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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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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월 20일 00시 50분 등록
시간통계방법을 응용해 보자

지난 글에 실었던 류비셰프의 시간통계방법을 분석해보고 우리들이 적용할 수 있는 시간활용방법을 한 번 찾아 보도록 하자.

우리들 기억속에는 보통 무엇이 기록될까? 이런 저런 사건과 일상의 업무들일 것이다. 우리 인생은 파편적인 큰 사건이나 특별한 기억들로 매듭이 이어진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이렇게 매듭이 지어지고 난 사이는 기억이 없다. 즉 공백이 발생하는 것이다. 그저 텅 빈 기억이 생기는 것이다. 나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평범한 군상들이 다 그럴 것이다. 멀게는 몇 달 전부터 지금까지의 시간은 어디로 가버린 걸까? 나는 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던 것일까? 뭘 하기는 했는데, 늘 바쁘게 살긴 했는데, 무엇을 했는지 왜 바빴는지 기억이 없다. 좋은 일일까? 불행한 일일까? 개인적으론 기억하지 못하는 편이 더 행복할 것 같다. 시간을 기록한다는 일은 무미건조한 것을 동반한다는 별로 유쾌하지 못한 기분이 생겼기 때문이다.

빈틈없이 시간을 계산하고 통계 내는 작업은 사람이 메말라 간다. 꿈과 상상은 거의 없는 기계와 같은 기분을 준다. 예기치 못한 일들이 점점 드물어지게 된다는 뜻이다. 우연이란 예상항로를 벗어난 일탈 속에서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닐까? 또한 모험이나 드라마틱한 흥분도 생각보다 적어진다. 정해진 계획 속에 살게 만드니까. 그래도 한 번 도전해 보고 싶은가? 자기 인생을 분 단위까지 사전에 계획하여 컨베이어 벨트위에 올려놓는 일이 즐거울까? 잠시도 쉬지 않고 나의 방종과 실책을 남김없이 기록하는 유리병속의 속살을 남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즐거울까? 그래도 궁금하다면 같이 류비셰프의 길을 따라가 보자.

먼저 류비셰프는 자신의 일을 중요도에 따라 몇 개의 부류로 나눴다. 첫 번째 부류 업무는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업무, 즉 집필이나 연구 등과 같이 학문에 관련된 업무를 말한다. 예를 들어서 학술서 읽기, 요점정리, 학술 편지 쓰기 등이 여기에 속한다. 두 번째 부류업무는 학술 보고, 강의, 각종 세미나, 문학 작품 등 첫 번째 부류에 포함되지 않는 업무들을 포괄한다. 나는 여기에서 나의 하루를 구성하는 주요한 일들을 크게 네 가지로 분류하였다. 운동, 독서, 글쓰기, 배우기(서예학원 등)으로 나누고 각각에 하루 2시간을 투자하는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각각의 실천 여부와 그 사용한 시간의 활용도를 점수로 체크하는 방식을 1월부터 덧붙이고 있다. 그리고 토,일요일은 대부분 휴식을 취하지만 부족한 부분이나 미쳐 못했던 시간을 채우기도 한다.
당신의 시간도 이렇게 나눠 보면 어떨까? 직장인이면 업무 내용에 따라, 개인 취미 또는 공부하는 분야에 따라 제1,2,3,4 업무로 한 번 나눠보고 하루를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가를 기록해 보자. 처음 몇 달간은 그냥 기록만 하자. 그러다 보면 시간을 주도할 수 있는 자신만의 노하우가 만들어질 것이다. 중요한 것은 하루의 기록은 쓰여진 그대로 기록하는 것이다. 당신의 시간을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는 것인만큼 솔직해야 한다. 적당한 관용은 마약과 같다. 장담한다. 하루를 보낸 그대로 기록해라. 정직은 이럴 때 쓰는 단어이다.

“만일 제대로 업무에 임한다면 실제 업무에 사용된 시간과 미리 할당한 시간 간의 오차는 10% 이내이다. 때로는 내가 분석하려고 계획했던 책을 다 읽지 못하고 미루는 경우가 생긴다. 이를테면 빚을 지게 되는 셈이다. 새로운 일에 더 큰 흥미가 생기면 빚이 더 늘어나게 된다. 어떤 경우에는 업무 능력이 저하되어서 계획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할 때도 있고 불가피한 외부적인 요인이 발생할 때도 있다. 하지만 결론은 내가 앞으로도 계속 시간 계획을 짤 것이라는 사실이다. 내가 이루어낸 업적들은 대부분 시간통계 방법을 통해 얻어진 것이다.”

시간은 류비셰프에게 있어서 눈에 보이는 물질과 같았다는 느낌을 준다. 절대로 없어지거나 사라지거나 흘러가지 않았다. 이 책의 필자는 류비셰프가 시간을 ‘채굴’한 것 같다고 말한다. 그리고 빚이라니? 내가 내 시간을 사용하는데도 빚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류비셰프에게 나는 망치로 얻어맞은 기분을 느꼈다. 그럼 나도 허비한 시간은 시간이 나에게 준 빚이네? 온 몸을 훑어 지나가는 찬 기운처럼 한 동안 멍한 기분이었다. 그래서 나는 시간을 기록하는 몇 달간의 방법에다 시간을 계획하는 습관을 들이기 시작했다. 시간을 계획하게 되면 주어진 시간동안 할 일의 내용과 질이 어느 정도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운동을 하면 2시간 동안 얼마를 하게 되고, 책을 읽으면 한 시간에 30페이지 정도를 읽게 된다든지 하는 것처럼 나름대로 자기 기준이 만들어지게 된다. 누구나 그렇게 되게 될 것이다.
시간을 기록하는 습관을 들이게 되면 당신은 아마 하루의 의미 없는 소비에 대하여 스스로 많은 자책을 하게 될 것이다. 허비하지 않아도 될 시간을 허비한 아쉬움과 쓰지 않아도 될 돈을 썼다는 자책과 하나도 다를 바 없다는 생각에 새삼 시간의 중요성을 느끼게 된다. 그래도 늦지 않는다. 지금이라도 이렇게 시작할 수 있으니 말이다. 시간을 배정해라. 적어도 하루 2시간은 나를 위해 쓰겠다고 각오해라. 하고 싶은 일, 잘할 수 있는 일에 당신의 하루 2시간을 투자해라. 당신이 소유하고 있는 자산의 8%를 투자하는 것만큼 대단한 R&D는 어디에도 없다. 춤을 추고 싶은가? 그렇다면 춤을 추는데 쓰라. 게임을 하고 싶은가? 심심풀이 게임이 아닌 프로 게이머가 되기 위해 하루 2시간을 바쳐라. 글을 쓰고 싶은가? 하루 2시간을 먼저 책을 읽어라. 읽지 않고 글은 나오지 않는다. 무엇을 하던 당신이 하고 싶은 일에, 잘할 수 있는 일에 당신의 소중한 자산을 투자하자. 이것이 시간을 계획하는 것이다.

“먼저 아침에는 머리가 맑기 때문에 철학이나 수학 분야처럼 고도로 집중해야 하는 책들을 읽는다. 약 한 시간 반에서 두 시간 정도 읽고 나면 조금 읽기 쉬운 역사나 생물학 방면의 책을 읽는다. 그리고 머리가 피곤해지면 가벼운 소설류를 읽는다. ······ 버스를 탈 때에도 여러 상황을 고려하여 두세 권의 책을 가지고 탄다. 출발지 근처에서 타게 되면 앉을 수 있으니 책을 읽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필기도 할 수 있다. 만약에 사람이 많이 붐비는 곳에서 버스를 타면 당연히 앉기 힘들 것이니 서서 읽을 수 있는 얇은 책을 가지고 타야 한다.”

과연 이러한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신이 인간에게 허용한 최대치의 가능성을 활용’하려고 한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일일까? 그는 각 업무의 난이도에 따라 시간을 배당하고 계획에 맞춰 하루를 그대로 살았다. 마치 기계처럼 말이다. 류비셰프의 시간통계방법은 철저한 계산과 관리 속에서 이루어 졌다. 만약에 시간을 배당하면서 실제 실천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그 방법은 절대 실행될 수 없다. 그는 계획과 실천의 오차를 벗어나지 않았다. 예를 들어 내가 태어난 1965년 8월의 시간통계를 보자. 그는 첫 번째 업무에 총 136시간을 소비했다. 그 중 기초과학 연구에 59시간 45분을 소비했다고 나와 있다. 그 시간에 주로 무슨 일을 했을까? 그것도 정확한 계산이 나와 있다. 기초과학 연구시간 내에 생물학 관련 독서가 12시간으로 정리되었다. 그리고 그 12시간동안 어떤 책과 원고를 읽었는지가 정리되어 있다. 문제는 이것이 아니다. 그는 이 모든 독서와 연구를 내용까지 정리해 놓은 것이다. 즉, 류비셰프는 모든 업무를 대상으로 요점정리와 분석을 깔끔하게 철하여 보관해 두었다. 타자로 정리괸 이 자료들은 모두 그의 지식 창고가 되었다. 이런 방법으로 그는 살아 생전 70권의 학술 서적과 12,500여 장의 논문과 연구 자료를 만들었던 것이다.

아직도 나는 그의 시간관리방법을 다 알지 못한다. 다만 그의 방법을 직접 해 보면서 조금씩 배워 나갈 뿐이다. 나는 철저하지 못하다. 그러나 류비셰프는 완벽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류비셰프의 시간통계는 자신이 미리 계획하였던 일에 대한 결산이라고 보면 오히려 더 이해가 빠를 것이다. 그는 결산과 동시에 다음 달 계획도 세웠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통계학에 관한 지식을 총동원하여 분석하고 결산하였다고 한다. 매일, 매월 통계를 냈기 때문에 연간 결산도 충분히 해 내었다. 이 책을 한 번 읽어 보라. 아마 경이로움과 질리는 느낌을 동시에 받을 것이다.
이제 당신도 한 달 동안 당신을 위해 쓴 시간을 분석해 보라. 얼마를 나를 위해 투자했는지, 무엇을 했는지, 유익했는지, 새벽에 그 시간을 투자했는지 아니면 밤늦은 시간에 투자했는지, 또는 매일 하고 싶은 일을 했는지 정리하고 분석하면 이 일이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일인가 하는 것에 자신만이 답할 수 있게 된다.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아쉬워하지 마라. 미래에 이것에 헛되이 투자될 자산을 지금 손망실 처리하였으니 그리 나쁠 것도 없다. 무엇보다 나의 하루를 알게 되는 기쁨이 있을 것이다. 내 하루가 어떻게 쓰여 지고 무엇을 하며 소비되는지 알게 된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 했다. 이제 당신도 당신을 알게 되었으니 인생의 큰 무기 하나를 가지게 된 셈이다.

또한 나는 독서의 방식을 스승의 방식에서와 마찬가지로 여기서도 배웠다. 예전에는 속독이었고 한 번 보면 두 세번 읽지 않았다. 시간 낭비 같아서였다. 그러나 류비셰프는 대충 훑어 보는 방식을 피하고 꼼꼼히 읽고 정리하고 비판까지 기록하였다. 그래서 시간이 지날 수록 그가 가진 지식은 다른 사람들에 비해 훨씬 더 풍부해졌다고 고백하고 있다. 작년 연말이후 나는 책을 읽을 때 두세 번 읽으려고 애쓴다. 정독으로 한 번, 기억을 되살리기 위해 한 번, 요점정리를 위해 한 번씩 읽으려고 노력한다. 물론 가벼운 책은 한 번만 읽고 넘어 갈때도 많다. 그러나 꼭 필요한 중요한 책은 이렇게 읽고 정리하려고 한다. 나중에 다시 책을 들게 되는 시간이 아쉬울 수도 있으니까.

내가 기대하는 것이 있다. 류비셰프의 시간관리와 활용은 논리적이게 만들고 이성적으로 매사를 결정하게 하였다고 한다. 내가 가장 부러운 대목이다. 나는 솔직히 이 부분을 닮고 싶은 것일지도 모른다. 시간 관리가 당신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아무도 모른다. 당신 자신도 아직 모를 것이다. 그러나 곧 당신의 숨어 있었던 진정한 능력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유일한 당신의 세계, 즉 블루오션을 만들어 가게 될 것이다. 단지 하루를 기록하고 나의 꿈을 위해 투자한 것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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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요한
2006.01.25 10:07:30 *.231.169.35
류비세프의 그 책을 오래전부터 사놓았는데 매번 보기가 겁나네요. 숨막힐 것 같아서요. 개인적으로는 '관리'라는 말을 참 싫어해서 다른 표현이 있었으면 좋겠다 싶은데 시간관리에 대해서도 좋은 표현 없을까요? 시간은 어느 경우에 창조될 수도 있어서 '예술'이 아닐까 싶다는 생각도 들더라구요.

즐거운 여행 되십시오. 부러울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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