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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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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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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4월 9일 21시 19분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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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정말 배워야 할 건

넘어지지 않는 법이 아니라, 넘어져도 일어나는 법

고 3 수능이 끝나고, 3개월간 유도를 배운 적이 있습니다.
재미삼아  배우려고 갔는데, 관장님이 저를 보더니 대뜸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 내가 널 국가대표로 만들어줄 수 있었는데…."
왜 이제 왔냐고 많이 안타까워하셨죠. ㅎㅎ  

국가대표급의 몸을 가지고서 저는 하루에 2시간씩 빡세게 유도를 배웠습니다.
여러가지 기술을 많이 배웠는데, 가장 많이 한 건 낙법입니다.
'낙법'은 충격을 최소화하여 넘어지는 기술인데,
메치거나 던지는 기술이 많은 유도에서 필수 방어술입니다.
앞으로 넘어지고, 뒤로도 넘어지고, 옆으로도 넘어지며 온종일 넘어지는 연습을 했습니다.
아프기도 하고 재미도 없어서 자꾸 꾀를 내자, 관장님이 이런 말을 해줍니다.  

"재미는 없어도 이 낙법을 잘해야 된다.
잘 넘어질 줄 알아야 넘어져도 덜 아프고, 또 다시 일어나기가 쉽거든."

넘어지는 연습을 계속 하다 보니 요령이 생겼습니다.
그러자 넘어지는게 덜 아팠고, 그래서 덜 무서워졌습니다.
사실 낙법을 친다고 해서 안 아픈 게 아닙니다. 대신 충격을 완화되어 '조금 덜' 아플 뿐이죠. 

무엇보다 치명적인 부상을 막아줍니다. 

그런데 대체 잘 넘어지는 건 어떤 걸까요? 핵심은 이렇습니다.
넘어질 것 같으면 먼저 깔끔하게 넘어지기.
안 넘어지려고 버둥대면 온 몸에 힘이 들어가 더 많이 다치게 됩니다.
넘어질 것 같으면 애쓰지 말고, 오케이 나 넘어질게, 하고 깔끔하게 넘어집니다.
그리고 떨어질 때 손과 다리로 바닥을 쳐서 충격을 분산시키고
몸을 웅크려 중요한 부위인 내장과 머리를 보호합니다.
그러면 충격이 완화돼 부상이 적어집니다.
자동차에 부딪혀 날아갔는데, 낙법치기해서 멀쩡했다,
뭐 이런 무용담도 떠돌 정도입니다만 확인은 불가입니다. ㅎㅎ

낙법의 기술을 잘 활용한 인물로, 삼국지의 유비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유비는 수 많은 전쟁을 치렀는데, 민망할 정도로 자주 졌습니다.
그런데 유비는 어떤 상황에서도 절망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초라한 현실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때를 기다리며 몸을 웅크렸죠. 
싸움에 질 때마다 유비는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실패해도 바로 시인하면, 실패한 게 아니다."  

이 말을 좀 써먹어보자면, 이렇게도 말할 수 있습니다.  

"넘어져도 바로 일어날 수 있다면, 넘어진 게 아니다.
넘어져서 그대로 주저앉을 때가 넘어진거다,"

우리는 넘어지지 않기 위해 수 많은 기술과 교육을 받습니다.
하지만 넘어지지 않고는 뭔가를 배우기도, 뭔가를 이루기도 어렵습니다.
실수해서 스텝이 꼬일 때가 더 많은 게 인생이고 보면,  
우리가 진짜 배워야 할 건,
넘어지지 않는 법이 아니라, 잘 넘어지는 법.
넘어져도 바로 일어나는 방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일이 잘 안풀리거나 새로운 일을 할 때면, 자꾸 이 낙법의 기술이 생각납니다. 

여러분은 '넘어져도 괜찮을' 나만의 낙법 하나쯤, 있으신가요?

IP *.181.106.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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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4.13 11:13:59 *.171.224.36

23년 직장생활을 이제 접어야겠다는 마음의 준비를 마치고 여러날이 지났습니다.

마지막에 넘어져도 괜찮을 나만의 낙법 하나쯤 있으신가요? 질문에 그리고 내 상황과 딱 맞는 이야기에 힘을 얻게 됩니다.

생각이 맑아지고 정리가 되는 것 같은 후련함.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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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4.14 09:54:37 *.202.250.214

안녕하세요, 빵이님! 

23년의 직장생활을 이제 접으신다니, 어려운 결심을 하셨군요. 

새로운 삶을 또 기획하고 있을, 그 길목에서 글을 읽고 

이렇게 댓글을 남겨주시니 무척 반갑습니다.

새로운 도전을 사랑하는 1인으로서,

빵이님의 새로운 도전과 길을 응원합니다. 

자주 소통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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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4.15 08:07:11 *.248.105.38

고맙습니다.

"실패해도 바로 시인하면, 실패한 게 아니다."

그 시인을 자신에게 잘 못하는 현실을 직시하게 되어 감사할 따름입니다.

오늘,

선거일, 행운을 기원합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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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4.16 20:03:48 *.181.106.109

안녕하세요 실록님.

반갑습니다. 

글, 잘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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