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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1월 28일 21시 19분 등록

 

11월의 나무

 

황지우

 

11월의 나무는, 난감한 사람이

머리를 득득 긁는 모습을 하고 있다

, 이 생이 마구 가렵다

주민등록번호란을 쓰다가 고개를 든

내가 나이에 당황하고 있을 때,

환등기에서 나온 것 같은, 이상하게 밝은 햇살이

일정 시대 관공서 건물 옆에서

이승 쪽으로 측광測光을 강하게 때리고 있다

11월의 나무는 그 그림자 위에

가려운 자기 생을 털고 있다

나이를 생각하면

병원을 나와서도 병명病名을 받아들일 수 없는 사람처럼

내가 나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11월의 나무는

그렇게 자기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나는 등뒤에서 누군가, 더 늦기 전에

준비하라고 말하는 소리를 들었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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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득득 긁는 11월의 나무들이 종일 내린 비에 젖어 머리밑이 훤히 들여다 보인다. 시인의 말처럼 나무는 그런 자신의 모습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걸까. 눈물을 뚝뚝 흘리며 고개 숙여 울고 있다. 못된 인간 만나지 않는다면 몇 백 년 사는 네가 그렇다면 나는 오즉하랴.

육신은 의식의 수레라고 했던가. 육신은 기울어지겠지만 의식은 더욱 깊고 고매해지리니 그 어느 때보다도 11월의 나무는 근사하고 매혹적이다. 중년에는 자기 자신을 육신의 나이보다 그 나이의 의식과 동일시한다면 편한 마음으로 받아들이게 될 거라고, 다가오는 죽음조차도 두려워하거나 거부하지 않게 된다고 어디서 읽은 듯하다. 더 늦기 전에 뭔가를 준비해야 한다면 낡아 부서질 수레를 예측하고 보듬어 주는 것. 자로 잰듯한 삶을, 신비를 즐길 줄 아는 삶으로 바꾸는, 그런 가치관의 전환 정도가 아닐까?

그대, 의식의 달콤한 축제를 즐길 줄 아는 지금이 가장 멋지고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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