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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월 31일 23시 15분 등록


맹목

 

                               복효근

 


벼 베고 볏짚 거두어 간 자리 그루터기에 새순이 솟는다

다시 이 새싹에서 이삭이 나와 벼알이 맺힐까

찬 서리 내릴 날도 머지않아서

잎이건 풀이건 모두 시들어 주저앉는데

 

끝났다고 하여도

끝이 뻔하다 하여도

끝까지 가보겠다는

끝을 보겠다는

갈 데까지는 가보고 말겠다는 오기 창창

 

저것을 버티는 힘은,

지난날의 밑동부터 잘라 떠나보냈고 눈서리 칠 내일은 믿지 않으니

그 무엇이 과거도 미래도 아닌

다만 지금 여기

가던 길 그냥 갈 뿐인 쥐뿔같은 현실주의

 

상록의 소나무나 대나무의

고상하고 관념적인 고훈이 아니다

모름지기 한 번 참수당해본 것의 목에서 솟구치는

서늘한 삿대질,

맥없이 주저앉는 것들에 대한 욕설이다

 

맹목의 뿌리가 빚어낸 것이 벼가 되고 쌀이 되고

밥이 되었을 것인즉

독한 것일러라 쌀이여 밥이여

나 오늘 그냥 밥 먹고 내 길 간다

빈 논에 철새 한 무리도 볍씨 주어 먹고 간다

제 갈 길 간다

 

 

 

-----

내심 비장하였다. 마지막 시도 골라 두었다. 마지막 날에 토요일, 날짜도 딱 떨어진다. 며칠 동안 잎사귀를 고이 접고서 잠드는 사랑초처럼 생각을 접고 또 접었다.

럼에도 오늘 이 시가 눈에 들어온 것은 무슨 조화인가. 한번 죽었다 태어났음에도 이 모양인 것에 대한 질책인가, 신의 다독임인가? 나는 무엇에 걸려 넘어져 더 가보겠노라던 각오를 던져버렸나? 아무나 고독과 침묵, 고요에 자신을 담글 수 있는 것이 아니거늘. 그래, 지금은 아무나든 아니든 이것이든 저것이든 맹목적으로 해 보아야 할 때

영혼은 또 그대에게로 떠나고, 나는 별을 좌표 삼아 지금 여기 오늘 독한 밥 먹고 제 갈 길 간다.


 

IP *.12.3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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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2.01 07:50:41 *.120.27.4

그래 그 독한 밥 먹고 갈길을 가는 그길에 시가 함께 하여 외롭지 않기를..


세상살이가 내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특별한 일이 아니니 


자신과 세상을 넘어서기 위하여 먹은 독한 밥 조차 


마음으로 소화를 할 수 있는 건강이 너와 함께 하기를..


마지막으로 늦었지만 새해에도 복 많이 누리고 많이 나눌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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