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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2월 5일 23시 55분 등록


고요에 헹구지 않으면

 

 

         백무산

 

 

이른 아침 난데없이 꽃밭에 꽃이 흐드러진 건

내 탓이다

식전부터 앞뒤 다니며 쿵쿵거렸고

내 불면을 화풀이하느라 툴툴 바람을 울렸고

제 빛깔 다 머금기 전에

고요가 몸에 다 무르익기 전에

파르르 놀라 드러낸 건 꽃이 아니라 공포였다.

 

씨앗은 자신을 떠나 고요를 통과해야

자신을 불러낼 수 있기에,

 

누구나 깊은 잠을 자야 하는 이유는

몸을 떠난 고요를 불러들일 수 있기에,

잠은 하루치 노동을 지우고 고요를 불러들일 수 있기에,

 

해가 뜨면 내일이 되는 것이 아니라

육즙 빠져 쭈그렁바가지가 된 시간이

고요에 무르익어야 내일이 뜨기에,

 

시간을 고요에 헹구지 않으면 오늘은 반복일 뿐

내일의 다른 시간이 뜨지 않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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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좋은 시는 지금 이 순간, 나의 가슴에 콕 박혀 꼼짝달싹 못하게 하는 시다. 그렇게 꼼짝 못하게 될 때 가슴에 고요가 찾아 든다. 고요가 가득 채워지면 생각너머의 생각이 떠오르고 시간 너머의 감각이 되살아난다. 이어 생각과 시간을 해부하게 되는데 이때 대체로 나는 고통스럽고 부끄러워져 심장을 멈추고 책상에 머리를 박고 앉아 있곤 한다. 내가 나를 안고 웅크리고 있는 그 시간이 나는 고요에 나를 헹구는 시간이다. 한 시도 같지 않은 자연만큼이나 번잡한 이 마음을 고요에 헹구지 않고는 살아 낼 수가 없다.  지금은 이것이 나의 버팀목이다,


요즘 든 생각인데 바쁜 일상에서도 촌스럽게 살면 떠돌다 사라지는 생각을 낚아 채 해부해보는 시간은 충분히 가질 수 있는 것 같다. 최소한 하루에 두 시간 정도는 문명에서 벗어나기. 스승님도 그렇게 사상가로 변신하신 듯오늘도 나는 부끄럽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각을 해부하여 고요에 헹군다. 특히 신비한 별, 그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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