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지깽이
- 조회 수 5928
- 댓글 수 0
- 추천 수 0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은
한 때 재해를 당했다하더라도
청운의 뜻을 꺾어서는 안된다.
항상 가을매가 하늘로 치솟아 오르는 기상을 품어야한다
천지를 작게 보고 우주를 손 안에 놓은 듯 해야 한다.
천하에는 두 가지 큰 기준이 있다.
옳고 그름이 그 하나요
이롭고 해로움이 그 둘이다.
이 두 가지 큰 기준에서 네 가지 등급이 나온다
옳음을 고수하고 이익을 얻음이 가장 좋고
옳음을 따르다 해를 입는 것이 그 다음이다.
그름을 추중하여 이익을 얻는 것이 세 번 째고
가장 추한 것이 그름을 따르다 해를 입는 것이다.
기억하라
그름을 추종하여 이익을 얻으려 하지만 끝내는 해를 입고야 말 것이다.
기억하라
옳음을 따르다 보면 해를 입을 때도 있지만 그 또한 나쁜 것이 아니다.
가난한 선비가 정월 초하루날 앉아 일 년의 양식을 계산해 보면
참으로 아득하여 굶주림을 면할 날이 없다 걱정할 것이다
그러나 해가 저무는 그믐날 저녁에 이르러 여덟 식구가 의연히 모두 살아
한 사람도 줄어든 이가 없다.
누에가 알에서 부화할 때면 뽕잎이 나오고
아이가 배 속에서 나와 울음을 터트리면 어미의 젖이 줄줄 흘러내리니
네 비록 가난하다하나 그것을 걱정하지 마라
먼저 고전을 읽어 옳고 그름을 배우고
다음으로 역사를 배워 옛 일들의 득실을 따지고
실학을 마음에 두어 세상을 구할 일을 배우거라
천지간에 외롭게 선 내가
운명적으로 의지해야할 곳은 오로지 책과 붓일 뿐이다.
다산 정약용 선생은 부지런한 사람입니다. 정치적 스폰서였던 정조가 승하하자 마흔의 나이에 귀양을 떠나 18년간 길고 긴 유배 생활 동안 오직 책과 붓으로 살았던 사람입니다. 가난하고 힘겨운 세월이 그를 조선조 최고의 학자로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에게 고난을 주었던 당시의 세도가들은 모두 죽고 이제는 누구도 그들의 이름을 기억해 주는 사람이 없습니다. 다만 다산과 그 형제들의 이름이 향기롭습니다.
붓과 책, 그것이 다산의 운명이었습니다.
다산이 강진의 유배에서 풀려 날 때의 나이에 이른 내가 이제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너의 운명은 무엇인가 ?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4336 | [수요편지] 미시적 우연과 거시적 필연 [1] | 불씨 | 2023.11.07 | 464 |
4335 | 충실한 일상이 좋은 생각을 부른다 | 어니언 | 2023.11.02 | 468 |
4334 | [수요편지] 장미꽃의 의미 [1] | 불씨 | 2023.12.05 | 476 |
4333 | 작아도 좋은 것이 있다면 [2] | 어니언 | 2023.11.30 | 483 |
4332 | 뭐든지는 아니어도 하고 싶은 것 정도는 할 수 있다는 마음 [2] | 어니언 | 2023.11.23 | 498 |
4331 | 등 뒤로 문이 닫히면 새로운 문이 열린다 [3] | 어니언 | 2023.12.28 | 501 |
4330 | 화요편지 - 오늘도 덕질로 대동단결! | 종종 | 2022.06.07 | 511 |
4329 | [수요편지] 똑똑함과 현명함 [1] | 불씨 | 2023.11.15 | 519 |
4328 | [내 삶의 단어장] 엄마! 뜨거운 여름날의 수제비 | 에움길~ | 2023.11.13 | 529 |
4327 | [내 삶의 단어장] 발견과 발명에 대한 고찰 [1] | 에움길~ | 2023.07.31 | 531 |
4326 | [수요편지] 모른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것 [1] | 불씨 | 2023.12.27 | 532 |
4325 | [늦은 월요 편지][내 삶의 단어장] 2호선, 그 가득하고도 텅빈 | 에움길~ | 2023.09.19 | 534 |
4324 | 화요편지 - 생존을 넘어 진화하는, 냉면의 힘 | 종종 | 2022.07.12 | 535 |
4323 | 용기의 근원인 당신에게 [1] | 어니언 | 2023.12.14 | 536 |
4322 | 역할 실험 [1] | 어니언 | 2022.08.04 | 539 |
4321 | [내 삶의 단어장] 오늘도 내일도 제삿날 [2] | 에움길~ | 2023.06.12 | 541 |
4320 | [월요편지-책과 함께] 존엄성 | 에움길~ | 2023.09.25 | 545 |
4319 | [수요편지] 앞만 보고 한걸음 [1] | 불씨 | 2023.11.01 | 546 |
4318 | [월요편지-책과 함께] 인간에 대한 환멸 [1] | 에움길~ | 2023.10.30 | 550 |
4317 | [수요편지] 허상과의 투쟁 [1] | 불씨 | 2022.12.14 | 55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