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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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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3월 7일 00시 42분 등록

[1] 예기치 않게 큰 수술을 받게 되었다. CT찍은 걸 보니 애기 주먹만 한 게 보인다. 저 동그란 게 뭘까? 왜 저기에 있는 거지? 하고 의아해 하며 편하게 있는 나와는 달리 의사는 많이 놀란 표정으로 나에게 이런 저런 질문을 한다. 당장 병원에 입원해서 치료받아야 한다는 말과 함께. 한 대학병원에 입원을 하고 수술날짜를 받고도 덤덤했다. 오히려 주위 사람들이 내 소식에 놀랐고, 병원에 와서 나의 태연한 모습을 보고 한 번 더 놀라기도 했었다. 수술실로 들어가는 날 아침에도 간호사에게 수술실까지 걸어가야 하냐고 질문을 하며 편한 마음으로 수술실로 들어갔다. 난 그날 아침 첫 수술이었다. 눈을 떴는데 중환자실인 건 알겠는데 통증이 전혀 없다. 내 침대 주위로 뭐가 많이 달려있는 건 보인다. 수혈도 하고 있는 거 같고. 자다 깨다를 반복하다 간호사에게 묻는다. 저 수술 언제해요? 이미 수술하시고 중환자실로 오신 거예요. 아... 하나도 안 아파서 이상해서요. 다음 날 일반병실로 옮기고 나서 동생이 하는 말이 수술실 들어가고 8시간 좀 넘게 지나서 나왔다고 한다. 그렇게 장시간 수술을 받고 나와서 수술 언제 하냐고 물었으니 그 간호사 어이없었을 거다. 나의 이런 태연함 때문이었을까 주위사람의 우려와는 달리 회복이 빨리 되었고,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한 선배는 병원에 와서 이런 말을 했다. 좀 환자처럼 행동해 보라고 너무 안 아픈 사람처럼 밝게 웃으면서 앉아 있으니깐 환자 같아 보이지 않는다고. 그게 이상한가? 환자가 환자 같아 보이지 않으면 더 좋은 거지 뭘 그래.
처음 수술을 해야 한다고 들었을 때 가벼운 병이 아닌 건 알았지만 그렇다고 세상이 갑자기 어둡게 보이지도 원망스럽지도 않았다. 수술 후에도 수술 잘 되었다고 하니 다행이다. 이젠 걱정 안 해도 되겠네. 이 정도로 생각했을 뿐이다. 사람들은 나보고 긍정적 자원이 많아서 그런 것이라고 한다. 그래? 나도 몰랐었는데... 이번 일 겪으면서 그 안에서 내 마음을 따라가 보니 정말 그런 것 같다. 내 안에서 긍정성이, 내가 미처 알아채지 못했던 긍정적 자원이 보인다.

[2] 드라마 치료란 워크숍에 한 달에 한 번씩 참여했었다. 그 안에서 만들어 지는 드라마 안에서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보였다. 내 일상 안에서는 접할 수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들도. 나도 모르게 그들의 삶 안으로 들어가 여러 가지 감정을 느끼면서 같이 울고 웃기도 했고 에너지를 마구 쏟아내며 마음속 깊이 묻어두었던 감정을 풀어내는 사람들을 보면 소름이 돋기도 했었다. 저런 삶도 있구나...... 이런 과정들 안에서 내가 경험하지 못했던 많은 사람들의 삶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었다.
자원봉사를 간 필리핀에서 각국에서 온 아이들과 같이 생활을 할 때는 처음엔 정말 이해 못할 점 투성이라며 투덜거렸지만 같이 지내는 시간이 길어지고 얘기도 나누다 보니 이해할 수 있는 범위가 조금씩 넓어지게 되었다.
이런 경험들로 인해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람들 관계 안에서 서로가 관심을 가지고 깊게 나눌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만 있다면 이해의 범위가 훨씬 넓어질 수 있겠구나. 아니 극단적인 소수를 제외하고는 이해 못 할 사람이 없겠구나.

[3] 나의 20대는 진로에 대한 방황 그 자체였다. 졸업하고 난 다음에 정말 해보고 싶었던 것 공부하겠다고 학교를 다시 들어가기도 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학교를 끝내지 못했고 그나마 배운 것을 조금이라도 살리고 싶어 들어간 곳에서 몸이 견디질 못해 나와야 했었다. 그 후로 이것저것 시도를 해보면서 이걸 해 봐야겠다고 그나마 확실하게 선택한건 남들보다 한 참 늦은 나이었다. 선택을 하고도 늘 주눅 들어 있었다. 늦게 시작했다는 것 자체가 날 떳떳하지 못하게 했고, 사회인으로서 어디에 속해있지 않은 내 자신이 너무 초라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내 안에 풀지 못한 마음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 그 마음을 푸는 작업을 하고 나서야 그 생각에서 벗어나게 되었지만 처음 공부를 하는 동안 이 마음이 날 따라 다닐 때면 내가 이걸 왜 하고 있나하는 생각에 그만둬버릴까 하는 생각도 많이 했었다. 이런 경험 때문인지 진로에 관해 고민하는 사람들을 보면 남일 같지가 않아 더 잘 들어주게 되고 같이 방향을 찾아가는 쪽으로 얘기가 흘러가는 것이 자연스럽다.

[4] 화실을 다니며 그림을 배운다. 원래 미대쪽으로 가고 싶었던 마음이 있어서 이기도 했지만 책을 내게 된다면 장마다 삽화를 직접 그려 넣고 싶다는 생각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예를 들면 우리는 인생이라는 무대에 서기 위해 조용히 준비해야 하는 시간도 필요하다는 것을 말하고 싶을 땐 이런 그림과 함께 말이다.
발레리나.jpg

 이런 나의 경험들과 기질을 더해 지금 공부하고 있는 진로 상담분야 안에서 공감도 높은 상담을 해주는 진로 컨설턴트로, 그리고 그 안에서의 이야기와 마음의 흐름들을 글과 그림과 함께 책으로 펴내 보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장을 열어주는 것으로 특별해 지고 싶다.

IP *.205.67.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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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
2011.03.07 14:45:07 *.24.78.16
직접 그리신거죠?? 그림이 너무 예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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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07 14:54:17 *.205.67.118
미흡한 그림 예쁘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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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07 14:56:38 *.111.51.110
분위기 있는 그림이네요~ 멋져요~ 글속에서도 예술가의 감성이 느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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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08 22:16:17 *.205.67.118
감사합니다~경수님의 사진에선 따뜻함이 느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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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영
2011.03.07 18:34:13 *.92.70.2
와~그림 정말 멋진데요. 저도 비슷한 꿈을 꾸고 있답니다.
꿈을 이루는 그 날까지 화이팅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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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08 22:17:13 *.205.67.118
비슷한 꿈을 꾸고 있는 사람을 만날 수 있어 이 공간이 더 좋으네요
직접 뵐 수 있는 날이 왔음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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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영
2011.03.07 22:24:10 *.206.90.145
글과 그림 대단하시네요~ 다양한 분야를 경험하고 시도하다보면 그것들이 조합이 되어 더 좋은 창작물이 나올 것이라 생각합니다.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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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08 22:20:05 *.205.67.118
그 안에서의 경험들이 든든하게 나를 이끌어 줄 것이라 믿는 마음이 중요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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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08 12:29:13 *.124.233.1
미선씨..
대충 이야기는 전해들었는데.
그렇게 무거운 일들을 정말 가볍게 견뎌내셨네요.
미선씨 고유의 차분함이 글과 그림 속에 뭍어나요.
내가 기억하는 미선씨는 잔잔하게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
언제나 귀기울여 줄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었어요.
아마도 막연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으로 들뜬 예비 사회인들이
미선씨를 만나고 돌아오면 지을 잔잔한 미소가 생각나네요.
마지막 까지 화이팅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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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08 22:22:28 *.205.67.118
경인씨 글로 인해 힘이 나네요^^
마지막과제 잘 마무리 하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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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훈
2011.03.09 16:25:37 *.219.84.74
예술가적 기질, 창조적 기질을 가지신 분들을 보면 부럽기 그지 없습니다. 평범함+15년의 직장생활로 푸석해진 나를 보면 더욱 그렇지요. 미선님의 글에서 힘과 부드러움 두가지를 다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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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09 23:18:41 *.205.67.118
저도 마냥 부러워할 때가 있었어요. 전 오히려 15년간의 직장생활이 부러운걸요. 그것만큼 큰 자산이 어디 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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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man
2011.04.11 12:33:14 *.82.17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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