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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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에 관한 몇 마디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우리는 아주 가끔씩만 영혼을 소유하게 된다.
끊임없이, 영원히 그것을 가지는 자는
아무도 없다.
하루, 그리고 또 하루,
일 년, 그리고 또 일 년,
영혼이 없이도 시간은 그렇게 잘만 흘러간다.
어린 시절 이따금씩 찾아드는
공포나 환희의 순간에
영혼은 우리의 몸속에 둥지를 틀고
꽤 오랫동안 깃들곤 한다.
때때로 우리가 늙었다는
섬뜩한 자각이 들 때도 그러하다.
가구를 움직이거나
커다란 짐을 운반할 때
신발 끈을 꽉 동여매고 먼 거리를 걷거나
기타 등등 힘든 일을 할 때는
절대로 우리에게 손을 내밀지 않는다.
설문지에 답을 적거나
고기를 썰 때도
대개는 상관하지 않는다.
수천 가지 우리의 대화 속에
겨우 한 번쯤 참견할까 말까,
그것도 자주 있는 일은 아니다.
원체 과묵하고 점잖으니까.
우리의 육신이 쑤시고 아파오기 시작하면
슬그머니 근무를 교대해버린다.
어찌나 까다롭고 유별난지
우리가 군중 속에 섞여 있는 걸 탐탁지 않게 여긴다.
하찮은 이익을 위해 목숨 거는 우리들의 암투와
떠들썩한 음모는 영혼을 메스껍게 한다.
기쁨과 슬픔
영혼에게 이 둘은 결코 상반된 감정이 아니다.
둘이 온전히 결합하는 일치의 순간에만
우리 곁에 머무른다.
우리가 그 무엇에도 확신을 느끼지 못할 때나
모든 것에 흥미를 가지는 순간에만
영혼의 현존을 기대할 수 있다.
구체적인 사물 가운데
추가 달린 벽시계와 거울을 선호한다.
아무도 쳐다봐주지 않아도
묵묵히 제 임무를 수행하므로.
어디에서 왔는지
또 어디로 갈 건지 아무 말도 않으면서
누군가가 물어봐주기를 학수고대한다.
보아하니
영혼이 우리에게 그러한 것처럼
우리 또한 영혼에게
꼭 필요한 그 무엇임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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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경 저것은 소설일거야.’ 했던 것은 맞는 생각이었다. 장편소설처럼 두껍고 60여년에 걸친 방대한 시는 낯설기도 하고 통쾌하기도 하고 심오하기도 하다. 영혼에 관한 이 시는 그녀의 마지막 시집에 실린 것이니 적어도 일흔쯤에 쓴 것이 아닐까 싶다.
어린 아이일 때와 노인일 때 영혼이 가장 오래 깃든다면, 그 사이의 청춘을 바쳐야 하는 시기에는 영혼을 반쯤 빼놓고 사는 게 영혼의 특성을 제대로 살려 사는 삶이란 말인가. 나는 그것도 모르고 매순간 육체와 영혼이 일체해야 한다고 여겼으니 얼마나 고단한 삶을 자처했다는 건가. 그래야만 나답게, 내가 주인인 삶이라고 여겼었다! 어쩌면 영혼 없이 살 때가 가장 행복한지도 모르겠다. 요즘엔 멍 때리기 대회도 열리던데 나도 늙음을 섬뜩 자각하기 전에 내 영혼의 외출을 적극 돕기로 하자.
별, 그대와 함께 하는 순간만이 요즘엔 내 영혼이 나에게 깃들어 있는 유일한 시간. 아마도
기쁨과 슬픔이 온전히 결합하는 순간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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