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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0월 31일 13시 17분 등록

날아라 병아리



                                  신해철


                     

육교 위의 네모난 상자속에서
처음 나와 만난 노란 병아리 얄리는
처음처럼 다시 조그만 상자속으로 들어가
우리집 앞뜰에 묻혔다.
나는 어린 내 눈에 처음 죽음을 보았던

1974
년의 봄을 아직 기억한다.

내가 아주 작을 때

나보다 더 작던 내 친구
내 두 손 위에서 노래를 부르면
작은 방을 가득 채웠지
품에 안으면 따뜻한 그 느낌
작은 심장이 두근두근 느껴졌었어

우리 함께 한 날은
그리 길게 가지 못했지
어느 날 얄리는 많이 아파
힘없이 누워만 있었지
슬픈 눈으로 날개짓 하더니
새벽 무렵엔 차디차게 식어있었네

굿~바이 얄리 이젠 아픔 없는 곳에서
하늘을 날고 있을까
굿~바이 얄리 너의 조그만 무덤가엔
올해도 꽃은 피는지

눈물이 마를 무렵
희미하게 알 수 있었지
나 역시 세상에 머무르는 건
영원할 수 없다는 것을
설명한 말을 알 수는 없었지만
어린 나에게 죽음을 가르쳐 주었네

굿~바이 얄리 이젠 아픔 없는 곳에서
하늘을 날고 있을까
굿~바이 얄리 너의 조그만 무덤가엔
올해도 꽃은 피는지
굿~바이 얄리 이젠 아픔 없는 곳에서
하늘을 날고 있을까
굿~바이 얄리 언젠가 다음 세상에도
내 친구로 태어나줘


* 노래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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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만약

나의 죽음 앞에 오거든

그대 나에게 했던 것처럼

사랑스런 손길로

나의 귓볼을 만져주고

두 손으로 얼굴을 쓰다듬어 주길.

그대 그 손길이면 충분해.

그대 그리워하던 시간 안고

떠날 수 있으리.


그리고 나의 묘지 앞에 시 한편

놓아준다면

나 영원히 행복하리.


나의 가슴에 시를 알알이 박아준 그대―

 


허망하게 요절한 가수 신해철의 죽음을 애도하며 나의 비망록을 쓰다.

애도의 물결 그칠 줄 모르고 하늘도 슬퍼하니 짧은 생이지만 그는 깊은 인생을 살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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