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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4월 30일 23시 06분 등록


나는 이렇게 살아가리라

 

구본형

 

집착하지 마라

가지려 하지 않으면 매이지 않으니

그때 자유다

산들 바람이 되는 것이니 그 따뜻한 봄날

날리는 벚꽃잎처럼 웃어라

가장 먼저 자신의 모자람을 웃음의 대상으로 삼아라.

그러면 언제 어디서나 웃을 수 있다

모두 내어줘라

가진 것을 다 쓰고 늙고 빈 가죽포대만 남겨라

 

재주가 끝에 닿아 더 나아갈 수 없을 때 절망하라

그러나 신에게 절망해서는 안된다

신은 무한이시니,

낭떠러지에 다다르면 날개를 주실 것이다

까보 다 로까의 절벽을 기억하라

바다로 뛰어 내리는 자가 신대륙을 향하게 되지 않았는가 ?

받은 것이 초라한 것이라도 평생 갈고 닦아라

영웅의 허리에 채워진 빛나는 보검이 되리라

 

술과 구라를 즐기되 항상 혀를 조심하라

어느 장소에서나 어느 주제에 대해서나 할 말은 다하는 자는

불행한 자니

말하고 싶을 때마다 세 번을 더 깊이 들어라

특히 나이가 들어서는 혀를 잘 묶어 두어야 한다

고약한 늙은이 옆에는 사람이 없으니 외로움이 끝없으리라

배워서 알고 있는 것을 다 쓰지 못하고 가는 것은 서운한 일이나

친구는 들어주는 사람 곁에 모이는 것이니

하나를 말하고 둘을 들어라

 

더 많이 노래하라

찬미하는 자는 영혼이 깃털 같으니

새가 하늘을 나는 이유는 노래하기 때문이다

신은 노래 부르는 자를 더 가까이 두고 싶어 하신다

더 많이 춤을 춰라

두 손을 높이 쳐들고 엉덩이를 흔들고 허리를 돌려라

육체의 기쁨을 축하하라

땅의 기쁨을 위해 몸을 주셨으니

쓰지 못할 때까지 춤으로 찬양하라

온 몸으로 슬픈 단명을 사랑하라

 

나를 지배하는 세 가지 열정이 있으니

세상을 따뜻한 미풍으로 떠도는 것과

샘 솟듯 멈추지 않는 사랑과

노래하고 춤추고 이야기하는 축제에 대한 그리움이니

나는 세상이 잔치이기를 바란다

고난은 사라지고

사위어가는 모닥불 옆에서

기나긴 인생의 이야기들을 들으며

가장 초라한 모습 속에 감춰진 흥미진진한 긴 여정을 따라 나서고

가장 부유한 자의 외로움과 후회를 위로하고

지난 사랑의 이야기를 눈물로 듣기를 좋아한다

 

그리하여 햇살이 쏟아져 눈을 뜰 수 없는 빛나는 바다를

하얀 돛배로 항해하고

달빛 가득한 여름 바다에서 벌거벗은 몸으로 헤엄을 치고

폭우가 쏟아지고 천둥이 치는 날

촛불을 밝히고 포도주를 마시고

흰 눈이 쏟아질 때 모자를 쓰고

설산을 걸어가리라

가까운 사람들과 더불어 낯선 사람들을 가슴으로 받아들이고

내 안에 더 많은 하느님을 품고

하늘에 가득한 별을 쳐다보리니

이것이 내가 꿈꾸는 일이다

 

이런 것들은 신이 없어도 가능한 일이 아닐까?  

아니다

자신에 대한 절망과 체념 없이는 신에게 나아갈 수 없다

'나에게 절망하게 하소서,

하오나 당신께 절망하지 말게 하소서'

우리의 기도는 늘 이래야 한다

 

 


(2011. 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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