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를 ‘주고받음’ 이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내가 이만큼 해줬으니깐 너도 그만큼은 아니어도 어느 정도는 해줘야 해.’ 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물질적인 것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었다. 가령 내가 힘들 때 옆에 있어 줬으니깐 너도 내가 힘들 때 옆에 있어줘야 해와 같은 정서적인 기대 또한 난 저 아래 숨겨둔 채 당연하다고 여기며 살았다.
중학교 때부터 죽 관계를 이어오던 한 친구는 힘든 일이 있을 때면 나에게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 하곤 했었다. 살다보면 나라고 왜 힘든 일이 없겠는가... 특히 나에게 20대 후반에 벌여졌던 그 일은 마음이 무너지는 일이었다. 누군가에게 마음껏 위로 받고 싶었기에 그 친구에게 전화를 했었지만 그 친구는 뭔가 하는 중 이었고 다시 걸겠다는 말을 듣고 끊었지만 그걸로 끝이었다. 그때 나의 서운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지만, 그 서운한 마음은 내가 유치하게 보일까 그저 마음에 묻어 둘 뿐이었다. 그런 표현 못했던 마음이 하나 둘 쌓여 있기에 그랬던 걸까? 난 늘 관계 안에서 손해를 본다고 생각했었다. 너무 유치하게 보일까 표현하지 못하는 서운함 들이 툭툭 올라오게 될 때면 상대방에게 의도하지 않은 상처를 주기도 하였고, 때로는 전화번호를 변경하게 되었지만 서운한 마음이 남아있는 사람들에게는 알려주지 않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소심하게 뒤끝을 남기기도 했었다.

 생각해보면 나를 알아달라는 마음은 컸지만 그것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면서, 우리가 서로 봐온 시간이 얼마인데 그 정도면 알아차려야 하는 거 아니야? 라는 기대를 했기에 알아차리지 못하는 상대방에게 모든 원인을 돌리려고 했던 것 같다. 때로는 나는 상대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데 상대는 그런 것 같지 않아 그 관계가 일방통행으로 느껴져 친구관계임에도 관계 안에서 솔직하기가 어려웠다. 그때는 내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것은 상대방으로 하여금 나를 나약하게 보이게 하는 것 같았고 그로 인해 내가 너무 작은 존재로 보일까봐 두려웠다. 관계 안에서의 어떤 상호작용도 없이 세상에 무심한 듯 살고 싶은 것도 아니면서 행동은 그와 반대로 하니 나는 점점 더 내 안에 나를 가두고 있는 겪이 되고 있었다. 하지만 난 그 어느 누구보다 관계 안에서 관심 받고 싶었기는 나를 알아봐 달라고 내 나름의 방식으로 세상과 소통하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전혀 세상과 소통할 수 없는 방식으로 말이다. 나를 표현하지 않고서는 관계를 만들어가기는 불가능하다. 독심술을 쓰는 사람이지 않고서야 어떻게 입을 닫고 있는 사람의 마음을 알 수 있으며, 설사 관심을 표현하려 해도 다가서기가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차라리 가만히 있었다면 어쩌면 순간순간 느끼게 되는 서운함이 덜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난 상대방에게 관심을 보이며 배려를 하고 있었고 그 배려는 상대방 중심이 아닌 내 중심인 경우가 더 많았었다. 즉 내가 받고 싶은 배려를 하고 있는 경우가 더 많았던 것이다. 그렇기에 어쩌면 상대방은 전혀 배려 받고 있다고 여기지 못 했을지도 모른다.

어느 날 참여하게 된 워크샾에서 옆에 앉아있던 사람과 감정표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중에 나는 바로 전 섹션에서 받은 그 사람에 대한 인상에 대해 말을 하였다. 다른 프로그램에 참여한 적이 있었느냐고 사람의 마음을 참 잘 읽어주는 것 같다고 그저 나의 느낌을 말했을 뿐이었다. 내 말에 상대방은 그렇게 말해주어서 고맙다는 말을 하면서 나에 대한 인상에 대해서도 말해 주었다. 그 순간 나는 마음이 작게 울리면서 코끝이 찡해짐을 느꼈다. 마음과 마음이 만나는 게 바로 이거구나. 관계란 이렇게 맺어지는 거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런 울림 또한 처음 느꼈기에 마음이 울리지 않을 수 없었다. 정말 별 거 아닌데 내 마음을 표현하는 게 이렇게 간단한 것인데 난 너무 어렵게 생각하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했던 마음고생들이 조금은 억울하게 느껴지는 순간이기도 했지만 그 때의 그 울림은 한동안 내 마음에 자리잡고 있었다.

이렇듯 관계는 관심이며 더 나아가 나를 표현하는 하는 것이라고 본다. 이를 통해 나를 드러내 놓을 수 있다면 세상과 보다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고 보다 풍성한 삶을 살 수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