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야
- 조회 수 2025
- 댓글 수 2
- 추천 수 0
따뜻한 슬픔
홍성란
너를 사랑하고
사랑하는 법을 배웠다
차마, 사랑은 여윈 네 얼굴 바라보다 일어서는 것, 묻고 싶은 맘 접어두는 것, 말 못하고 돌아서는 것 하필, 동짓밤 빈 가지 사이 어둠별에서, 손톱달에서 가슴 저리게 너를 보는 것 문득, 삿갓등 아래 함박눈 오는 밤 창문 활짝 열고 서서 그립다, 네가 그립다, 눈에게만 고하는 것 끝내, 사랑한다는 말 따윈 끝끝내 참아내는 것
숫눈길,
따뜻한 슬픔이
딛고 오던
그 저녁
-----
나의 사랑도 이러했다. 마음 속으로는 수백 번 말하지만 입 밖으로 내뱉지 못하고 할 이야기 수천 가지지만 말하지 못하는. 시인의 말처럼 사랑한다는 말은 끝끝내 참아내는 것이었다. 슬프게도 나의 사랑은 늘 그랬다. 우정이라면 재잘거릴 수 있는데 사랑이라면 마음은 폭풍쳐도 말문은 닫혀버리는. 아마 나는 전생에도, 그 전생에도 그러했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이런 사랑법으로 오래가는 꼴을 못 보았다. 그래서 이 시도 ‘사랑’이 아니라 ‘따뜻한 슬픔’이 된 것일 게다.
표현하지 못한 나의 사랑은 여전히 내 가슴속에 꽉 차 있어 사랑의 시를 좋아하고 러브스토리에 잘 빠져들고 아이들을 더 포근히 안아줄 수 있는 것 같다. 긍정적 부작용이다. 하지만 가슴만 끓이는 이런 사랑법, 이제 싫다. 수만 가지 다른 모양으로 이는 사랑의 감정을 마음이 시키는 대로 나답게 표현하고 싶다. 죽기 전에.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3938 | [영원의 시 한편] 선물 | 정야 | 2014.12.22 | 1886 |
3937 | [영원의 시 한편] 되새 떼를 생각한다 | 정야 | 2014.12.21 | 1967 |
3936 | [영원의 시 한편] 아말피의 밤 노래 | 정야 | 2014.12.20 | 2848 |
3935 | [영원의 시 한편] 고독 | 정야 | 2014.12.19 | 2277 |
3934 | [영원의 시 한편] 별 | 정야 | 2014.12.18 | 1915 |
3933 | [영원의 시 한편] 오래된 기도 | 정야 | 2014.12.16 | 2032 |
3932 | [영원의 시 한편] 가을 | 정야 | 2014.12.12 | 1924 |
3931 | [영원의 시 한편] 내가 태어난 날에 | 정야 | 2014.12.11 | 2170 |
3930 | [영원의 시 한편] 영혼에 관한 몇 마디 | 정야 | 2014.12.10 | 2190 |
3929 | [영원의 시 한편] 두 번은 없다 | 정야 | 2014.12.09 | 8396 |
3928 | [영원의 시 한편] 사는 이유 | 정야 | 2014.12.08 | 1865 |
3927 | [영원의 시 한편] 기다린다는 것에 대하여 | 정야 | 2014.12.06 | 2011 |
3926 | [영원의 시 한편] 고요에 헹구지 않으면 | 정야 | 2014.12.05 | 2102 |
3925 | [영원의 시 한편] 일찌기 나는 | 정야 | 2014.12.04 | 2274 |
3924 | [영원의 시 한편] 사랑하는 손 [1] | 정야 | 2014.12.03 | 2131 |
3923 | [영원의 시 한편] 내력 | 정야 | 2014.12.02 | 2163 |
3922 | [영원의 시 한편] 첫사랑 | 정야 | 2014.12.01 | 2150 |
3921 | [영원의 시 한편] 푸른 밤 | 정야 | 2014.11.29 | 2133 |
3920 | [영원의 시 한편] 11월의 나무 | 정야 | 2014.11.28 | 2008 |
3919 | [영원의 시 한편] 인연서설 | 정야 | 2014.11.27 | 223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