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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 22일 11시 19분 등록


겨울에는 베이킹을 자주 하게 됩니다. 여름과는 달리 오븐의 온기가 기분 좋게 따뜻하기 때문입니다. 크리스마스, 연말 파티 등을 위해 케이크나 과자를 많이 굽기도 하고요. 무엇보다도 가족의 생일이 겨울과 이른 봄에 몰려 있기 때문이지요. ^^

크리스마스를 우리보다 훨씬 더 큰 명절로 여기는 유럽에서는 나라별로 독특한 특별한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먹습니다. 오늘은 유럽 중에서도 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의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알아보겠습니다.

Christmas cakes around the world.png

, 오른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로스콘 데 레예스(Roscón de reyes), 뷔슈 드 노엘(Buche de Noel), 파네토네(Panettone), 슈톨렌(Stollen). 출처:

로스콘 데 레예스: https://spanishdeli.com.au/product/roscon-de-reyes-medium-650-to-700gr/

뷔슈 드 노엘: https://blog.williams-sonoma.com/how-to-make-the-perfect-buche-de-noel/

파네토네: https://theojac.org/eventslist/2017/11/15/9rh1qqp5xghgp1rj950v6bcdanwa8h-j3385

슈톨렌: https://photodune.net/item/stollen-traditional-christmas-ftuitcake-with-dried-fruit-and-nut/23315383


왕에게 바치는 로스콘 데 레예스(Roscón de reyes)

스페인에서 살던 첫 해,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동네 제과점에는 알록달록한 케이크가 전시되기 시작했습니다. 제과점 뿐이 아닙니다. 마트의 신선빵 코너나 공장빵 코너에도 가득 놓여 있었습니다. 뭔지 궁금했지만 지나치게 알록달록해서 선뜻 손이 안 갔는데요. 이상하게도 크리스마스가 지난 뒤에도 계속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그때까지 안 팔려서 그냥 놔둔 건가 했는데 다른 곳에서도 여전히 판매하고 있더군요. 알고  보니 로스콘 데 레예스(Roscón de reyes/ Ring of the kings)라 불리는 이 예쁜 케이크는 크리스마스가 아니라 16, 주현절(主顯節 , Epiphany)에 먹는 케이크였습니다. 주현절이란 아기 예수가 태어난지 12일 뒤에 동방박사 세명이 그를 찾아와 경배한 것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서양에서는 원래 성탄절이 아니라 주현절에 케이크를 먹었다고 합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주현절을 기념하는 사람들이 줄어들자 대신에 성탄절에 케이크를 먹게 된 것인데요. 스페인에서는 아직도 크리스마스가 아닌 주현절에 기념 케이크를 먹고 있었습니다.

자주 보니 정이 든 걸까요. 결국 동네 제과점에서 로스콘 데 레예스를 사고야 말았네요. 맛이 어땠는지 기억이 안 나는 걸 보면 화려한 겉모습에 비해 맛은 인상적이지 않았나 봅니다. 사실 로스콘은 맛 보다도 전통이나 재미로 즐긴다고도 할 수 있지요. 로스콘을 구울 때 안에 작은 동방박사 인형이나 콩, 반지 등을 넣고 굽습니다. 지역마다 의미가 조금씩 다르긴 한데요. 인형을 찾은 사람은 하루 종일 왕 대접을 받고 반지를 찾은 사람은 그 해에 결혼할 운이 있다고 하네요. 이것도 기억에 없는 걸 보면 저는 아무것도 못 찾았던 것 같습니다.

 

장작을 닮은 뷔슈 드 노엘(Bûche de Noel)

모양만 보면 이 중에서 가장 독특한 케이크는 프랑스의 뷔슈 드 노엘(Bûche de Noel)일 겁니다. 뷔슈 드 노엘은 크리스마스의 장작이라는 의미인데요. 이름처럼 이 케이크는 장작 또는 통나무 모양으로 생겼습니다. 장작이라니 언뜻 크리스마스와 관련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데요. 뷔슈 드 노엘에는 이와 관련해서 몇 가지 설이 전해져 내려옵니다. 프랑스인들은 다음 해의 풍작을 기원하면서 오래 탈 것 같은 장작을 골라 크리스마스 이브부터 최소한 삼일 밤낮, 최대 새해 첫날까지 불을 피우는 전통이 있습니다. 요즘은 장작불이 사라지면서 이런 전통도 사라졌는데요. 이런 전통을 상징하는 의미로 장작을 닮은 케이크를 만들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비슷한 설로 그 전해에 사용하고 남은 땔감을 모두 태워 새로운 해의 액땜을 하는 풍습에서 유래되었다고도 하네요. 다른 하나는 가난한 애인이 나무 땔감을 선물로 주면서 따뜻한 마음을 전하기 위해 장작 모양으로 케이크를 만들어 전했다는 설입니다. 크리스마스 다운 전설이지요. 어떤 설이 맞는지 몰라도 모두 따뜻한 크리스마스를 기원한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뷔슈 드 노엘은 모양은 특이하지만 알고보면 우리에게도 익숙한 맛입니다. 단면을 자른 조각을 보시면 초콜릿 롤케이크와 비슷하다는 걸 알 수 있지요. 그 위에 초콜릿 크림을 잔뜩 바르고 포크로 나뭇결 무늬를 내서 장작의 느낌을 살려줬을 뿐입니다. 슈가 파우더를 뿌려서 눈이 온 것처럼 만들고 아몬드 페이스트로 호랑가시 나뭇잎을 만들어 올리면 좀 더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낼 수 있습니다.

만들기 쉽고 익숙한 맛이어서 인지 우리나라 빵집이나 디저트 까페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케이크입니다. 매번 먹는 둥근 케이크가 식상하다면 올해는 장작나무 케이크로 크리스마스를 축하하는 건 어떨까요.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얻는 파네토네(Panettone)

유럽에서 크리스마스는 가장 큰 명절 답게 화려하고 떠들썩합니다. 12월초부터 거리는 커다란 트리와 요란한 전구로 장식되고요. 상점들은 각종 크리스마스 용품과 선물로 가득합니다. 이런저런 이벤트나 파티도 많지요. 그런데 정작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가게들이 일찍 문을 닫고 거리는 조용합니다. 밤 늦도록 크리스마스 이브를 즐기는 우리와는 반대인데요. 유럽에서는 크리스마스가 가족끼리 보내는 명절이기 때문입니다. 유럽 출신 친구들의 경우 2주 정도의 휴가를 내서 크리스마스 2~3일 전부터 1월초까지 집에 갔다 오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탈리아인이었던 제 룸메이트도 그랬는데요. 크리스마스는 가족과 함께 보냈지만 새해는 친구들과 보내기 위해 예정보다 일찍 돌아왔던 친구가 가져온 선물이 바로 이탈리아의 크리스마스 케이크인 파네토네였습니다.

둥글게 부풀어 오른 모양이 왕관처럼 보이기도 하는데요. 파네토네는 크리스마스 케이크 답게 모양도 맛도 향기도 아주 화려하고 달콤합니다. 버터와 달걀, 설탕을 듬뿍 넣어서 부드럽고, 여러가지 말린 과일을 추가해서 향긋하고 풍부한 맛이 납니다.

파네토네에도 여러가지 전설이 있는데요. 그 중에서도 가장 유력한 설은 밀라노의 제빵사 토니가 만들었다는 설입니다. 토니는 부유한 상인의 딸과 사랑에 빠졌는데요. 사랑하는 여인과 그녀의 아버지의 마음을 얻기 당시로서는 고급 재료였던 버터, 달걀, 설탕을 아낌없이 사용해서 맛있는 케이크를 만들었습니다. 케이크를 먹고 딸과의 결혼을 허락한 것은 물론 사위에게 빵집까지 열어줬다는 해피엔딩 전설입니다. 반대로 제빵사의 딸과 사랑에 빠진 토니라는 젊은 귀족이 제빵사의 허락을 얻기 위해 만들었다는 설도 있는데요. 아무튼 토니의 빵(Pan di Toni)’이 파네토네가 되었다는 설입니다.

 

아기 예수를 닮은 슈톨렌(stollen)

슈톨렌은 독일에서 먹는 크리스마스 케이크입니다. 몸살로 누워있던 저에게 글뤼바인을 만들어줬던 독일친구, 마리온. 크리스마스 때 독일 집에 갔다가 역시나 슈톨렌을 가져 왔습니다. 슈톨렌은 넙적한 모양에 하얗게 슈가 파우더를 뒤집어 쓴 게 포대기에 쌓인 아기 예수를 떠올립니다. 케이크라고 하지만 딱딱한 질감이 거의 과자에 가깝습니다. 파네토네처럼 슈톨렌에도 여러가지 말린 과일을 브랜디나 럼에 절였다가 넣는데요. 하루 이틀이 아니라 1년 정도 절여서 넣기 때문에 깊고 풍부한 향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너무 달기 때문에 한번에 많이 먹기는 힘들고요. 얇게 잘라서 겨울 내내 두고 두고 먹습니다. 커피나 차와 같이 먹어도 좋지만 저는 따뜻한 글뤼바인과 먹는 것이 가장 맛있었습니다.

하와이안 토스트.jpg

http://www.mamas-rezepte.de/rezept_Toast_Hawaii_Rezept-32-2380.html

 

어느 해 고향 집에 가지 않은 마리온과 함께 크리스마스를 보낸 적이 있습니다. 자기 집에서 파티를 하겠다며 독일식 크리스마스 요리를 해주겠다고 하더군요. 독일의 크리스마스 가정식 요리라고 잔뜩 기대를 하며 갔는데 식탁에 오른 건 기이한 토스트 뿐이었습니다. 하와이안 토스트라 불렀던 그 토스트는 빵 위에 햄과 파인애플, 슬라이스 치즈 그리고 체리 한 개가 전부였습니다. 장난하는 건가 싶었는데 진짜로 어렸을 때 가족들과 함께 먹던 크리스마스 특별식이라고 했습니다. 알고 보니 1970~80년대에 독일에서 크게 유행했던 음식이라고 하네요. 어떤 유명 요리사가 텔레비전 쿠킹쇼에서 만들었던 음식인데 쉽게 만들 수 있고 맛도 괜찮아서 특히 어린이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다고 합니다. 친구에게는 형제, 자매들과 함께 만들어 먹었던 추억의 음식이었지요. 그래서 성인이 된 후에도 가족들이 다 모이는 크리스마스에는 빠지지 않았다네요.

 

맛있는 음식은 무엇일까요? 좋은 재료를 사용해서 정성껏 요리한 음식이 맛있는 음식이겠지요. 솜씨가 좋은 요리사가 만든 음식이라면 더욱 맛있을 겁니다. 하지만 가장 맛있는 음식은 좋은 기억이 있는 음식인 것 같습니다. 별것 아닌 재료로 만들었던 하와이안 토스트가 달콤한 슈톨렌은 물론 파네토네나 뷔슈 드 노엘보다도 맛있는 크리스마스 케이크로 남아있는 걸 보면 말입니다.^^

이번주는 특별히 더 맛있고 행복한 한 주 보내세요~^^

 

 

참고문헌

<죽기 전에 꼭 먹어야 할 세계 음식 재료> 프랜시스 케이스, 박누리 옮김, 마로니에북스, 2009

<세계음식명 백과> 신중원, 마로니에북스

Epiphany: https://en.wikipedia.org/wiki/Epiphany_(holiday)


--- 변경연에서 알립니다 ---

1. [출간소식] 『중1 독서습관』 유형선, 김정은 저.

변화경영연구소 9기 연구원 유형선, 10기 연구원 김정은 부부의 두번째 공저가 출간되었습니다. 가족독서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가족 구성원이 책 읽는 즐거움을 누리는 것입니다. 10대 자녀가 책을 읽지 않아 고민이 많은 이들에게 이 책은 훌륭한 지침서가 되어줄 것입니다. 청소년 독서지도를 하는 이들에게도 좋은 나침반 역할을 해줄 것입니다. 특히 가정을 배움의 공동체로 만들고자 하는 분들께 일독을 권해드립니다:

http://www.bhgoo.com/2011/858315#5

2. [출간소식, 개정판] 숲에게 길을 묻다 김용규 저.

숲의 철학자로 불리는 숲학교 오래된 미래의 교장이자 자연스러운 삶 연구소의 대표 김용규 저자의 『숲에게 길을 묻다』 개정판 출간 소식입니다. 2009년 출간된 이후 10년의 세월만큼 깊어진 저자의 사유를 한껏 음미할 수 있습니다. 승자 독식의 법칙과 패배의식이 뿌리 깊게 자리잡은 사회 속에서 필연적으로 길을 잃고 헤맬 수밖에 없는 이들에게 숲의 방식에 주목하라 권합니다. 소모적인 경쟁에 지친 이들을 위한 존재 안내서의 일독을 권해드립니다:

http://www.bhgoo.com/2011/857826

3. [모집] 내 안의 '위대함'을 찾아 떠나는 청소년 진로탐험 여행(2020.1.11-1.18)

2020 청소년 진로탐험 여행에서는 자기 삶의 주인으로 당당하고 멋지게 살아가고 싶은 청소년과 그런 자녀를 바라고 지지하는 부모님의 참여를 기다립니다. 청소년 진로전문가 박승오 선생님, 숲 철학자 김용규 선생님, 마음챙김 명상전문가 김인중 선생님과 함께 하는 78일의 진로탐험 여행을 통해 자신 안에 접혀있는 '위대함'의 씨앗을 찾고 이를 싹틔우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입니다:

http://www.bhgoo.com/2011/858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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