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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1월 12일 21시 45분 등록


꽃씨

 


문병란

 

 

가을날

빈손에 받아 든 작은 꽃씨 한 알!

 

그 숱한 잎이며 꽃이며

찬란한 빛깔이 사라진 다음

오직 한 알의 작은 꽃씨 속에 모여든 가을

 

빛나는 여름의 오후,

핏빛 꽃들의 몸부림이며

뜨거운 노을의 입김이 여물어

하나의 무게로 만져지는 것일까.

 

비애의 껍질을 모아 불태워 버리면

갑자기 뜰이 넓어 가는 가을날

내 마음 어느 깊이에서도

고이 여물어 가는 빛나는 외로움!

 

오늘은 한 알의 꽃씨를 골라

기인 기다림의 창변에

화려한 어젯날의 대화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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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씨를 거두었다. 토종 씨앗을 모아 보려는 의도이고 봉지봉지 담아 나눠줄 생각이다. 분꽃의 씨앗은 팥만한데 폭탄을 축소해 놓은 듯 생겼고, 나팔꽃은 꽃을 본 기억보다 더 많은 씨앗을 맺어 당혹스럽게 한다. 맨드라미와 채송화 씨앗은 손금 안에 들어가면 사라질 정도로 존재감 없지만 훌륭한 씨앗이다. 씨앗을 거둔다는 것은 이미 아름다운 초원을 가진다 것.

 

씨앗, 고녀석! 나도 한동안은 모든걸 싸 들고 씨앗 속에 들어가 잠자듯 나를 품고 있고 싶다. 그러다 늦되더라도, 때가 되면, 언젠가는, 반드시, 싹을 틔우고 마는 씨앗처럼 나오고 싶다.

 

11 13, 이십여 년 전 그날처럼 날이 참 좋다. 그러니 얘야, 꽃씨를 따는 심정으로 활자 사이를 거닐길 바란다. 이미 너는 훌륭한 씨앗이고 아름다운 꽃밭을 가진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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