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빈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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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자와 약자
몇년 전에 자동차 여행을 했을 때의 기억을 더듬어 본다.
시카고를 출발 해서 Florida 에 속해 있는 Key West를 목적지로 두고 여유롭게 다니던 때다.
그 곳은 지도 상으로 보면 미국 대륙의 제일 남쪽에 위치한 끝 부분이 아닐까 한다.
가는 도중에 멕시코 만 ( Gulf of Mexico) 에 인접한 5 개주의 해변가
가까이에 있는 도로를 따라서 여행을 하였다.
미시시피 주의 남단에 있는 한 해변가를 지나게 되었을 때다.
예전에 고깃 배들이 정박했었던 구조물이였을 터인데,
오랫 동안 사용치 않아서 폐허가 된 상태인 곳에 차를 멈추고 점심 식사를 했다.
잠시 바다를 보면서 점심 식사를 하고 있는데,
많은 갈매기 떼 들이 나의 주변을 맴 돌았다.
그런데 저만치에 까마귀 서너 마리가 앉아 있었다.
그들은 나의 주변에 맴돌고 있는 갈매기의 동향을 살피고 있는 듯 했다.
시험 삼아 먹고 있던 샌드위치의 빵조각을 던져 보았다.
몇마리의 갈매기가 날아 왔다.
갈매기들이 빵 부스러기에 근접 할 때 쯤,
요란한 울음 소리를 내며 까마귀들이 갈매기를 쫒아 내고 그것들을 쪼아 먹었다.
그러니까 먹이의 위치는 갈매기들이 찾아 내고,
먹기는 까마귀가 먹는 꼴 이었다.
이렇게 보면 까마귀는 강자 쪽이고,
갈매기는 약자에 속하는 듯 했다. 가
만 생각해보면 강자와 약자의 구분은 이런 새들에게도 있지만,
우리의 인간 세상에도 쉽게 일어 나는 일 중에 하나이다.
요즈음은 강자는 ‘갑’이고,
약자는 ‘을’로 바꾸어서 말들을 하는듯하다.
강자의 강한 특성은 허세로 표출이 되며,
약자들은 강자에 대한 강박 관념을 갖게 되는 듯 하다.
동물들은 환경에 적응하면서 살지만,
인간은 이성의 소유자로서 사회적인 계급에 적응 하면서 사는 것 같다.
우리가 경험한 강자라는 것은 ,
가정에서는 부모 였을 것이고,
직장에서는 상사, 평범한 곳에선 선배가 강자의 역할을 했을 것이다.
갈매기는 강자의 소리만 듣고도 질겁해서 도망을 갔다.
미물인 짐승의 세계가 이럴진대
우리 인간세상은 이 보다 더 할까, 아닌가를 잠시 생각하게 되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관직을 갖게 되려면,
검증이라는 어떤 절차를 밟아야 하나 보다.
그 절차를 순조로이 통과 하는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음을 보게 된다.
어느면으로 보면 강자의 대열에 합류하기 위한 하나의 통과 절차이지만,
거기서 강자가 되려는 자들의 과거 치부가 드러나게 됨으로써
그들의 지난날들의 행적들을 알게 된다.
강자의 대열에 들어가려는 많은 사람들은 자신감이나 성취 의욕이 강한 감정이 있을 것이다.
이러한 것을 충족 시키기 위하여
강자가 되려는 자들은 사회적으로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측면에서 많은 약점을 가지게 된다.
이러한 비양심적인 실체가 숨겨질거란 강한 불안감 속에서 그들은 살아가고 있는 듯 하다.
그러나 약자란 겸손하며,
인내심이 있고,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면에서
해방감을 갖게 되어 강자가 갖는 불안감은 애초부터 없는 것이다.
이러니 약자가 강자보다 행복지수가 높은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비록 먹이를 찾았다가 빼앗긴 갈매기는 다음 기회를 기다리며,
까마귀로 부터 멀어져 갔지만,
난 이게 약자의 아량이라고 보고 싶은 것이다.
강자에게는 이런 아량이 있을까.
나는 내가 가지고 다니던 견과류를 주변의 돌을 찾아서 잘게 만들어서,
갈매기들 먹으라고 뿌려 주었다.
동시에 갈매기들이 편히 먹을 수 있게 까마귀들을 멀리 쫓아 버렸다.
여행중에 만난 약자를 위한 배려를 하니,
내 마음도 즐거웠다.
남에게서 뭔가를 얻어서 받는
행복보다 주는 행복이 더 크기를 알기 때문이리라.
고로 나는 강자도 아니고 약자도 아닌것 같다.
자동차 여행 중에는 오로지 안전한 운전 만이
나의 또다른 행복의 작은 조각 같은 생각이 든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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