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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4월 9일 13시 24분 등록

목요편지

꽃비

벚꽃이 필 때도 예쁘더니 질 때도 꽃비를 뿌리며 예쁘게 지네요.
꽃잎이 떨어지는 것이 마치 흰나비가 날아가는 것 같았습니다.
지는 벚꽃을 보니 당나라 시인 "우무릉(于武陵)"의 시가 생각났습니다.

花開昨夜雨 (화개작야우)  어젯밤 봄비에 꽃이 피더니
花落今朝風 (화락금조풍)  오늘아침 바람에 꽃이 지고 마는구나.
可憐一春事 (가련일춘사)  슬프다 봄에 일어나는 한 가지 일도
往來風雨中 (왕래풍우중)  바람과 비속에 오고가버리다니...

벚꽃이 만발한 어느 날, 스승과 제자가 한 이야기도 생각났습니다.
“사부님, 죽음이란 무엇입니까?”
“지금 핀 꽃이 작년에 핀 꽃과 같으냐, 다르냐?”
“……”
그 말에 제자는 번쩍하며 깨달았습니다.
스승은 제자의 수준에 맞게 대답합니다.
짧은 대화에서 많은 것들이 오고 갑니다.
우리들도 말을 길게 할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며칠 전 집 뒤에 있는 윤씨네 배과수원에서 아내와 한잔 했습니다.

이화에 월백하고 은한이 삼경인 제
일지춘심을 자규야 알랴마는
다정도 병인 양하여 잠 못들어 하노라

학창시절에 배운 시조를 생각하며 오래 전부터 해보고 싶었는데 이제야 했습니다.
보름밤이 아니어서 그런지 기대했던 것보다 못했습니다.
멀리서 보았을 때는 좋았는데 가까이 가서보니
거름냄새, 개소리, 바켓츠, 전선이 엉켜있었습니다.
좋은 것도 실제 해보면 생각보다 좋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생각하고 있을 때가 좋은 것인지도 모릅니다.

지금은 코로나와 봄날이 섞여 혼란스럽습니다.
코로나를 생각하면 지옥이고, 봄을 생각하면 천국입니다.
코로나도 언젠가는 잡히겠지만 한 번 간 올해의 봄은 잡을 수가 없겠지요.
하루하루를 건강하고 행복하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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