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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2월 8일 22시 21분 등록


사는 이유

 


최영미

 


투명한 것은 날 취하게 한다

시가 그렇고

술이 그렇고

아가의 뒤뚱한 걸음마가

어제 만난 그의 지친 얼굴이

안부 없는 사랑이 그렇고

지하철을 접수한 여중생들의 깔깔 웃음이

생각나면 구길 수 있는 흰 종이가

창밖의 비가 그렇고

빗소리를 죽이는 강아지의 컹컹거림이

매일 되풀이되는 어머니의 넋두리가 그렇다

 

누군가와 싸울 때마다 난 투명해진다

치열하게

비어가며

투명해진다

아직 건재하다는 증명

아직 진통할 수 있다는 증명

아직 살아 있다는 무엇

 

투명한 것끼리 투명하게 싸운 날은

아무리 마셔도 술이

오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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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것처럼 살고 싶다! 때로는 머리로 들어와야 할 것이 가슴으로 들어와서 사는 게 사는 게 아니게 할 때가 있다. 시가 그렇고 바람이 그렇고 무심할 수 없는 이름 석 자가 그렇다.

 

시집을 들추다가 오래된 편지를 보았다. 무심히 넘길 수 없는 이름 석 자, 지평선위에 뜬 별이 나에게 특별해지기 전에 오갔던 이야기들. 별은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희망을 주지. 그럼에도 나에게만 특별한 빛을 보냈을 거라고 나는 행간을 읽고 또 읽고 있었다. 바보같이한가지는 분명히 알아냈다. 그대, 예나 지금이나 가슴 뜨거운 푸른바다라는 것을.


객관적이었던 것이 주관적인 영역으로 들어오는 것이 마냥 기쁜 일만은 아니다. 특별해지면 투명해지기 더 어렵다. 아무나여서 조잘거릴 수 있고 아무나라서 이름 석 자 들고 불쑥 찾아갈 수도 있었음 좋겠다. 나의 넋두리는 간절하지 못하여 이리도 캄캄한가. 나는 오늘도 이렇게 치열하게 헹궈가며 투명해지려 애쓴다. 이런 것이 살아있다는 무엇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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