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야
- 조회 수 2992
- 댓글 수 0
- 추천 수 0
나는 이렇게 살아가리라
구본형
집착하지 마라
가지려 하지 않으면 매이지 않으니
그때 자유다
산들 바람이 되는 것이니 그 따뜻한 봄날
날리는 벚꽃잎처럼 웃어라
가장 먼저 자신의 모자람을 웃음의 대상으로 삼아라.
그러면 언제 어디서나 웃을 수 있다
모두 내어줘라
가진 것을 다 쓰고 늙고 빈 가죽포대만 남겨라
재주가 끝에 닿아 더 나아갈 수 없을 때 절망하라
그러나 신에게 절망해서는 안된다
신은 무한이시니,
낭떠러지에 다다르면 날개를 주실 것이다
까보 다 로까의 절벽을 기억하라
바다로 뛰어 내리는 자가 신대륙을 향하게 되지 않았는가 ?
받은 것이 초라한 것이라도 평생 갈고 닦아라
영웅의 허리에 채워진 빛나는 보검이 되리라
술과 구라를 즐기되 항상 혀를 조심하라
어느 장소에서나 어느 주제에 대해서나 할 말은 다하는 자는
불행한 자니
말하고 싶을 때마다 세 번을 더 깊이 들어라
특히 나이가 들어서는 혀를 잘 묶어 두어야 한다
고약한 늙은이 옆에는 사람이 없으니 외로움이 끝없으리라
배워서 알고 있는 것을 다 쓰지 못하고 가는 것은 서운한 일이나
친구는 들어주는 사람 곁에 모이는 것이니
하나를 말하고 둘을 들어라
더 많이 노래하라
찬미하는 자는 영혼이 깃털 같으니
새가 하늘을 나는 이유는 노래하기 때문이다
신은 노래 부르는 자를 더 가까이 두고 싶어 하신다
더 많이 춤을 춰라
두 손을 높이 쳐들고 엉덩이를 흔들고 허리를 돌려라
육체의 기쁨을 축하하라
땅의 기쁨을 위해 몸을 주셨으니
쓰지 못할 때까지 춤으로 찬양하라
온 몸으로 슬픈 단명을 사랑하라
나를 지배하는 세 가지 열정이 있으니
세상을 따뜻한 미풍으로 떠도는 것과
샘 솟듯 멈추지 않는 사랑과
노래하고 춤추고 이야기하는 축제에 대한 그리움이니
나는 세상이 잔치이기를 바란다
고난은 사라지고
사위어가는 모닥불 옆에서
기나긴 인생의 이야기들을 들으며
가장 초라한 모습 속에 감춰진 흥미진진한 긴 여정을 따라 나서고
가장 부유한 자의 외로움과 후회를 위로하고
지난 사랑의 이야기를 눈물로 듣기를 좋아한다
그리하여 햇살이 쏟아져 눈을 뜰 수 없는 빛나는 바다를
하얀 돛배로 항해하고
달빛 가득한 여름 바다에서 벌거벗은 몸으로 헤엄을 치고
폭우가 쏟아지고 천둥이 치는 날
촛불을 밝히고 포도주를 마시고
흰 눈이 쏟아질 때 모자를 쓰고
설산을 걸어가리라
가까운 사람들과 더불어 낯선 사람들을 가슴으로 받아들이고
내 안에 더 많은 하느님을 품고
하늘에 가득한 별을 쳐다보리니
이것이 내가 꿈꾸는 일이다
이런 것들은 신이 없어도 가능한 일이 아닐까?
아니다
자신에 대한 절망과 체념 없이는 신에게 나아갈 수 없다
'나에게 절망하게 하소서,
하오나 당신께 절망하지 말게 하소서'
우리의 기도는 늘 이래야 한다
(2011. 1. 16)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4009 | 늦은 봄에 부쳐 [1] | 이수 | 2016.04.29 | 2279 |
4008 | 노이로제라는 말 | 이수 | 2016.03.08 | 2491 |
4007 | 용서에 대하여 | 이수 | 2016.02.05 | 2285 |
4006 | 새로운 한해를 맞이하며 [1] | 이수 | 2016.01.08 | 2396 |
4005 | 세월이 가면 | 이수 | 2015.12.05 | 2806 |
4004 | 상처...그리고 성찰. | 햇빛처럼 | 2015.11.03 | 2431 |
4003 | 그날까지 | 오로라 | 2015.10.25 | 2324 |
» | [스승님의 시] 나는 이렇게 살아가리라 | 정야 | 2015.04.30 | 2992 |
4001 | [스승님의 시] 나보다 더한 그리움으로 | 정야 | 2015.04.30 | 2644 |
4000 | [스승님의 시] 아침에 비 | 정야 | 2015.04.29 | 2613 |
3999 | [스승님의 시] 자화상 | 정야 | 2015.04.28 | 2727 |
3998 | [스승님의 시] 쓰는 즐거움 | 정야 | 2015.04.27 | 2148 |
3997 | [스승님의 시] 이른 아침 바다에서 헤엄을 쳤다네 | 정야 | 2015.04.26 | 2497 |
3996 | [스승님의 시] BOL 비치에서 | 정야 | 2015.04.25 | 2265 |
3995 | [스승님의 시] 그 밤 달빛 수업 | 정야 | 2015.04.24 | 2210 |
3994 | [스승님의 시] 섬으로 가는 길 | 정야 | 2015.04.23 | 2218 |
3993 | [스승님의 시] 소년의 기쁨으로 살 일이다 | 정야 | 2015.04.22 | 2294 |
3992 | [스승님의 시] 작은 자그레브 호텔 | 정야 | 2015.04.21 | 2138 |
3991 | [스승님의 시] 여행의 계보에 대한 단상 | 정야 | 2015.04.20 | 2361 |
3990 | [스승님의 시] 여행은 낯선 여인처럼 | 정야 | 2015.04.19 | 225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