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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1월 2일 23시 57분 등록

충만한 힘

 

                                                 파블로 네루다

 

 

나는 쓴다 밝은 햇빛 속에서, 사람들 넘치는 거리에서,

만조 때, 내가 노래할 수 있는 곳에서;

제멋대로인 밤만이 나를 억누르지만,

허나 그것의 방해로 나는 공간을 되찾고,

오래 가는 그늘들을 모은다

 

밤의 검은 작물은 자란다

내 눈이 평야를 측량하는 동안,

그리하여, 태양으로만, 나는 열쇠들을 벼린다.

불충분한 빛 속에서는 자물쇠를 찾으며

바다로 가는 부서진 문들을 열어놓는다

찬장을 거품으로 채울 때까지.

 

나는 가고 돌아오는 데 지치는 법이 없고,

돌 모양의 죽음은 나를 막지 못하며,

존재에도 비존재에도 싫증나지 않는다

때때로 나는 생각한다

내 모든 광물성의 의무를 어디에서 물려받았을까

아버지나 어머니일까 아니면 산들일까,

 

생명줄들이 불타는 바다로부터 펼쳐진다;

그리고 나는 안다 내가 계속 가니까 나는 가고 또 간다는 것

또 내가 노래를 하고 또 하니까 나는 노래한다는 걸.

 

두 개의 수로 사이에서 그러듯

내가 눈을 감고 비틀거릴 때

일어난 일을 설명할 길이 없다

한쪽은 죽음으로 향하는 그 지맥속에서 나를 들어올리고

다른 쪽은 내가 노래하게 하기 위해 노래한다.

 

그리하여 나는 비존재로부터 만들어지고,

바다가 짜고 흰 물마루의 파도로

암초를 연타하고

썰물 때 돌들을 다시 끌고 가듯이

나를 둘러싼 죽음으로 된 것이

내 속에서 삶을 향한 창을 열며,

그리고, 존재의 경련 속에서, 나는 잠든다.

낮의 환한 빛 속에서, 나는 그늘 속을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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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루다의 시집을 들고 길을 나섰다. 그녀와 잘 어울리는 시집이라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네루다의 시를 읽고 있노라면 나는 창공을 나는 새가 된다. 그의 시는 바람을 가르며 쏜살같이 가로질러 날거나 바람을 평정하여 높은 하늘 내려다보는 새가 연상된다. 아름다움을 관조하는 새, 궁금하고 새로운 뭔가를 꿈꾸는 새. 이리저리 날아 어지럽기도 하고 일렁임에 황홀하기도 하다. 시인의 마음속에 새가 보는 또 다른 세상이 있는듯하다. 그가 칠레의 긴 바닷가에서 사랑하고 노래하며 살았음을 연상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나는 새가 되어야만 그의 시에 빠져들 수 있다.

네루다의 시 속의 새와 닮은 귀여운 여인을 만나고 왔다. 그리고 난 충만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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