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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4월 7일 07시 11분 등록

러나 도무지 그만둘 용기가 나지 않았다. 이미 망가질 대로 망가진 상태로는 퇴직을 한다고 해도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았다. 이런 내가 아이들을 위해 해줄 수 있는 거라고는 어떻게든 일터에서 버텨서, 아니 죽더라도 직장에서 죽어서 조금이나마 경제적인 도움이 되어주는 거라고 믿을 정도였다.

‘다르게 살 수 있을 거라고, 다르게 살아보겠다고 내 삶의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살았는데 어쩌다 이 지경이 되어버린 걸까?’스스로 선택한 길을 따라 5년을 보낸 결과가 결국 여기라고 생각하니, 내 자신이 한심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내가 힘든 건 직장 탓이라고, 남편 탓이라고, 아니 이도 저도 아니라면 이 따위로 만들어 험한 세상에 대책없이 내던져 놓은 빌어멀을 놈의 운명 탓이라고 생각할 수 있었던 시절과는 차원이 다른 심연이었다. 잠들지 못 하는 밤이 잦아졌고, 혹 잠이 든다고 해도 호러영화관에 갇혀버린 느낌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딸아이가 선물이라며 작은 노트를 만들어왔다. 노트 위에는 작은 아기 토끼가 눈을 감고 있는 엄마 토끼를 멀리서 바라보는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새벽같이 출근해 집에 들어오면 바로 이불 속으로 들어가 나올 줄 모르는 지친 엄마를 바라보는 아이의 마음이 느껴져 가슴이 미어졌다. 


그날 정말 오랜만에 펜을 들었다. 그동안 몸에 차곡차곡 쌓아두었던 스스로에 대한 실망과 미움이 종이 위로 토사물처럼 쏟아져 내렸다. 그렇게 한참을 미친 듯이 쓰고 나자 간만에 숨이 쉬어지는 느낌이 들었다.https://medium.com/@elena_leman/13-reasons-why-you-should-read-women-who-run-with-the-wolves-instead-36435ea32b4https://medium.com/@elena_leman/13-reasons-why-you-should-read-women-who-run-with-the-wolves-instead-36435ea32b4https://medium.com/@elena_leman/13-reasons-why-you-should-read-women-who-run-with-the-wolves-instead-36435ea32b4

‘바보. 어떻게 죽은 엄마가 살아있는 엄마보다 더 좋은 엄마일 수 있니? 욕심내지 말고 가능한 만큼만, 할 수 있는 만큼만 살아있는 엄마로 아이들과 함께 해 보면 안 되겠니?어차피 죽을 거라면서 더 잘하지 못할까봐 걱정하는 건 말이 안 되는 거니까’ 정신이 번쩍 들었다.


손없는 여인.jpeg

Have trust, you’re always protected. Art by Jel Ena.

(그림 출처 : https://medium.com/@elena_leman ) )


복직한 지 1년 4개월이 되어갈 무렵이었다. 그로부터 직장을 마음에서 완전히 지워내는데 채 두 달이 걸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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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경연에서 알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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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기 연구원 이경종님의 첫번째 책 <개발자 오디세이아>가 출간되었습니다‘소프트웨어 개발 문화 전문가’를 꿈꾸는 저자의 치열한 성찰의 결과물이자더 나은 개발자의 삶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연구한 수년 동안의 항해일지라고 합니다개발자로서 어떻게 성장 맵을 그려나가야 할지 막막하거나 아무 생각없이 프로젝트 톱니바퀴에 허우적대고 있는 분들을 위한 책입니다기술과 사람그리고 나 자신을 알아가는 여정에 동참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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