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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2월 15일 21시 28분 등록

죽음이란 무엇인가?                                                             김종호 칼럼

 

 “지혜로운 자의 마음은 초상집에 있고, 우매한 자의 마음은 잔칫집에 있다.” 성경에 나오는 말씀이다. 이 말씀의 실행편이 죽음의 자리로 가라. 그리고 거기에서 삶을 얻어내라.”하신 구본형 선생님의 말씀이 생각난다.

내가 교회의 소그룹, 가정교회의 리더로 십여 년간 지낸 적이 있는데, 그 동안 그룹멤버의 소천(召天) 으로 네 번의 상을 치렀다. 상을 네 번이나 치르고 나니 비로소 성경의 말씀이 가슴에 와 닿았다. 초상집, 그 죽음의 자리에서 망자의 삶의 행적이 샅샅이 드러났다.

 

교회 집사로, 가정교회의 리더로 그 섬김이 유난히 각별했던 한 분이 나이 49에 갑자기 죽음을 맞이하자 온 교회가 울음바다가 되었다눈물의 클라이맥스는 줄줄이 추도사가 이어질 때였다. 고인과의 추억이 울먹이는 추도사와 오버랩 되어 눈물샘을 터뜨렸다결국 남는 것은 이야기였다. 고인이 생전에 나누어 준 사랑이 깃든 말과 행동이 감동의 이야기로 터져 나왔다. 결국 사람의 일생이 이 죽음의 자리에서 생생하게 정리되고 평가 받는 것을 나는 보았다. 살아 생전에 그렇게 찾아 헤매었던 삶의 의미가 역설적으로 죽음의 순간에 백일하에 드러난 것이다. 나는 배웠다. 이 죽음의 자리에서 최후로 남는 것은 사랑의 추억이란 것을.

 

인생은 수많은 크고 작은 삶의 사건들로 엮어져 있다.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은 탄생과 죽음이다. 그런데 이에 버금가는 인생의 사건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사랑과 이별일 것이다. 사랑이 찾아오는 순간이 생명의 환희가 넘치는 탄생의 순간이라면 이별할 때는 그 고통의 무게가 죽음을 방불케 한다.

 

사랑에 빠진 자는 광적이며, 시적인 생의 절정을 경험한다. 그러나 사랑이란 시작과 동시에 이별을 잉태하고 있다. 기쁨과 환희만이 아니라 고통과 슬픔, 공허와 외로움도 껴안아야 하는 것이 사랑이 내포하고 있는 본질적 속성이다. 삶이 죽음이라는 사건을 품고 있듯이 말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별과 죽음조차도 초월한 사랑의 힘을 알게 하는 대목이 빅토르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에 나온다.

 

나는 아내가 살았는지 죽었는지도 몰랐다. 알 수 있는 방법도 없었다. 하지만 그 순간부터 그것은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았다. 알아야 할 필요도 없었다. 이세상 그 어느 것도 내 사랑의 굳건함, 내 생각, 사랑하는 사람의 영상을 방해할 수는 없었다. 나를 그대 가슴에 새겨 주오. 사랑은 죽음만큼이나 강한 것이라오.”

 

죽음을 이겨낸 사랑의 승리의 개가이다. 사랑이 있음으로 우리는 죽음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 이 건 구원이다!

 

그저 동물로서의 삶의 조건을 따지면 인간이란 존재는 참으로 하등 생물이다. 끊임없이 다른 생명체, 동물이나 식물을 죽여서 그것을 먹어야만 생명을 이어갈 수 있으니 말이다. 고등생물로 말하자면 나무나 풀과 같은 광합성하는 식물일 게다. 그들은 얼마나 의연하고 당당한가? 자연이 무한정 공급하는 햇빛과 물을 먹이로 자신의 성장을 도모하고 다른 생물을 이롭게 하면서 더불어 살아가는 참으로 지혜로운 생물이다.

 

수목장(樹木葬)이라 하여 시신을 나무 아래 안치하는 것을 보았다. 다른 생물을 먹음으로써 생명을 유지해 왔던 동물인 인간이 죽어서 나무의 거름이 됨으로써, 비로소 생전의 빚을 조금이라도 갚는 순간이다. 그러나 사람의 죽음이 이것뿐이라면 사람이 어찌 만물의 영장이라 하랴? 이는 사람이 영적인 존재이기 때문일 것이다. 몸을 입고 이 땅에 왔지만 몸을 벗는 순간에 무엇으로 그 존재의 가치를 말할 수 있을까?

 

한 알의 밀알이 땅에 떨어져 죽어 썩으면 많은 열매를 맺나니…” 물론 이 말씀은 비유적으로 쓰였지만 죽음에 대한 핵심 진리를 품고 있다. 우리의 죽음이 어떠해야 하며 죽음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이 말씀만큼 명쾌하게 가르쳐 주는 것은 없다.

 

사람이 죽을 때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무엇일까? 아마도 아무 가치도 없는 죽음일 것이다. 묘지명에 나다, 그저 먹고 마시고 살다가 죽다.”라고 쓰여 있다면 이 죽음이 무슨 의미일까? 결국 죽음의 의미를 찾는 것은 삶의 의미를 밝히는 것에 다름 아니다.

 

구본형 선생님께서 한 알의 밀알이 되어 죽으심으로 100명의 연구원과 400명의 꿈벗이라는 열매를 이 땅에 남기셨다. 나도 그의 열매가 되어 또 다른 한 알의 밀알이 되고자 한다. 이것이 내 삶과 죽음의 의미가 될 것이다.

IP *.7.195.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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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2.17 14:28:21 *.94.41.89

"고등생물로 말하자면 나무나 풀과 같은 광합성하는 식물일 게다. 그들은 얼마나 의연하고 당당한가? 자연이 무한정 공급하는 햇빛과 물을 먹이로 자신의 성장을 도모하고 다른 생물을 이롭게 하면서 더불어 살아가는 참으로 지혜로운 생물이다"

 

저도 동감합니다. 그들의 삶은 무엇으로 이야기를 하여도 늘 교훈적인 것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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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2.20 10:24:28 *.196.54.42

그러죠, 움직이는 나무같이 살 수는 없을까요?

한 주일에 한 번이라도 콧구멍에 자연의 바람을 넣어줘야 하는데, 요즘 과제하느라 그걸 못해서 안달입니다.

3주차도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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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2.17 15:38:03 *.94.164.18

사람이 죽을 때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무엇일까? 아마도 아무 가치도 없는 죽음일 것이다. 묘지명에 나다, 그저 먹고 마시고 살다가 죽다.”라고 쓰여 있다면....

 

저도 이것이 가장 두렵네요. 

그래서 마음이 울림을 따라 가보려고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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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2.20 10:35:30 *.196.54.42

마음의 울림, 그 북소리가 인도하는대로 살아야 잘 사는 것이겠죠^^

3주차 레이스에도 필승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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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2.18 08:23:36 *.50.21.20

고인과의 추억이 울먹이는 추도사와 오버랩 되어 눈물샘을 터뜨렸다.  결국 남는 것은 이야기였다고인이 생전에 나누어 준 사랑이 깃든 말과 행동이 감동의 이야기로 터져 나왔다결국 사람의 일생이 이 죽음의 자리에서 생생하게 정리되고 평가 받는 것을 나는 보았다살아 생전에 그렇게 찾아 헤매었던 삶의 의미가 역설적으로 죽음의 순간에 백일하에 드러난 것이다나는 배웠다이 죽음의 자리에서 최후로 남는 것은 사랑의 추억이란 것을.


저는  이 부분이 제가 놓친 생각을 짚어준 것 같아서 좋았어요. 추도사를 들으며 다른 사람들과 함께 울다보면 마음 속에 촛불이 하나 켜진 듯 따뜻해지던 기억이 납니다. 


묘지명에 나다그저 먹고 마시고 살다가 죽다.”라고 쓰여 있다면 이 죽음이 무슨 의미일까?

찬물 냉수같은 돌직구에 정신이 번쩍 드네요. 내 묘비명에 어떤 글귀가 적힐지 상상해보면 오늘을 함부로 보내서는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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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2.20 10:51:31 *.196.54.42

부족한 소생의 글에 이렇게 긴 댓글을 달아주시니 황공무지로소이다^^

오랜만에 사이트에 들러 님의 댓글을 보니 반가움과 함께 힘이 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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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2.18 13:59:41 *.94.41.89

가슴을 울리는 문구가 많아 몇번을 곱씹어 읽었답니다. 가치 있는 죽음을 위해 오늘도 의미있게 보내야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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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2.20 10:55:19 *.196.54.42

부족한 글을 그렇게 읽어 주셨다니 정말 감사합니다.

글을 통해 서로 나누는 재미가 이렇게 클 줄은 이전엔 몰랐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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