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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8월 21일 04시 51분 등록

목요 편지

가을날

새벽인데도 바람 한 점 없습니다.
말복이 지난지도 닷새가 지났지만 아직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새들은 아직 잠에서 깨지 않았지만 풀벌레 소리가 요란합니다.
요즘은 사람들이 쉽게 물러가지 않는 늦더위에, 코로나에 지친 것 같습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열심히 하던 운동도 며칠 동안 하지 못했습니다.  

아내가 2박3일간 문경에 있는 어느 성당에 피정을 갔다 오는 길에
햇땅콩을 사왔습니다. 저는 그걸 무척 좋아합니다.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땅콩을 먹으며 가을을 생각합니다.
이것이 나올 때쯤이면 가을의 문턱에 들어선 느낌이 듭니다.
땅속의 기운이 느껴집니다.
먹으면서 릴케의 시가 생각났습니다.
이 시의 진정한 맛을 느끼기엔 아직 이르지만
더위에 지친 몸과 마음에 위안을 주는 느낌입니다.

               <가을날/릴케>
『주여, 가을이 왔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길었습니다.
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놓으십시오.
들에다 많은 바람을 풀어 놓으십시오.

마지막 과실들을 익게 하시고
이틀만 더 남국의 햇볕을 주시어
그들을 완숙케 하여
마지막 단맛이 진한 포도주 속에 스며들게 하십시오.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고독한 사람은 이후에도 오래 고독하게 살면서
잠자지 않고, 읽고, 그리고 긴 편지를 쓸 것입니다.
바람이 불어 나뭇잎이 날릴 때, 불안스레
이리저리 가로수 길을 헤맬 것입니다.』

봄부터 여름 동안 딸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마당에는
뜨거운 햇빛과 매미소리가 빈자리를 채웁니다.
모두가 제자리로 돌아갔지만 마음은 아직 그때 그 자리에 남아있습니다.
아이들은 잘 하는데 나이가 들수록 마음이 복원력을 잃어가는 것 같습니다.
저도 이제 나의 자리로 돌아갈 때가 되었습니다.
저의 자리는 책상과 뒷데크입니다.
책상은 영혼을 위한 자리이며, 뒷데크는 육체를 위해 운동을 하는 자리입니다.

코로나는 아직 아니지만 늦더위야 조금 있으면 물러가겠지요.
땅콩을 좋아하시면 오늘 저녁에 한번 땅콩을 삶아서 드셔보세요.
맥주 안주로도 좋습니다.
가을의 느낌이 들 것입니다.
릴케의 시를 한번 읽어보시면 더욱 좋습니다.

니체의 말처럼 우리를 죽이지 못하는 것은 우리를 더욱 강하게 만들 것입니다.
지금 여러분들을 힘들게 하는 것이 더위라면 걱정할 것이 없습니다.
조금만 있으면 물러갈 것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코로나가 힘들게 한다면 그것 또한 마찬가지로 걱정할 것이 안 됩니다.
모두가 함께 겪는 것은 고통이 아닙니다.  
개인적으로 감내해야 할 고통이 있다면
그것으로 인하여 여러분들이 더욱 강해지길 바랍니다.  
다음 편지에는 더욱 가을 느낌이 드는 글을 올리겠습니다.
항상 강건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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