 수 15
  • 추천 수 0
2014년 3월 3일 11시 44분 등록

소통이란 무엇인가?

 

유행어를 보면 그 시대가 보인다고 했다.

몇 년 전부터 우리 시대는 소통이라는 말이 화두가 되었다. 그에 따라 통하였느냐?’라는

유행어도 생겼다. 각종 스마트폰에 태블릿PC 등의 유행을 선도하는 우리나라는 IT강국이라

불린다. 그렇기에 속도는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이 빨라졌고, 원하는 정보도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얻을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으면서 왜 통하였느냐?’를 물어보게 되었을까?

삶은 점점 빨라지고 편리해지는데 마음은 왜 불편해지는 것일까?

통한다는 것은 속도와 양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인 것이다.

 

아들과 나는 아들이 14살 되던 해에 만나 가족이 되었다. 누구나 다 꺼려하는 그 나이의 만남이

나로서도 쉬운 문제는 아니었다. 아이를 키워본 친구들은 나보다 걱정이 더 태산이었다.

그래서 나는 처음부터 솔직해 지기로 마음을 먹었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좋은 엄마는 어떻게 해야 되는 건지 잘 모르겠어. 음식도 잘해야 하고,

 많은 것을 알아야 하고...그건 생각하면 할수록 머리가 아프고 어려운 문제야. 특히 난 아이를

키워본 경험이 없거든. 하지만 나는 너한테 좋은 친구는 되어줄 수 있어.”

친구요? 좋은 친구가 뭔데요?

너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너의 고민을 같이 나누는 거지.”

이야기를 들어주는 게 친구에요?”

진심으로 들어주는 거지. 이야기를 듣는 다는 것은 너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너의 고민을 함께

 나누는 거야. 난 할머니한테도 좋은 며느리보다는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아들은 그 말이 어떤 의미인지 잘 모르는 눈치였다. 하기야 같은 나이에 뛰어 놀 수 있는 아이들을

우리는 흔히 친구라고 부르기 때문이다. 아들은 이 말을 잊었을지 모르지만 나는 철저하게 실천하기

위해 노력했다. 사실은 즐거웠다. 아이와 대화를 할 때면, 14살이 되어 듣고, 질문하고, 공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너무 오래 전에 지나와 버린 14살의 시야는 아들에 의해 재구성이 되었고, 현대에 맞게

재창조 되었다. 그 나이의 관심사, 그 아이가 보는 어른들 세상의 불합리, 그 나이에 할 수 있는 고민들을

같이 듣고 이야기하고 나누었다. 때로는 나도 답하기 어려운 질문을 하는 바람에 난감할 때도 있었지만,

그럴 때는 솔직하게 그건 나도 모르는 문제야, 같이 고민해 보자라고 이야기 했다. 피곤할 때도 있어

 집중이 안 되는 경우도 있었지만, 나는 한결같이 아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아들은 나에게 유일하게

 10대로 돌아갈 수 있게 만들어 주는 타임머쉰 같은 존재다. 그 시간은 언제나 신선하고 재미가 있었다.

 

아들은 운동을 좋아하고 그 중에 킥복싱을 배우고 싶어 했다. 그래서 시작을 하게 되었는데 그 후 대화의

30%가 킥복싱에 관한 것이 되었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나는 폭력을 아주 싫어하는 사람이다. 영화를 볼 때도

그런 장면이 나올 때는 눈을 가린다. 하지만 아들은 UFC경기를 즐겨본다. 내가 가장 경멸하는 경기 중에

하나였지만, 주말에 아들과 같이 보다 보니 이것이 진정한 생() 스포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들은 제 2의 해설위원이 되어 여러 가지 설명을 곁들어 준다. 그래서 지금은 웬만한 선수들의 이름과

기술을 남편보다 더 많이 알고 있다.

 

그런 나의 노력 덕분인지 얼마 전에 아들한테 이런 이야기들 들었다.

엄마한테는 무엇이든지 말하고 싶어져. 엄마는 재미없어 하는 부분도 잘 들어주고 이야기하게 만드는

 아주 강력한 재주가 있어. 그래서 엄마 옆에 있으면 말하고 싶어져.”

내가 들은 최고의 찬사였다.

 

나는 그렇게 대화를 할 때면 상대방이 되려고 노력한다. 때로는 치열하게 살고 있는 조직 구성원의 일원이

되기도 하고, 인생을 어느 정도 살아본 70대의 노인이 되기도 하고, 시댁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며느리가

되기도 하고, 혼자라는 것의 편안함과 자유로움, 외로움을 느끼는 노처녀가 되기도 하고,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10대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에커만이 괴테를 이야기 할 때 그는 언제나 동일한 사람이면서 언제나 다른 사람이었다.’

라고 말하듯이 나도 사람들과 이야기하면서 만나는 인물에 따라 다양한 인물이 되려고 노력한다.

이것이 나만의 소통법이다.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입장이 되는 것.

 

 

 

 

 

 

 

IP *.219.222.16

프로필 이미지
2014.03.03 12:08:51 *.104.9.186

'사랑'이란 말보다 '친구'라는 말이 더 온전하고 편안하게 느껴집니다.

전 제 아이들이 가장 어렵습니다.

아무래도 '소통장애'가 맞는 것 같아요.^^


언제고 뵙고 한 수 배움을 청하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

프로필 이미지
2014.03.03 16:30:29 *.219.222.16

별 말씀을요.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오히려 감사하죠.

4주차가 끝나니까 기분이 이상하네요.

오늘은 못마시는 술이라도 한잔 들이키고 싶은 기분이 드는데요.


프로필 이미지
2014.03.03 12:57:35 *.196.54.42

"아들은 나에게 유일하게 10대로 돌아갈 수 있게 만들어 주는 타임머쉰 같은 존재다그 시간은 언제나 신선하고 재미가 있었다."

엄마한테는 무엇이든지 말하고 싶어져엄마는 재미없어 하는 부분도 잘 들어주고 이야기하게 만드는

 아주 강력한 재주가 있어그래서 엄마 옆에 있으면 말하고 싶어져.”


아주 감동적인 장절입니다^^ 괴물이라 불리는 중딩 아들과 소통의 쾌거를 이루어 내셨으니, 님은 왕참치를 대박 낚으셨네요 ㅎㅎ

저도 이제 막 고딩 된 아들이 하나있는데 얘는 유럽축구 메니아 입니다. 이야기의 80%가 축구임다.

녀석과 친구된 비결은 녀석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함께 메시와 호나우두의 경기를 보아주는 겁니다.


님의 이야기가 감동적이고, 결말의 문장으로 화룡점정입니다.

프로필 이미지
2014.03.03 16:29:20 *.219.222.16

감사합니다. 왕참치 제대로 낚았죠. ㅋㅋ

저도 아들과 축구 이야기도 많이 한답니다.

부모라는 자리가 보니까 종합예술적 기질을 필요로하네요.

우리 아이랑 동갑인데 시간나면 사내녀석끼리 미팅이라도

시켜줄까요?


프로필 이미지
2014.03.03 17:00:53 *.196.54.42

좋은 생각입니다 ㅎㅎ

프로필 이미지
2014.03.03 19:40:21 *.62.162.24
와!! 중학생아들과 잘 통하신다니 존경스럽습니다~ '중학생 자녀와 소통하는 법'이란 책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프로필 이미지
2014.03.04 09:41:17 *.14.90.161

가끔 멍들고, 그들 만의 단어에 공감해주고...

그래서 때로는 엄마와 친구의 경계가 모호해질때가 있답니다.


프로필 이미지
2014.03.04 11:35:54 *.177.80.32

저도 역지사지~잘 하는데요...근데 소통은 영..왜 그런가 하니

늘 그때가 아니라 한참 지나서야 역지사지가 되어 버리더라구요.

이 늦은 타이밍!! 역지사지도 타이밍이 참 중요한 듯해요..

공포의 중딩과 소통하는 그 강력한 재주~~저도 듣고 싶어요..

프로필 이미지
2014.03.05 06:39:17 *.213.30.2

타이밍....그것만큼 중요한게 없죠.

그러고보니 삶 자체가 종합예술이네요.

프로필 이미지
2014.03.04 11:58:18 *.36.146.83

저도 공포의 중2가 집안에 상주하고 있는데... 어렵네요. 친구같은 엄마 잘 하고 있다고 생각했으나 막상 아이가 도발을 감행하면 못 참고 본색을 드러내게 된다는... ㅜㅠ;  그 녀석 땜에 요즘 소통을 많이 고민합니다 

프로필 이미지
2014.03.05 06:42:21 *.213.30.2

<10대의 부모로 산다는 것>이라는 책을 읽고

아들의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을 알게 되었어요.

청소년기의 아이들도 자고 일어나면 달라지는 자신의 몸에

대해 버거워한다고 하더라구요.

우리가 갑자기 살이 찌면 힘든것처럼....

그렇게 생각하니 저 녀석도 처음 겪어보는 사춘기가

힘들겠구나! 싶더라구요. ㅋㅋ 감사합니다.

프로필 이미지
2014.03.04 13:00:34 *.94.41.89

정말 마음이 따뜻해지는 글 잘 읽었습니다 ^^ 감사합니다.

만났을 때 사람들을 편안하게 하여 말이 절로 나오도록 하는 탈렌트가 있으신가봐용. 한 수 배우고 싶네용

 

요즘은 미운 7살이 아닌 미운 5살이라고 할 정도로 아이들과의 소통이 아주 어린 나이때부터 어렵다고들 하던데

아들과 제대로 소통하는 친구같은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심이 대단하게 생각되네요.

저도 왕참치님처럼 좋은 부모가 될 수 있길 바래봅니다.

 

 

프로필 이미지
2014.03.05 06:52:16 *.213.30.2

좋은 부모...그건 너무 어려운 단어네요.

그렇게 가려고 노력할 뿐이지.

감사합니다. 부끄러워지네요.

프로필 이미지
2014.03.04 16:55:53 *.94.41.89

"삶은 점점 빨라지고 편리해지는데 마음은 왜 불편해지는 것일까?"

엄마한테는 무엇이든지 말하고 싶어져. 엄마는 재미없어 하는 부분도 잘 들어주고 이야기하게 만드는

 아주 강력한 재주가 있어. 그래서 엄마 옆에 있으면 말하고 싶어져.”

 

도를 이루셨습니다.

좋은 부모란 무엇일까? 반성하게 합니다.

따뜻한 격려와 관심 감사히 받았습니다.

같이 좋은 글 읽은 시간에 고맙고 감사합니다.

 

 

 

 

프로필 이미지
2014.03.05 06:53:43 *.213.30.2

저도 감사합니다.

사이버상에서도 따뜻함이 느껴져 좋았습니다.

연구원이 생각했던 것보다 좋네요. ㅋㅋ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818 10기 레이스 기획안-구해언 [2] 해언 2014.03.14 1960
3817 10기 레이스 기획안 - 강종희 [6] 종종걸음 2014.03.14 1917
3816 10기 3차-연구원 공저 기획안(이은심) [4] 왕참치 2014.03.14 1897
3815 10기 공저기획안_박윤영 [3] 녕이~ 2014.03.14 1774
3814 10기 <연구원 10년 공저 기획안> 김정은 [6] 앨리스 2014.03.14 2026
3813 10기 공저기획안-조현연 [4] 에움길~ 2014.03.14 1598
3812 10기_3차_ 공저 기획안_김선형 [4] 찰나 2014.03.14 1578
3811 10기 - 공저 기획안 - 이동희 [6] 희동이 2014.03.14 1643
3810 10기 3차_공저기획안_정수일 [4] 정수일 2014.03.14 1611
3809 10기 연구원 공저기획안 - 김종호 [10] 구름에달가듯이 2014.03.13 1578
3808 10기 4주차_소통이란 무엇인가_김선형 file [16] 찰나 2014.03.03 1695
3807 10_풍성한 식탁을 차립시다_구해언 [7] 해언 2014.03.03 2046
» 10기 2차레이스 4주차-소통이란 무엇인가(이은심) file [15] 왕참치 2014.03.03 1644
3805 [10기 4차 레이스] 소통이란 무엇인가_박윤영 file [11] 녕이~ 2014.03.03 1612
3804 10기 레이스 - 소통이란 - 강종희 [17] 종종걸음 2014.03.03 1581
3803 <10기 레이스 4주차 칼럼>소통이란 무엇인가-조현연 [10] 에움길~ 2014.03.03 2387
3802 <10기 레이스 4주차 칼럼> 소통, 배려가 담긴 널뛰기 놀이 file [7] jieumjf 2014.03.03 2121
3801 10기 레이스 <소통이란 무엇인가> 김정은 [12] 앨리스 2014.03.03 4586
3800 지적Race 4주차_소통이란 무엇이던가_류동일 [6] 류동일 2014.03.03 1652
3799 <10기 레이스 4주차 칼럼> 소통이란 무엇인가? - 이동희 [10] 희동이 2014.03.02 16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