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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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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7월 27일 19시 58분 등록

황령에서 금련까지

 

 

황령산, 산이 바다를 향해 엎드려 있으나 낮지 않고 낮지 않은 속에 유순함 있어 사람으로 치자면 가볍지 않으나 진한 농담 건 낼 줄 아는 이와 같다.

 

연말, 살인적인 업무와 이제는 익숙해 질만도 하지만 당최 적응하기 힘든 사무실의 갑갑함이 위험수위에 다다를 때쯤 사람과 같은 산과 놀다 와 나는 다시 일상에서 누그러진다. 부산의 전포 지하철역에서 대로를 건너 정면의 높게 솟은 사자봉에 이르는 길은 결코 만만히 볼게 아니다. 산에 잔뼈 굵은 사람들을 초입에서 즐겁게 얘기 나누게 하다 점점 말이 없어지게 하는 가파름이다. 추운 겨울, 12월 초 낮 3땀이 송글 맺혀 주르르 내릴까를 걱정할 때쯤 사방은 트인다. 황령은 여기서 자신의 숨겨 놓은 부산의 도심 경관을 처음 선물한다

황령산 사자봉의 조망은 으로 금정/천성산, 西로는 시약/구덕산과 김해벌판, 으로 수평선을 가늠할 수 있기에 이르는데 부산을 수직으로 꽤 뚫는 낙동정맥의 동편에서 정맥과 떨어져 있으나 정맥이 아님을 섭섭해하지 않고 처연이 중심을 지키고 있다. 이 뚝심의 산에서 부산에 거처를 둔 대부분의 사람들은 '우리동네'를 조망할 수 있다. 한 줌 모래에 지나지 않게 작아진 자신의 집과 동네를 확인하고 으로 뻗은 황령산 정상과 금련산으로 향하자.

2천년 전 이 땅에 거칠산국이라는 조그만 부족국가가 있었다. 이제 갓 국가의 면모를 갖춘 신라는 기만으로 이 조그만 나라를 통합한다. 그러나 이 나라에는 이 나라 사람들이 영산(靈山)으로 받드는 산이 있었으니 이름하여 '거츨뫼'. 조그만 부족은 큰 나라에 통합되었으나 이 지역의 사람들은 자신의 영산을 후세 사람들에게 입에서 입으로 전했다. 결국 구전되는 과정에서 거츨뫼는 거친산(荒嶺山)으로 불리며 오늘에 이르게 되는데 우리의 입에서 불리어지는 거칠 황와 고개 령 '황령산'은 이미 2천년 전 그네들이 그토록 지켜 마지 않았던 '거츨뫼'와 정확히 포개지며 2천 년을 넘나드는 mother tongue의동질감과 함께 나의 입술에 신비한 긴장감을 선사한다

 

오랜 사람들과의 신비한 대화 중에 우리는 어느새 금련산에 당도한다. 하지만 까칠한 나의 시선에 이 산의 이름이 밟힌다. 작지만 하나의 우주와 다름 없는 이 산의 이름에 이의가 있다. 금련산은 황령산 옆 조그만 봉우리에 지나지 않지만 엄연히 삼각점이 있는 산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主山 위성봉은 아무개산 아무개봉이라 불리어지는 것이 主 山群의 규모나 지위를 높여 山群으로서의 면모를 갖추게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지만 어쨌든 황령산 금련봉은 되기 어려울 듯 하다.

하루를 꼬박 걸어 우리는 2천 년을 여행한 듯 밤 늦은 시간, 산을 내려오니 우리와 비슷한 차림을 한 사람들을 다시 일상에서 만난다. 어느 길을 누구와 걷다 내려오는 걸까? 그들도 꿈 꾸고 있을까? 내가 진용(참모습을 모사(模寫)한 그림이나 상(). 진시황 무덤의 군사이 몇 천 년을 거슬러 환생하여 벌어지는 일들을 영화화한 장예모, 공리 주연의 영화 제목으로 유명하다) 이라도 된 것인 양 동시대의 우리가 새삼 새롭다.

 

내려오는 길, 멀리 보이는 광안리 diamond bridge가 거대한 문명의 이기 속의 나의 정체를 일깨워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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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03 09:57:36 *.169.227.25

산에 가고 싶다..... ~ 아... 

바람 잡는 님이 미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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